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에서 깨어난 3학년 B반 학생들은 단체로 납치돼 신세기교육개혁법(일명 배틀로얄법) 프로그램에 강제로 참여하게 된다. 배틀로얄은 사회혼란 속에 폭력에 무감각해진 청소년들의 버릇을 고쳐주겠다며 어른들이 만든 법이다.
다소 억지스러운 영화의 배경 속에서 3학년 B반 학생들은 하루아침에 친구에서 적이 돼 서로를 죽고 죽이는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배틀로얄 프로그램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단 하나. 3일 안에 모두를 죽이고 최후의 생존자가 돼야만 한다.
배틀그라운드의 배경은 소련의 지배를 받던 섬이 점령군 저항 집단의 테러와 가스 폭발 등으로 황폐화됐다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 배틀로얄과는 달리 왜 서로를 죽고 죽여야 하는지 따위의 이유는 없다. 그러나 게임의 룰은 배틀로얄의 룰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를 죽이고 홀로 살아남는 것이다.
◆같은 듯 다른 배틀로얄 시스템
배틀그라운드에서는 배틀로얄의 흔적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무기들과 스킨뿐 아니라 배경이 되는 전장이 섬이라는 것도 배틀로얄과 같다.
배틀로얄의 섬은 둘레 10km의 섬인 무인도다. 배틀그라운드의 전장은 가로 세로 각 8km로 이루어져있으며,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은 크고 작은 2개의 섬으로 구성됐다.
영화에서는 3일간의 시간이 주어지지만 게임에서는 정해진 시간마다 자기장이 줄어들며 생존자들을 한 곳으로 몰아넣기 시작한다.
배틀로얄에서는 키타노 선생이 6시간마다 한 번씩 방송으로 금지구역을 통보한다. 통보한 시간 금지구역에 위치한 학생은 목걸이가 폭발해 사망하기 때문에 한 곳에만 있을 수가 없다. 배틀그라운드에서는 이 시스템을 폭격이 이루어지는 레드존으로 응용했다.
게임 내에서 원의 반경이 점점 좁아지고 자기장 속도가 빨라지는 것처럼 영화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금지구역을 늘려간다.
◆사람 잡는 복불복
배틀그라운드에서 아이템 파밍 시 느낄 수 있는 '복불복'도 배틀로얄에서 나오는 한 장면이다. 배틀로얄 시작과 함께 학생들은 음식과 무기가 든 가방을 하나씩 받게 되는데, 이 가방 안에는 총부터 시작해 낫까지 다양한 무기들이 들어있다. 물론 부채 같이 쓸데없는 아이템도 있다.
배틀로얄2에서는 보급품과 비슷하게 탄약들이 헬기를 통해 보급된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도 어떤 탄약상자에는 두루마리 휴지가 들어있는 등 여전한 복불복이 존재한다.
우린 때때로 영화 초반 죽는 '여자 18번'처럼 제대로 된 게임조차 하지 못한 채 허무하게 죽기도 한다.
◆영화의 느낌 그대로
배틀그라운드에는 배틀로얄에 등장한 다양한 무기들과 의상들이 똑같이 등장한다. 배틀로얄에서는 석궁과 권총, UZI가 등장하고, 배틀로얄2에서는 오토 라이플과 스나이퍼 라이플이 대거 등장한다. 방탄조끼와 헬멧, 보트도 배틀로얄2에서 나온다.
배틀로얄에는 배틀그라운드의 상징적 무기인 프라이팬은 없지만 냄비 뚜껑이 존재한다. 주인공 나나하라 슈야는 냄비 뚜껑으로 한 차례 죽을 위기를 넘기기도 한다.
개발사인 블루홀 스튜디오가 지난 7월 말 공개한 스킨들은 교복과 키타노 선생의 체육복, 치구사의 노란 체육복 등 배틀로얄 1편에 등장하는 의상들이다.
◆배틀로얄이 주는 교훈
배틀로얄이 생존에 중점을 뒀다면, 배틀로얄2는 진짜 전쟁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시카노토리데 중학교 3학년 B반 학생들은 전작의 생존자들이 만든 테러단체 와일드 세븐을 제거하기 위해 또 다른 섬으로 투입되면서 의도치 않았던 전쟁의 희생양이 된다.
배틀로얄이 친한 친구를 죽여야만 하는 특별한 상황에서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조명해 호평을 받았다면 배틀로얄2에 대해서는 혹평이 주를 이뤘다. 람보 뺨치는 억지스러운 주인공의 교전 능력도 문제지만, 반미와 반전을 외치면서 무차별 살상을 멈추지 않는 주인공의 태도가 아이러니함의 수준을 넘어선 것. 배틀로얄 참가로 인해 정신이 피폐해진 주인공처럼 영화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을 전개하다 산으로 가버린다.
배틀로얄이 배틀그라운드에 주는 교훈은 확실하다. 원작의 흥행에 취해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다 그 이후를 망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게임을 즐기고 있는 많은 유저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두 영화와 게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도 있다. 살인과 전쟁은 게임과 영화 속에서만 존재해야 한다는 것. 배틀로얄만큼 잔혹한 경쟁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