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원의 참가비에도 불구하고 12개 팀이 오버워치 리그에 출전을 확정지으면서 오는 12월 열리는 시범경기와 2018년 1월 열릴 첫 번째 시즌은 큰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버워치 리그의 면면을 살펴보면 e스포츠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그대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2월 기자 간담회를 통해 오버워치 리그에 대한 계획이 발표된 직후 업계에서 10년 가까이 활동한 국내 e스포츠 관계자들은 "현 시장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우려 섞인 입장을 공통적으로 내놓았다. 상당한 자본력을 갖춘 북미에서만 참가팀이 나올 것이라는 의견이 상당수였다.
그리고 오버워치 리그에 참가할 12개 팀이 확정된 지금, 전문가들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12개 연고지 중 9개가 미국에 있고, 나머지 3개 역시 미국 자본과 뗄 수 없는 관계다. 런던을 연고지로 삼은 클라우드 나인은 북미를 대표하는 프로게임단이며, 서울팀의 자본 역시 실리콘 밸리로부터 흘러들어왔다. 상하이 소유주인 넷이즈는 블리자드의 중국 내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퍼블리셔로 자발적 참여 기업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거대 자본으로 이루어진 오버워치 리그가 미국에 집중됨으로 인해 문제가 되는 것은 다른 지역의 리그가 소외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리그를 1부로 보고, 컨텐더스나 에이펙스 등 기존의 지역 리그들을 2부 리그 취급하겠지만 문제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2부 리그가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 있다.
중국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프로게임단들은 2018년 시즌을 앞두고 오버워치 팀들을 대거 해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문대로 중국 팀들 다수가 해체될 경우엔 중국 내 리그인 프리미어 시리즈의 존속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북미와 유럽의 컨텐더스도 경쟁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컨텐더스에 참여하는 팀들 중 상위권 팀들은 대부분 이미 오버워치 리그 참가가 확정됐거나 참가할 확률이 높은 팀들이다. 이들이 차기 시즌에 모두 빠져나가고 나면 컨텐더스의 평균 실력은 급격히 하향될 것이 뻔하고, 이는 곧 리그의 경쟁력과 인기 하락을 예고한다.
한국의 에이펙스 역시 차기 시즌에 세 팀이나 빠져나가게 되면서 리그 구조 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북미를 제외한 지역의 리그들이 경쟁력을 잃게 되면, 오버워치 리그가 몇 시즌 뒤에 참가 팀 규모를 확대하고 싶어도 참가할만한 경쟁력을 갖춘 팀들은 이미 사라지고 난 뒤일 것이다. 자본력을 갖춘 기업이 새롭게 오버워치 리그 참가에 관심을 드러낸다 한들, 경쟁력이 떨어지는 팀들을 인수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처럼 오버워치 e스포츠가 미국 위주로 시장이 재편된 마당에, '글로벌 리그'를 외쳤던 오버워치 리그가 미래에 진정으로 '글로벌'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블리자드가 미국 자본 위주로 흘러가는 미식축구(NFL)를 오버워치 리그의 롤 모델로 삼았다면 그나마 납득이 가지만, 세계 시장을 노리고 있다면 현재의 행보가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현재까지 전문가들이 예상한대로 흘러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확률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오버워치 리그가 미국만의 리그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선 블리자드가 현 시점의 문제점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모두를 이해시킬 수 있는 대책과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