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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WEGL, e스포츠 문턱 낮췄다

[기자석] WEGL, e스포츠 문턱 낮췄다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국내 최대 게임 박람회인 지스타 2017이 진행됐다.

여느 때처럼 다양한 게임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액토즈소프트가 마련한 WEGL 부스에서는 나흘 간 많은 e스포츠 경기와 이벤트들이 쉬지 않고 진행됐다.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CS:GO)부터 시작해 철권7,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오버워치, 하스스톤 등 다양한 종목의 경기가 치러졌다. 이외에도 마인크래프트와 리듬 게임인 디제이 맥스, 몇 가지의 인디 게임을 활용한 e스포츠 경기도 진행됐다.

사실 e스포츠 종목 선정에 대해 보수적인 기자 입장에서는 마인크래프트나 인디 게임으로 e스포츠를 진행한다고 했을 때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과연 이 게임들로 제대로 된 경기를 치를 수 있을까' 하는 우려였다. 아마 기자 외에도 적지 않은 이들이 '이런 게임으로 무슨 e스포츠냐'며 부정적 입장을 취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마인크래프트와 인디 게임들로 치러진 경기에도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경기 내용에 집중했다. 대중에 노출되기 힘든 인디 게임들이 지스타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다.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CS:GO의 경우 국내에서 인기가 없는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람객이 중국의 비시 게이밍과 호주의 치프스 e스포츠 클럽이 펼치는 결승전을 집중해서 지켜봤다.

처음부터 CS:GO를 보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었더라도 이런 식으로 게임을 접한다면 새로운 팬이 유입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두 팀의 결승전은 3세트 마지막 라운드가 돼서야 승부가 결정지어질 만큼 박빙이었기에 CS:GO가 주는 매력에 빠진 이들도 분명 존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CS:GO나 철권7 같은 매니악한 게임뿐만 아니라 e스포츠라는 문화 자체에 거리감을 느끼던 이들은 마인크래프트나 인디 게임 같은 라이트한 종목의 경기들을 통해 e스포츠에 한 발 가까이 다가섰을 것이다. 이를 통해 e스포츠에 입문하는 계기가 됐다면 그것만으로도 WEGL의 효과는 크다고 볼 수 있다.

e스포츠가 아무리 대중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해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e스포츠를 접하지 못했거나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기존의 인기 있는 종목들은 게임을 잘 모르면 보기가 어려워 처음부터 e스포츠에 큰 재미를 느끼기 힘들 수 있다. 반면 WEGL에서 선보인 인디 게임들은 게임이 단순해 직관적이었다. 이들이 메인 종목으로 나서지는 못하더라도 e스포츠의 문턱을 낮추는 도우미 역할은 충분히 했을 것이다.

WEGL이 2018년도에 어떤 포지션을 취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시도가 다시 한 번 이어진다면 더 많은 e스포츠 팬들의 유입을 도울 수 있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대회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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