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PC방 점유율 20%를 넘기면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아성을 위협 중에 있다. 배틀그라운드를 쾌적하게 즐기기 위해 PC를 업그레이드 했다거나 할 예정이라는 사람들도 상당하다.
이 같은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e스포츠화에 대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케이블 방송사들은 물론 e스포츠 대회를 전문적으로 개최하는 업체들도 배틀그라운드 대회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세우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는 TSM이나 NiP 같은 명문 게임단들이 발 빠르게 배틀그라운드 팀을 창단해 유능한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MVP가 가장 먼저 배틀그라운드 팀 창단을 발표했고, 카운터 스트라이크, 블랙스쿼드, 스페셜포스, 오버워치 등에서 프로게이머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배틀그라운드를 통해 복귀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나 게임단, 선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한결같이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블루홀이 앞으로의 e스포츠 계획과 관련해 아무런 것도 공유하거나 제공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e스포츠 시장은 대회 운영업체보다 종목사(개발사)가 주도하는 형태로 흘러가고 있다. 각종 대회들은 종목사가 세운 정책과 계획에 따라 운영된다. 게임단들 역시 종목사의 계획을 보고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정한다. 팀의 수익 활동이나 존속 가능성에 큰 영향을 끼치지 때문이다. 그래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가 태동하려는 지금, 블루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블루홀은 아직까지 e스포츠 전담팀도 구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 영입을 위해 헤드헌터까지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진행 속도가 너무 느긋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11월 중순 지스타에서 아시아 인비테이셔널을 개최한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어떻게 e스포츠를 운영해나갈 것인지 대해 알려진 것이 전혀 없다.
팀 창단이나 후원을 고려중인 기업들의 경우 내년도 예산안을 보통 10월 말에서 11월 중순까지 준비해야 하는데, 블루홀이 발표를 하지 않으니 무턱대로 예산을 짤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적지 않은 팀들이 2018년 1~2분기 흐름을 지켜본 뒤에나 팀 창단 여부를 결정지을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블루홀이 'e스포츠'라는 단어 사용에도 굉장히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게임 자체는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운적인 요소가 있고 규모가 크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e스포츠 종목으로서 안착시켜야 할지 블루홀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블루홀 입장에서는 뜻밖의 흥행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e스포츠 시장의 한가운데에 서게 된 것이니 준비가 미흡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블루홀이 좋든 싫든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고, 이미 많은 국내외 업체와 사람들이 뛰어들고 있다. 블루홀에게 거부할 수 없는 책임이 생긴 것이다. e스포츠 정책 수립에 속도를 내야하는 이유다.
주도적인 e스포츠 운영이 부담스럽다면 굳이 디테일한 것까지 정하지 않고 CS:GO나 도타2의 밸브처럼 큰 정책 기조만 유지한 채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배틀그라운드는 e스포츠 시장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외산 게임이 중심인 세계 e스포츠 시장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다시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배틀그라운드에 기대를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적인 e스포츠 시장 안착을 위해 급하게 가서도 안 되지만 너무 느긋하게만 생각하다간 성장 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폐쇄적이고 비밀스러운 준비보다는 여러 전문가 및 단체들과 협업할 필요가 있다. 공개적으로 이야기가 오갈 때 더욱 건설적인 내용이 나올 수 있고 속도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루홀이 배틀그라운드를 e스포츠로도 성공시켜야한다는 부담감에 홀로 끙끙 싸매지 말고 열린 자세로 업계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