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축구에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칼레의 기적'이다. 2000년 프랑스 FA컵이 열리던 당시 4부 리그 팀이었던 라싱 위니옹 FC 칼레는 프로 팀들을 연파하며 결승전까지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비록 많은 팬들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결승전에서 FC 낭트에 패했지만 진정한 언더독의 반란이 뭔지 보여준 팀임에 틀림없다.
2004년 열린 UEFA 유로 챔피언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변방국 중 하나로 치부됐던 그리스가 프랑스, 체코, 포르투갈을 연파하면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그리스의 우승은 당시 축구계를 뒤흔들만한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였다.
앞의 두 일화와 규모 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오버워치 e스포츠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21일 열리는 오버워치 APEX(에이펙스) 시즌4 결승에서 로열로더에 도전하는 GC 부산이 그 주인공이다.
GC 부산의 시작은 3부 리그였다. GC 부산은 지난 3월 시작된 오버워치 전국 PC방 경쟁전에서 무실 세트 우승을 차지하면서 2부 리그인 에이펙스 챌린저스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경기를 지켜본 많은 팬들은 GC 부산을 두고 "아마추어답지 않은 경기력"이라고 칭찬했다.
GC 부산은 오버워치 에이펙스 챌린저스 시즌4에서도 승승장구했다. 1차 풀리그에서 6승 1패를 기록해 8개 팀 중 1위를 차지한 것. 6개 팀이 출전한 2차 풀리그에서는 LW 레드에게 패하면서 아쉽게 2위에 머물렀지만 에이펙스에서 일부 팀이 해체되고 해외 팀들이 출전하지 않게 되면서 운 좋게 승격강등전 없이 1부 리그인 에이펙스에 직행할 수 있게 됐다.
GC 부산은 2승 1패 성적으로 16강 조별 리그를 통과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GC 부산이 결승에 오르리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전 시즌 3위 팀인 아프리카 프릭스를 꺾은 것은 단순한 이변 중 하나로 치부됐다. 무엇보다 LW 레드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것이 GC 부산의 한계를 느끼게 했다.
그러나 8강 최종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GC 부산은 8강 첫 경기서 전 시즌 챔피언 루나틱 하이를 3대0으로 완파했지만 승자전서 러너웨이에 2대3 석패를 당했다. 최종전으로 떨어진 GC 부산의 상대는 또 다시 루나틱 하이. 역시 이때도 칼을 간 루나틱 하이가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했지만 GC 부산은 다시 한 번 3대0 대승을 거두면서 4강에 올랐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GC 부산의 4강 상대는 클라우드 나인 콩두. 전 시즌 준우승팀인 콩두는 에이펙스 시즌4에서 우승후보 0순위로 평가받고 있었다. 하지만 GC 부산의 딜러진은 콩두의 두 딜러 '라스칼' 김동준과 '버드링' 김지혁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오히려 상대를 압도하면서 4대0의 완승을 거뒀다. 전 시즌에 결승 무대를 밟은 두 팀을 상대로 10세트 연승이라는 기록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GC 부산의 기세가 좋지만 결승전에서는 러너웨이의 근소한 우세가 점쳐진다. 8강에서 풀세트 접전을 벌였지만 GC 부산을 제압한 좋은 기억이 있고, 무엇보다 시즌2 당시 결승 무대에 서봤다는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결승전 현장의 분위기를 장악할 러너웨이의 팬덤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또 러너웨이가 시즌3에서 부진하긴 했지만 이후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해 더욱 단단해진 모습을 보였고, 최근에는 합숙까지 하면서 팀워크도 더 세밀해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GC 부산의 입장에선 경험과 전적에서 러너웨이에 모두 뒤처지는 셈이지만 이전에도 이 모든 것들을 격파하고 올라왔기 때문에 GC 부산이 결승전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팬들은 궁금해 하고 있다.
3부 리그부터 1부 리그 결승까지 쉼 없이 달려온 GC 부산. GC 부산이 오버워치 에이펙스 시즌4 결승전서 '칼레'가 될지, 혹은 '그리스'가 될지, 러너웨이와의 마지막 대결에 귀추가 주목된다.
오버워치 에이펙스 시즌4 결승전은 21일 오후 6시부터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치러지며, OGN을 통해 중계된다. 인터넷으로는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비롯해 트위치TV와 유튜브 등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