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에서 활동하는 선수, 코칭 스태프, 관계자 모두 꿈을 갖고 있다. 다만 절박함에 따라 크기가 천차만별인데,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2018 스프링 승강전에서 '최강의 전사'를 만나볼 수 있었다. 병마와 싸워온 그와 그의 무기는 무엇보다 단단했다.
콩두 몬스터의 '제파' 이재민 코치 이야기다. 나진 화이트 쉴드, 나진 e엠파이어에서 원거리 딜러로 활동했던 이재민은 갑작스레 발병한 지방육종암으로 선수 생활을 접었다. 그리고 이어진 수술과 항암치료. 인고의 시간을 보내며 회복에 집중한 이재민은 다시금 e스포츠 무대에 등장했다. 선수가 아닌 콩두 몬스터의 코치로 도전에 나선 것이다.
LoL 챌린저스 코리아 2016 서머 시즌에 합류한 이재민 코치는 팀의 전력을 크게 높여줬다. 다만 결승전을 앞두고 병이 재발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이재민 코치는 결승전과 승강전 첫 경기를 병원에서 지켜봐야 했다.
결국 팀은 승격했고, 이재민 코치는 미안함을 한 쪽에 내려놓으며 크게 안도했다. 하지만 병마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다시금 병세가 악화되며 팀을 떠나야 했던 것. 롤챔스 2017 스프링 시즌 도중에 재합류했지만 성적을 끌어올리기엔 무리가 있었다. 콩두는 시즌 최하위를 기록했고, 이어진 승강전에선 강등의 수모를 겪었다.
패기롭게 롤챔스에 승격했던 이재민 코치와 콩두의 꿈은 그렇게 스러지는가 싶었다. 하지만 콩두는 롤챔스 2018 스프링 승강전 자격을 획득하며 롤챔스의 문을 한 번 더 두드렸다. 그리고 에버8 위너스, bbq 올리버스를 완파하고 가장 먼저 승격에 성공했다.
힘들고 오랜 시간이었다. 병마를 등에 업고 싸워온 이재민 코치는 끝내 승리를 쟁취했다. 이후의 싸움 또한 만만치 않겠지만 그의 다부진 표정은 '문제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발병에 선수 생활을 포기해야 했던 이재민 코치. 코치로 전향한 뒤에도 병마에 싸우며 미안함과 답답함을 품고 있어야 했고, 두려움과 조급함에 시달려야 했다. 과정이 결코 편치 않았던 그를 롤챔스까지 끌고 온 것은 꿈이었다.
누구나 가슴속에 크고 작은 꿈을 갖고 있다. 그리고 몇 차례 좌절을 겪으면서 '내 꿈은 볼 품없고 모자라다'며 꿈을 미뤄두곤 한다. 하지만 우리의 꿈은 더없이 반짝이고 강하다. 이재민 코치가 보여줬 듯이 말이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