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두 차례의 우승에도 불구하고 '에스카' 김인재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실력이 뒤처진다거나 '팀원빨'로 우승했다는 비아냥까지 듣는 그다.
비난의 정도가 심해지자 류제홍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커뮤니티를 보시면 킬데스 지표만 보고 실력을 평가하시는데, 오버워치는 팀 게임이니 섣불리 누가 못한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김인재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정황상 충분히 김인재에 대한 옹호 발언으로 볼 수 있다.
프로 스포츠에서 선수의 능력을 판단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기록이다. 기록은 선수의 실력과 성향을 단적으로 볼 수 있는 지표가 된다. e스포츠 기자들 역시 기록들을 바탕으로 기사를 쓸 때가 많다.
하지만 이 기록들만 가지고 선수에 대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아직까지 e스포츠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겉으로 드러나는 기록이 다양하지 않고, 팬들이나 기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요소들 또한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케미'라 부르는 선수 간의 조화나 경기 내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능력, 오더, 숙소에서의 생활 습관 및 연습 태도 등이 그런 것들에 속한다.
위의 조건들은 팀원을 뽑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당장은 객관적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장기적 안목으로 '케미'가 더 좋은 선수를 뽑는 팀들도 있다. 이 능력을 높게 보는 이유는 오버워치가 팀 분위기를 중요시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오버워치 뿐만이 아니라 리그 오브 레전드,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CS:GO), 서든어택 등 모든 팀 게임이 그렇다.
실제로 간판선수가 떠난 한 팀의 감독은 "전력 약화가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 선수의 눈치를 보느라 나머지 선수들이 위축되기도 했는데, 오히려 팀원들이 더 좋은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다"며 긍정적으로 보기도 했다. 이러한 부분은 내부 관계자가 아니라면 결코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에서 엔트리 제출이나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에서 선수 선발 및 교체에 관해서도 각 팀의 결과에 따라 팬들의 비판이 커질 때가 많았다. 간혹 이해가 가지 않는 선수 기용이 나왔다 할지라도 그것은 해당 선수를 24시간 곁에서 지켜본 코칭스태프들의 판단이다. 물론, 그 결과에 따른 비판은 코칭스태프가 짊어져야할 몫이지만, 그 나름의 이유는 있다는 뜻이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한 사람의 속도 잘 모르는데, 여러 사람의 복합적인 상황들은 더욱 알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런 것은 절대 기록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이 칼럼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김인재에 대한 무조건적인 옹호는 아니다. 김인재라는 선수에 대한 평가는 얼마든 나뉠 수 있다. 하지만 루나틱 하이 선수들이 그에 대해 꾸준히 지지를 표하는 것은, 단순한 동료애를 떠나 우리 눈에는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는 능력이 존재한다는 뜻일지 모른다.
킬데스 수치는 직관적이지만 그 선수가 가진 다른 능력들을 가리게 만드는 단점도 있다. 킬데스 수치로만 내리는 선수에 대한 평가나 성급한 비난, 이제 자제해야하지 않을까.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