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행사는 장소나 출연자, 콘텐츠가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은 e스포츠의 성지라고 불렸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시절 프로리그 결승전이 매년 여름 이 자리에서 열렸고 2004년과 2005년에는 1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절정의 인기를 과시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의 인기는 이후 다방면으로 영감을 게임들에게 영감을 줬다. 한국에게는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줬고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2를 개발할 동력을 제공했으며 다른 게임사들에게는 e스포츠를 통해 게임의 인기를 극대화하고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며 e스포츠화에 나서도록 만들었다.
블리자드는 지난 3월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가 스타크래프트:리마스터(이하 스타1 리마스터)로 다시 태어난다고 공개했고 기대감은 대단했다. 1998년 개발된 스타크래프트는 20년 동안 그래픽이 업그레이드되지 않으면서 스타크래프트2,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등에게 밀렸다. 4대3의 CRT 모니터에 최적화됐던 게임이기 때문에 엄청나게 업그레이드된 최근의 그래픽 환경에는 맞지 않은 게임이었던 것.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가 갖고 있는 게임성은 그대로 유지하되 그래픽 환경을 최적화시키면서 새로운 인기 몰이에 나섰다.
여기에 추억의 스타 플레이어들도 한 자리에 모였다. 외국인 최초로 스타리그를 우승한 기욤 패트리와 그의 상대였던 국기봉이 맞대결을 펼쳤고 스타1의 전상기를 이끌어낸 임요환과 홍진호의 '임진록', 박정석과 이윤열의 4대 천왕 매치, '택뱅리쌍'이라 불리면서 포스트 4대 천왕의 시대를 연 이제동, 이영호, 김택용이 스타1 리마스터로 3자 매치를 펼치면서 e스포츠의 성지인 광안리 해수욕장을 찾은 1만 여 명의 팬들에게 전성기 때의 추억을 선명하게 아로 새겼다.
'GG투게더'라고 불린 이 행사를 기획한 블리자드는 현장 집객 1만 여명, OGN과 XTM 등 케이블TV 채널과 트위치TV, 아프리카TV 등 스트리밍 플랫폼 등을 통해 전세계 50만 명이 실시간으로 시청했다고 밝히면서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2017년 7월30일을 보낸 전세계 사람들에게 스타1의 추억을 선사했지만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추억을 어떻게 현실로 이어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이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블리자드도 인정한 것처럼 스타1이 큰 인기를 얻었던 이유는 바로 e스포츠라고 불리는 대회가 꾸준히 개최됐기 때문이다. 1999년 프로게이머 코리아 오픈을 시작으로 최근에 이영호의 우승으로 마무리된 아프리카TV 스타리그, 김정우가 정상에 오른 스타크래프트 스타리그 클래식 등 햇수로 19년 동안 스타1 리그는 지속적으로 열려왔다. 기업 프로게임단들이 대거 철수하기도 했고 프로리그의 종목이 스타크래프트2로 바뀌기도 했지만 스타1이 명맥을 이어왔던 이유는 선수가 존재하고 대회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블리자드는 'GG투게더'가 열린 30일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스타1 리마스터의 e스포츠 계획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추후에 발표한다고 했ㅇ르 뿐이다.
데일리e스포츠가 그동안 스타1 개인리그를 열었던 OGN, 스포티비 게임즈, 아프리카TV 등에 문의한 결과 블리자드는 스타1 리마스터 e스포츠와 관련된 어떤 협의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블리자드 입장에서는 느긋하게 추진할 수도 있다. 8월15일 스타1 리마스터가 정식 발매된 이후 천천히 e스포츠 플랜을 밝히면서 이슈를 이어갈 생각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스타1 선수들 입장에서는 시간이 많지 않다. 현 시점에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택뱅리쌍'이 군에 가지 않은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이영호가 그나마 시간이 충분하고 맏형급인 송병구는 내년이면 만으로 서른이다. 신인들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스타1 종목이기에 S급 선수들이 군입대로 인해 빠진다면 리마스터 입장에서도 악재가 될 수 있다. '택뱅리쌍' 뿐만 아니라 현재 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병역 미필자다.
스타1이 리마스터될 수 있었던 발판은 e스포츠였고 그 중심에는 선수들이 있다. 브루드워를 20년 가까이 플레이해오면서 팬, 시청자를 만들었고 게임을 구입하게 만든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블리자드는 하루 빨리 e스포츠 계획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블리자드에게는 시간이 많을지 모르나 선수들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