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e스포츠에서 한국이 강세이기 때문에 효자 종목이 될 것"이라며 찬성하는 의견을 밝혔고 "기존 스포츠에는 주인이 없지만 e스포츠는 개발사가 지적 재산권 등 제반 권리를 갖고 있고 단일 종목만을 택할 수도 없다"라면서 반대하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비슷한 양상이 지난 4월에도 벌어졌다. 아시안 게임을 주관하는 아시아 올림픽 평의회(OCA)가 중국 회사인 알리스포츠와 파트너십을 맺고 2017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에서 열리는 제5회 실내 무도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과 2022년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될 아시안게임 종목에 e스포츠를 포함시키기로 결정했을 때에도 반응은 비슷했다.
OCA와 파리 올림픽 위원회는 왜 e스포츠에 주목했을까.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라고 불린다. 각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다양한 종목에 출전해 신체 능력을 겨루는 스포츠 이벤트다. 이 대회에 e스포츠가 정식 종목이 될 자격이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존재하지만 OCA와 파리 올림픽 위원회가 e스포츠를 언급한 이유는 청소년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서다.
1020 세대는 더 이상 일반 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PC와 스마트폰에 할애하고 있으며 게임에 친숙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트렌드가 이렇다 보니 e스포츠에는 자본이 몰리고 있다. 북미 지역을 스포츠 스타들이 앞다퉈 프로게임단을 인수하고 있고 유럽 지역은 유명 스포츠 클럽들이 e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도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프로게임단에 자금을 쏟아 붓고 있는 실정이다.
아시안 게임이나 올림픽에 e스포츠의 정식 종목화가 검토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관심의 수준은 메가톤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요한 점은 e스포츠 종주국이라 자부하고 있는 한국이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내느냐는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나 스타크래프트 등 핵심 종목에서 선수들의 경기력은 이미 세계 최강이라고 입증됐다.
하지만 핵심 종목의 개발사는 한국이 아니며 자본의 흐름 또한 한국 e스포츠 시장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로 들린다.
종주국을 부르짖는 한국에게 남아있는 영향력은 국제e스포츠연맹(이하 IeSF)밖에 없어 보인다. 40여개국을 회원국으로 모으고 있는 ieSF는 전병헌 현 청와대 정무수석이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매년 국제 회의와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IeSF는 그동안 국제 스포츠 기구들과의 협업을 통해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국제 스포츠 연맹 연합기구인 스포츠어코드 가맹을 추진했고 국제 육상 연맹과도 협업을 진행했다. 국제 반(反)도핑 기구에 가입했고 국제 선수위원회 설립도 추진하는 등 국제 스포츠 규정을 준수했다.
그런 의미에서 전병헌 IeSF 회장이 SNS에 남긴 글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지난 6월 IeSF 차원에서 유럽 출장을 통해 파리 체육부의 e스포츠 담당부서와 만남을 가진 후 들려온 소식이라 더욱 기쁩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이번에 파리 올림픽 유치위원회가 e스포츠를 언급한 것에는 전 회장의 6월 유럽 출장 영향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스포츠가 아시안 게임이나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IeSF는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 e스포츠를 가장 오래 해왔고 갖은 상황을 겪어본 한국이 주도하는 국제 e스포츠 기구인 IeSF가 깊숙히 관여해야만 내실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오자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