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가 중후반으로 이어져 상하위권 구도가 나뉘어도 모든 팀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승이다. 최상위권 팀들은 기세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최하위권팀들은 다음 시즌에 더 성장하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리그 오브 레전드 리프트 라이벌스 2017에 출전한 한국 대표 선수들의 목표도 마찬가지였다. 대만 가오슝으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모인 대표팀은 우승하고 오겠다는 목표를 전했다. 그 중에는 조금 더 과감하고 도발적인 각오도 섞여 있었다. 우승할 전력을 갖춘 팀의 이유 있는 자신감. 팬들은 환호했고, 대표팀은 기대에 부응하듯 그룹 스테이지에서 1위를 차지하며 결승에 직행했다.
중국 LPL 대표팀과 결승에서 만난 한국 대표팀. 다수가 한국 대표팀의 승리에 손을 들어주는 매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대표팀은 그룹 스테이지에서 대단한 경기력을 보여줬으며, 그 이전부터 LoL 월드 챔피언십을 비롯해 다수의 국제 대회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중국 대표팀 또한 "0대3으로 패배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결과는 한국 대표팀의 1대3 패배였다. 선봉으로 나선 삼성 갤럭시와 필승 카드로 여겨졌던 SK텔레콤이 연달아 패배하며 기세를 뺏긴 것이다. kt 롤스터가 한 세트 따라 붙긴 했으나 MVP가 로얄 네버 기브업에 패한 것으로 우승컵은 중국 대표팀에게로 돌아갔다.
패배가 죄는 아니다. 준결승도 훌륭하고, 나흘 간 팬들에게 즐거운 경기를 안겨준 선수들의 노고 또한 값지다. 다만 리프트 라이벌즈 2017 결승전이 팬들에게 유독 아쉬움으로 회자되는 것은 중국 대표팀과 간절함의 차이가 보였고, 그 차이가 승부를 갈랐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팀은 결승전 밴픽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우선 공격적인 중국의 스타일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모양새였다. 1세트 삼성 갤럭시는 에드워드 게이밍(이하 EDG)에 클레드와 탈리야 등 라인 개입 능력이 뛰어난 챔피언을 다수 내줬다. 더욱이 궁극기 연계로 최근 호평받은 칼리스타, 라칸 듀오까지 허용했다.
반면 삼성의 챔피언은 오리아나, 애쉬, 브라움 등 방어적인 챔피언이 다수였다. 초반 EDG의 공세에서 버틴 뒤 후반 교전을 노려보겠다는 심산. 하지만 삼성은 EDG에 첫 킬을 내준것을 시작으로 주요 챔피언들이 연이어 잘려나갔으며, 대규모 교전에서까지 패하며 선취점을 내줬다.
2세트 상황도 비슷했다. SK텔레콤 T1은 일전에 조별리그에서 완승을 거둔 바 있는 월드 엘리트(이하 WE)를 상대했다. 조별리그에서 WE의 갈리오 전략을 완벽하게 카운터 친 SK텔레콤은 결승전에서 따로 금지하지 않았고, WE는 재빠르게 갈리오를 가져갔다.
다만 조합을 바꾸었다. WE는 자르반 4세로 이니시에이팅 수단을 마련했고, 렉사이로 초반 개입 공격을 노렸다. 또한 코그모라는 하드캐리형 원거리 딜러를 꺼내들어 후반 교전에 대한 대비까지 마쳤다.
그리고 WE는 무리하게 위치를 잡은 '페이커' 이상혁을 처치한 것을 시작으로 상체와 허리의 주도권을 잡아 나갔다. 자르반 4세와 갈리오를 앞세워 코그모에게 안정적인 공격 위치를 잡아주는 교전 전략 또한 잘 먹혀들었다. 이렇게 WE는 조별리그의 상황을 뒤집고 SK텔레콤이라는 거물을 잡아냈다.
LPL 대표팀이 경기후 인터뷰에서 "LCK 선수들이 하고 싶은 챔피언을 고른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로 한국 대표팀의 밴픽 전략은 다소 아쉬웠다. 대회의 규모를 떠나 우승을 목표로 하는 선수들이라면 조금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했다. 이번 결승전에선 우승에 대한 절실함의 차이가 보였다.
"목표는 우승입니다". 선수들은 앞으로 참가할 대회의 목표를 말할 때, 당당하게 우승이라 말할 것이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이 말이 허풍과 자만이 아니라는 것은 경기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