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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배틀그라운드 룰 세팅, 다양한 시도 필요해

[기자석] 배틀그라운드 룰 세팅, 다양한 시도 필요해
아직 제대로 된 시작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벌서부터 뜨겁다. 최근 열린 배틀그라운드 아시아 인비테이셔널 한국대표 선발전 '로드 투 지스타'는 대회 진행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긴 했지만 그와는 별개로 대회에 대한 e스포츠 팬들의 관심만큼은 어느 메이저 종목 못지않았다. 몇몇 팀들은 벌써부터 고정 팬까지 생긴 모습이다.

배틀그라운드에 대한 관심은 e스포츠 팬들 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도 뜨겁다. 몇몇 e스포츠 관련 회사들은 2018년에 배틀그라운드 대회를 열 계획이 있거나 검토 중에 있다. OGN은 지난 9일에 배틀그라운드 리그 티저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상 제목이 배틀그라운드 서바이벌 시리즈 2017인 것으로 보아 연내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OGN이 배틀그라운드를 위해 대형 스튜디오를 마련 중이라는 소식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이처럼 다양한 배틀그라운드 대회가 준비 중이지만 대부분 대회 규정과 관련해선 아직까지 답을 찾지 못한 분위기다. 이전에 없던 게임 방식이기에 대회 규정을 어떻게 마련해야하는지 기준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

큰 틀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지난 8월 독일 쾰른서 열린 IEM 게임스컴 인비테이셔널에서처럼 여러 라운드를 진행하고 라운드별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정하는 방식이 차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 번의 승부로 순위를 정하기엔 변수가 너무나도 많은 게임이기 때문에 여러 차례 레이싱을 통해 순위를 정하는 모터스포츠와 비슷한 형태로 가는 것이다. 최근 열리고 있는 아시아 인비테이셔널 한국대표 선발전도 각 4라운드씩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포인트 배분에 있다. 현재 대부분의 대회가 1위 500점을 시작으로 순위가 내려갈 때마다 낮은 점수를 주고 있고 킬 포인트는 1킬 당 10점씩 계산하는데, 일각에서는 킬 포인트가 너무 적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TV 인비테이셔널의 경우 1위 500점, 2위 365점, 3위 310점을 줬는데, 한 라운드만 놓고 본디면 1위 팀이 1킬만으로 1위를 했을 때 3위 팀은 10킬을 해도 100점이나 차이가 나는 방식이다.

때문에 기자를 비롯해 적지 않은 e스포츠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킬 포인트를 최소 20점에서 30점 수준으로 올려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킬 포인트 변화에 따라 경기 내용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자석] 배틀그라운드 룰 세팅, 다양한 시도 필요해

생존이 주목적인 게임이긴 하지만 현재 펼쳐지고 있는 대회들의 게임 양상은 매번 같다. 네, 다섯 번째 원이 좁혀질 때까지 5~60명이 생존해 있다가 마지막 순간 난전이 벌어져 순식간에 경기가 끝나는 모양새다. 만약 정식 리그가 출범한 뒤에도 계속해서 이런 식이라면 e스포츠로서의 인기는 금세 사그라지고 말 것이다.

배틀그라운드의 초반 15분은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인전과 비슷한 면이 있다. 파밍에 신경을 쓰고 후반을 준비한다. 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는 지루한 라인전 양상을 정글러의 갱킹을 통해 풀어준다. 현재 대부분의 배틀그라운드 경기 양상은 초반 이렇다 할 갱킹 없이 후반 한타만 바라보는 리그 오브 레전드나 다름없다.

만약 킬 포인트를 2~30점대로 올린다면 이 부분을 극복할 수 있다. 후반 생존력이 약하다고 판단되는 팀은 킬을 통해 순위를 높이려 할 것이기에 지금과는 다른 색다른 전략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 서버에서만 보던 '통곡의 다리'가 경기에 등장한다면 지금보다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좁아지는 고지만을 향해 모두가 우르르 몰려드는 것이 아니라, 육식을 하려드는 팀들도 등장할 여지가 있다. 이를 통해 각 팀의 개성이 좀 더 뚜렷해질 수도 있고, 인기 팀의 발목을 잡는 리그의 '빌런'이 탄생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킬 포인트를 올리는 것이 생존 게임의 의미를 해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킬 욕심이 많아진 상황에서의 생존이 더 큰 가치를 지닐지도 모른다.

두 번째 딜레마는 1인칭 시점 모드(FPP)의 도입이다. 현재 국내 경기들은 모두 기본 시점인 3인칭 시점 모드(TPP)로 진행되는 반면, 해외에서는 FPP로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지스타 기간 함께 열릴 IEM 오클랜드 역시 FPP로 대회가 치러질 참이다.

해외 대회가 FPP 방식으로 치러지는 이유는, TPP는 벽 뒤에서 상대를 기다리는 쪽이 크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같은 실력, 같은 무기라면 기다리는 쪽이 결코 질 수 없기 때문에 밸런스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 FPP일 때는 볼 수 없는 각도도 모두 확인할 수가 있다.

지금이야 별다른 중요성을 못 느끼겠지만, 향후 국제 대회가 FPP로 열릴 경우 국내 팀들이 FPP 방식에 대한 대비가 전혀 돼있지 않다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팀들은 상위권에 오르기 힘들 것이다. 이미 몇몇 국내 팀들은 FPP 연습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야각 차이에 따라 플레이 양상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회 룰을 정하는데 있어 정해진 답은 없다. 대부분 종목들은 e스포츠로서 자리를 잡아가는데 있어 룰 세팅에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배틀그라운드 역시 초기에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밖에 없다. 대회에서 FPP와 TPP를 병행할 수도 있고, 킬 포인트를 조절해가며 데이터를 쌓는다면 적절한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열릴 배틀그라운드 대회마다 룰이 제각기 다를 수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을 찾고자 하는 것이기에 이러한 시도들에 대해 팬들도 관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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