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유니폼 응원은 정착된 문화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팀과 선수의 유니폼을 몇 벌씩 가지고 있고, 유니폼을 입음으로써 팀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 연대감을 느낀다. 구단의 특성을 담아낸 액세서리, 응원 도구 또한 비슷한 역할을 한다.
프로야구를 비롯한 다수의 전통 스포츠에는 공식 머천다이징(MD) 상품을 활용해 응원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그에 반해 e스포츠는 조금 더딘 모양새다. 팬들이 자체적으로 응원 도구를 제작하고, 선창 구호로 한 목소리를 내는 것 정도에 그쳐 있다. MD 상품 제작 및 유통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엔 무리가 있다.
사실 e스포츠에서 공식 MD 상품이 출시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작년부터 몇몇 팀이 유니폼을 제작해 판매했고, 올해부터 조금씩 게임단 사이에서 열풍이 불었다. 이에 텀블러, 마우스 패드, 슬로건 등 보다 다양한 응원 도구가 등장했다.
물론 이 추세가 문화라고 불리려면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각 게임단은 각자의 브랜드를 강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MD 상품의 구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
최근 bbq 올리버스의 MD 상품을 제작한 핸드허그와 인터뷰를 나눴다. 그리고 e스포츠의 MD 상품과 응원 문화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다.
e스포츠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대화의 시작이었다. 선수들의 계약 기간이 주로 1년이라는 점이 e스포츠의 특징인데, 이는 선수보다는 팀 자체의 브랜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이어졌다.
게임단 자체의 브랜드를 강화하는 것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마스코트를 만드는 것이다. 대다수의 프로 스포츠 구단은 저마다의 마스코트를 갖고 있고, 이를 활용한 마케팅을 선보인다. 그런데 현재 e스포츠에는 마스코트를 활용하는 게임단이 없다. 역사가 오래된 게임단 또한 마찬가지다.
마스코트는 게임단의 브랜드를 강화시킴과 동시에 친숙한 이미지를 심어준다. 마케팅과 머천다이징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 또한 늘어난다. 응원 문화를 발전시키기에 더없이 좋은 선택이다.
MD 상품에 대한 접근성 또한 아쉽다. 오프라인 매장이 없으니 말이다. 프로 야구는 경기장마다 팝업 스토어가 있어, 방문과 동시에 유니폼 및 응원 도구를 구매할 수 있다. e스포츠 또한 경기장 내부에 게임단의 MD 상품을 구비한다면 판매율이 높아질 것이다. 특히 강남 넥슨 아레나 같은 경우는 1층 접수처에서 여러 차례 이벤트 및 상품 판매를 진행한 바 있어 시도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 전망된다. 상품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고, 구매율이 좋아지면 문화는 조금씩 형성될 것이다.
e스포츠의 MD 상품과 응원 문화는 숱한 고민과 함께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 더 머리를 맞댄다면 머지않아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응원봉이나 슬로건 등으로 응원하는 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스포츠의 종주국인 한국. 응원 문화까지 선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