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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개천을 막아버린 블리자드

[기자석] 개천을 막아버린 블리자드
지난 주 e스포츠 업계 최대 화두는 오버워치 리그였다. 오버워치 리그 지역연고지에 포함될 7개 지역과 각 지역팀의 소유주들이 공개되면서 그간 e스포츠 팬들을 궁금케 했던 오버워치 리그가 첫 번째 베일을 벗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버워치 리그에 대한 블리자드의 첫 번째 발표는 기자를 포함해 다년간 e스포츠 업계에서 일한 관계자들의 예상에서 한 치도 빗나가지 않았다. '큰손'들이 많은 북미 시장 위주로 흘러갈 것, 오버워치 리그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들어맞은 것이다. 추가로 발표될 팀들이 있을 테지만 적어도 현재까진 그랬다.

어쨌거나 블리자드가 세간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그린 청사진을 그대로 밀고 나가면서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날 일은 없게 됐다. 오버워치 리그 시스템 상 자본투자 이외에는 기존 프로게임단들이 지역연고팀에 들어갈 방법이 없고, 리그에 참가하는 팀들은 강등되는 일도 없다.

프로 스포츠의 매력 중 하나는 팀들의 자본 싸움을 지켜보는 것이다. 대개는 돈을 쓴만큼 성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재미는 자본력 약한 하위 팀들이 부자팀들을 잡아낼 때 느낄 수 있다. 15-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레스터 시티가 빅클럽들을 제치고 깜짝 우승을 차지할 때 전 세계인들이 열광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오버워치 e스포츠에선 자본력 약한 팀들이 거대 자본에 맞서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개천은 막아버리고 오버워치 리그라는 인공 호수를 만들어 허락된 자들만 들어올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블리자드가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미국 프로야구나 프로농구의 시스템을 모방하려는 것은 십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오버워치는 아직 그 정도로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으로 승격강등전을 폐지하려는 북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십 시리즈도 7년에 걸쳐 다듬어졌는데, 오버워치는 이제 겨우 1년밖에 되지 않았다. 원하는 모델의 리그를 돌리기엔 너무 이른 시점이다.

게다가 수십 개 팀을 만들기엔 넘어야 할 자본의 벽이 너무나도 크다. 한 외신에서 총 28개 팀이 될 거라 언급했지만 1차 발표에서 드러났듯이 유럽 투자자는 하나도 없었고, 중국도 겨우 한 곳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28개 팀 모두의 계약 성사 여부는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한국 투자자가 나올 가능성은 더 적다. 한 대기업 프로게임단의 사무국 직원은 "그 돈을 내고 오버워치 리그에 참여할 국내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고 단호히 말하기도 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임단 연간 운영비가 10~30억 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발언이다. 결국 오버워치 리그는 '큰손'들이 즐비한 북미 위주로만 돌아가다 그 외의 지역에서는 점차 흥미를 잃어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버워치 리그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 많은 관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풀뿌리 e스포츠, 피라미드 구조를 무시한 오버워치 리그가 성공적으로 돌아간다면 지난 십여 년 간 쌓아왔던 e스포츠에 대한 이해가 단 번에 무너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오버워치 리그가 성공한다면 다음에 흥행하는 게임도 이 모델을 표방할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시장 주도권은 자본력이 강한 자들이 갖게 될 것이고, 오랜 시간 기반을 닦아왔던 e스포츠 전문가나 선도 기업, 팀들은 설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기존 팀들은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블리자드. 어쩌면 블리자드는 '그들만의 고급 리그'를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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