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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올림픽은 e스포츠가 필요하다

[기자석] 올림픽은 e스포츠가 필요하다
최근 e스포츠 업계의 큰 화두는 e스포츠의 올림픽 입성이다. 사기업의 콘텐츠가 다른 종목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겠냐는 지적에서부터 다양한 종목들 중 어떤 것을 택해야 하는지 등 산적한 숙제들이 많지만, 어쨌건 e스포츠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다면 업계의 위상이 올라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6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정상회의에서 e스포츠를 주제로 한 논의가 이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져졌다. 그간 체육계 관계자들의 입에서 e스포츠가 거론돼 관심을 받은 적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기에, 이번 IOC 정상회의에서 e스포츠라는 주제를 두고 이야기가 오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고무적인 일일 수밖에 없다.

e스포츠의 올림픽 입성이 국제e스포츠연맹(IeSF)을 비롯한 업계의 숙원 사업이긴 하지만 사실 급한 쪽은 올림픽으로 보인다. 올림픽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관심과 인기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열렸던 브라질 리우 올림픽과 관련해 국내에서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서는 '올림픽에 관심 있다'는 답변이 60%밖에 나오지 않았다. 리우 올림픽 평균 TV 시청률은 역대 올림픽 중 최저였고 10%를 약간 상회했다. 이전의 올림픽들이 30%에 가까운 시청률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 수치다.

이 같은 올림픽의 인기 하락은 해외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으며, 이는 올림픽 개최 도시의 적자로 이어지고 있다. 리우 올림픽의 경우 6조 7천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최근에는 올림픽 유치를 원하는 도시의 주민들이 오히려 올림픽 유치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한다. 신축 경기장의 사후 관리가 어려워 장기간 적자가 지속되는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축구나 야구, 농구 등 인기 스포츠 팀들이 e스포츠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IOC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을 것이다.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지 못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정통 스포츠들이 그 대안으로 e스포츠를 택했기 때문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유럽, 북미에서는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10~20대들이 게임과 e스포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자라왔다. 정통 스포츠 클럽들은 충성도 높은 팬들의 고령화와 새로운 팬의 유입이 나날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전문 시장조사 업체 뉴주는 이미 지난 2015년에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과 도타2 디 인터내셔널 등 주요 e스포츠 대회들이 미국 프로농구(NBA) 결승전이나 프로야구(MLB) 결승전 평균 시청자 수를 넘어섰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정통 스포츠 클럽들은 e스포츠 팬들을 자신들의 잠재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직접 e스포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북미에서 스포츠 자본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북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십 시리즈(LCS)에서는 2018 시즌을 앞두고 NBA의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휴스턴 로케츠,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프랜차이즈 가입 소식이 전해졌고, MLB의 뉴욕 양키스는 에코 폭스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오버워치 리그에서는 미식축구 NFL의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나 MLB의 뉴욕 메츠 같은 명문 클럽의 소유주들이 수백억 원을 투자해 팀을 창단하고 나섰다. 2016년과 2017년에 유럽 축구 팀들이 피파 프로게이머 한두 명을 영입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투자 규모다.

스포츠 클럽 뿐만 아니라, BMW나 벤츠, 아우디, 스바루 등 자동차 회사들도 최근 각종 e스포츠 대회들을 후원하면서 e스포츠에 친숙한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자신들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다시 올림픽 얘기로 돌아가 보자. 올림픽은 '적자 올림픽' 혹은 '올림픽의 저주'라는 오명이 붙을 정도로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올림픽 정신'이라는 명분만으로는 향후 50년, 100년을 바라보는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기가 어려울 것이다.

물론 e스포츠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다고 해서 올림픽의 수익성이 얼마나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자세한 연구와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비인기 종목이 즐비한 지금과 비교했을 때 e스포츠의 종목 추가가 올림픽 입장에서 결코 마이너스는 아닐 것이다.

IOC도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해 더 이상 보수적인 자세만 취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e스포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 배경도 미래 올림픽의 불안 요소를 해결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올림픽은 e스포츠가 필요하다. e스포츠 그 자체가 아닌 e스포츠가 가진 힘만을 원한다 하더라도 이제 e스포츠의 올림픽 입성은 시간문제다. 남은 과제는 올림픽에서의 공정한 경기를 위해 각 종목사들이 경기 규정을 다듬는 등 내실을 다져야 하는 것이다. 한국e스포츠협회도 국가대표 선발 방식에 대한 고민을 미리 해두어야 한다. 유력 종목에 대한 선수 육성과 지원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이 김칫국 마시는 일이라 하기엔 앞서 열거했듯이 해외 스포츠 시장의 움직임으로 미루어볼 때 e스포츠의 올림픽 입성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당장은 거부감이 든다 하더라도, 올림픽은 분명히 e스포츠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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