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불거지자 배준식은 개인 SNS를 통해 공식적으로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배준식은 사과문에서 사건 당일 말고도 동료 선수와 비교하는 글이 자주 올라왔다며, 관련 발언을 삼가달라고 하려던 것이 감정적인 말실수로 번졌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를 사용하면서 친근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프로 선수의 궤도에서 많이 어긋난 것 같네요"라며 "앞으로는 좋은 쪽으로 나아지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상처받으신 분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심경을 전했다.
배준식이 사과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해당 발언은 프로 선수의 궤도에서 벗어난 엄연한 말실수였다. 무엇보다 팬의 사랑과 소비로 생활을 지속하는 프로 게이머가 연봉과 관련해 거드름 피우는 것은 논란을 일으킬 만한 문제다.
선수들은 언제나 프로로서의 덕목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개인 방송을 진행할 때에도, 팬에 대한 존중과 타의 모범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순간적인 감정으로 팬들을 우롱한 배준식은 말실수에 대해 자숙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프로이기에 아쉬웠던 배준식의 경솔한 행동. 이렇게 정리하고 글을 마무리해도 되지만 한가지 더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배준식의 감정을 고의적으로 건드렸던 일부 팬들의 행위에 대해서 말이다.
몇몇 사람들은 프로 게이머가 누리고 있는 혜택에 자신이 도움을 주었다는 것을 무기로 휘두른다. '네가 누구 덕분에 그 자리에 있는데'라는 마음으로 공격적인 말을 내뱉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렇게 해도 되는' 권한은 없다. 장난 혹은 애정으로 포장한다 해도 그저 언어 폭력일 뿐이다.
'프로가 이 정도는 버텨야지', '악플이야 무시하면 그만이지'라는 말 또한 프로 선수들에게 무리한 의무감을 더해줄 뿐이다. 우리는 악플에 상처받는 선수들에게 '참으라'는 말 대신 침착하게 대응할 방법을 권장해야 한다. 배준식에게도 불편했던 채팅을 직접 집어내고, 제재했어야 한다고 일러줘야 하는 것이다.
배준식은 대응 과정에서 분명히 실수했다. 다만 우리는 배준식의 잘못에 대해 지적하는 동시에 당연하게 여겼던 언어 폭력의 가해자들까지 수면 위로 끌어 올려야 한다. 이번 논란에서 말실수를 한 것은 배준식 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