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각 팀 미드 라이너들의 활약이 빛났다. 삼성의 '크라운' 이민호는 특유의 연습량을 바탕으로 메타를 선도했고, SK텔레콤의 이상혁은 팀의 중심을 단단히 지탱하며 경기를 캐리했다. 두 선수는 8강을 통해 자신의 '클라스'를 입증해 보였다.
이민호는 일찍이 16강 1907 페네르바체 e스포츠전에서 말자하를 꺼내들며 변수 플레이를 예고했다. 그리고 8강에서 그 능력을 여과없이 발휘했다. 롱주와의 8강 1세트에서 '비디디' 곽보성의 신드라를 상대로 말자하를 픽한 이민호는 3세트 리산드라를 꺼내는 강수를 뒀다.
이민호의 리산드라는 쉔, 세주아니와 함께 어그로를 끄는 역할을 했다. 적 진영에 파고들어 궁극기 '얼음 무덤'과 아이템 '존야의 모래시계'로 공격의 맥을 끊는 것인데, 이 플레이는 원거리 딜러가 캐리하는 '향로 메타'에서 톡톡한 역할을 했다.
이전부터 이민호는 상당한 연습량을 바탕으로 챔피언 폭과 활용 방안을 넓혀왔다. 2016 롤드컵 한국대표 선발전에서 메타에 걸맞는 탈리야, 말자하를 꺼내들어 경기를 캐리했고, 이후에도 신드라, 르블랑 등 '인생 챔피언'을 발견하며 활약해왔다. 그리고 이민호는 롤드컵 2017에서 군중 제어기가 강력하거나 어그로 관리가 뛰어난 챔피언으로 원거리 딜러에게 힘을 실어줬다. 항상 연구하는 자세로, 메타를 주시하는 이민호만이 해낼 수 있는 플레이다.
이민호가 특유의 연구 능력을 보여줬다면 SK텔레콤의 '페이커' 이상혁은 명성에 걸맞는 품격을 과시했다. SK텔레콤은 20일 열린 미스핏츠와의 8강전에서 1대2까지 내몰리는 위기를 맞았다. 그리고 절벽 앞에서 팀을 잡아 끈 것은 이상혁이었다.
이상혁은 미스핏츠전 4세트에서 라이즈를 선택, 말문이 막히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유연한 무빙으로 상대의 개입 공격을 피함은 물론, 스킬 연계부터 궁극기 활용까지 모자람이 없었다. 6킬 1데스 6어시스트, 킬 관여율 75%. 이상혁의 캐리력에 승리를 차지한 SK텔레콤은 기세를 몰아 4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사실 이상혁은 '경계 대상 1순위'로 떠오르며 매번 곤욕을 치렀다.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아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상혁은 8개의 챔피언으로 KDA 4.52를 기록하며 중심을 지켰다. 그리고 팀이 필요할 때, 기대 이상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가 '페이커'인 이유다.
비록 8강에서 물러났지만 롱주의 '비디디' 곽보성의 활약 또한 대단했다. 곽보성은 롤드컵 첫 출전임에도 주눅들지 않았고, 7.16의 KDA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16강 1라운드 세 경기에선 한 번도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곽보성은 자신이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했다.
모든 선수들은 시간과 함께 성장하고, 롤드컵은 또한 점점 치열해진다. 멈춰 있으면 금방 도태되는 시기.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한국 선수들은 보란 듯이 증명을 해낸다. 그들의 '클라스'는 여전하다는 것을 말이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