하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팀들의 해체 소식에 딸려오는 팬들의 냉담한 반응이다. 대부분 "팀이 성적을 내지 못하니까 해체한 것"이라 지적한다. 물론 일리 있는 얘기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이 팀들에게 주어졌던 기회가 너무나도 박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1년간 OGN의 오버워치 에이펙스를 제외하면 굵직한 대회가 없었다. 출시 초기에는 나이스게임TV, 룬미디어, VSL 등 여러 인터넷 방송사들이 대회를 개최했지만 모두 단발성에 그쳤다. 대부분 팀들이 후원사를 유치하기 힘든 마당에 대회마저 없다보니 상금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길이 막힌 것이다.
혹자는 "에이펙스 총상금이 2억 원(파이트머니 제외)인데 뭐가 문제냐"고 얘기할지도 모른다. 총상금 규모는 커 보이지만 16개 팀이 이를 나눠가질 땐 이야기가 다르다. 에이펙스는 1년에 3번 열리고 시즌 당 3개월 정도 진행된다. 우승 상금이 1억 원이고, 준우승은 4천만 원이다. 3위부터는 상금이 확 줄어 3위와 4위가 각 1천 2백만 원과 8백만 원을 갖는다. 8강에 오른 팀들은 상금이 5백만 원에 그친다.
팀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매달 운영비가 최소 5백만 원에서 최대 1천만 원 정도 지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에이펙스에서 세 시즌 연속 3위를 기록한다 해도 지출이 더 커 적자를 보는 셈이다. 세 시즌 연속 준우승을 차지하거나 한 번이라도 우승을 해야 겨우 적자를 면할 수 있는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계 최고 리그라 평가받는 에이펙스 출전권을 포기하면서까지 팀을 해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리그 최하위 팀들뿐만 아니라 4강권 팀들도 재정적으로 버티기 어려운 현실이다.
북미와 유럽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17년 1월부터 7월 현재까지 열린 윈터 프리미어, 카본 시리즈, 럼블, 테이크오버 등 대회들과 최근 열린 컨텐더즈의 두 지역 총상금을 모두 합쳐도 33만 달러(한화 약 3억 8천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메이저급 대회들조차 상황이 이러하니 하부 리그는 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다.
결국 북미와 유럽 팀들의 해체 러시가 이어지는 이유는 성적이 안 좋아서가 아니라 '먹고 살 길'이 없어서다. 만약 "아니꼬우면 우승하면 되지 않느냐"라 말하는 이가 있다면, 그 기준에 부합하는 팀은 이유나이티드, 로그, 엔비어스, 레이저 키튼즈, 임모털스, 클라우드 나인 정도밖에는 없을 것이다. 이 6팀을 제외한 나머지 팀은 모두 해체해야한다는 것과 다름없는 주장이다.
건강한 e스포츠 종목으로 남으려면 하위권 팀들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당장은 부진을 겪고 있더라도 미래를 보고 투자해 반등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만 한다. 축구나 야구에서 만년 꼴찌 팀들이 때때로 반란을 일으키며 리그 판도를 뒤집는 것은 최근 1년간 성적이 부진하다고 해서 해체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앞서 예로 든 것이 스포츠의 역사와 관련된 문제라 지적할 수 있겠지만 e스포츠에서도 이미 그런 종목들은 존재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2부 리그로 떨어져도 차기 시즌 승격이라는 목표가 있고, 팀당 5천만 원씩의 지원금이 주어지기 때문에 해체하는 팀이 거의 없다. 오히려 예년에 비해 창단되거나 후원을 받는 팀의 숫자가 증가했다.
북미와 유럽의 인기 종목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CS:GO)에서는 1티어 팀들만이 각종 프리미어 및 메이저급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실력 격차가 있는 2티어 팀들에겐 큰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오지 않지만 다양한 온오프라인 대회에 출전하면서 팀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팀들은 아카데미 팀까지 운영할 정도로 CS:GO에서는 많은 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처럼 비전 있는 모델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오버워치는 경쟁력이 강한 종목이다. 하지만 그 경쟁력을 이어가기 위해선 많은 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많은 대회가 열려야 한다. 블리자드는 다양한 대회들이 열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대회가 많아져야 하위권 팀들도 경험을 쌓아 성적 향상을 꾀할 수 있고, 많은 팀들이 상금을 나눠가져 팀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오버워치 리그 소식 중 "각 팀은 매년 각 연고지에서 최대 다섯 차례의 아마추어 대회를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는 부분이 있다. 대회가 늘어나는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대회를 반드시 개최해야 한다거나 상금을 얼마나 내걸어야 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아마추어'의 기준이 어디까지인지도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만 한다.
블리자드가 야심차게 준비 중인 오버워치 리그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 밑을 받쳐주는 대회나 팀들의 기반이 약해진다면 결국엔 오버워치 리그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오버워치 리그는 성공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기존 팀들이 해체를 고민하는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종국엔 오버워치 리그만 남을지도 모른다.
블리자드가 수십, 수백억 원으로 추정되는 오버워치 리그 참가권을 구입한 소유주들뿐만 아니라 기존 팀들 역시 파트너라 생각하고 있다면, 기존 팀들도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