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러한 '전문 대리 기사'들을 잡아내기란 쉽지 않다. 여러 정황상 맞다고 해도 결정적인 증거가 없으면 낙인찍기에 그칠 뿐이다. 인터넷상에 떠도는 몇 가지 심증들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물증이 없기 때문인데, 그 역시도 당사자가 관련 자료를 삭제하거나 아니라고 잡아떼면 그만이다.
설령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다 하더라도 기자 입장에서는 문제 제기를 할뿐, 게이머를 그만두라고 강제할 수 없는 노릇이다. 과거 저지른 대리 게임의 위법 행위 유무를 떠나 프로게이머를 하겠다는 것은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은 수면 위로 올라온 그들이 앞으로는 대리 게임을 하지 않겠다 하더라도, 과거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 진정한 반성을 했는가이다. 과거 잘못된 행위에 대해 먼저 사과하는 이는 여태껏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과거 잘못이 들춰졌을 때 사과를 하는데, 사과도 없이 프로게이머로 데뷔하겠다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보이기 때문에 더욱 좋게 받아들일 수가 없는 부분이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프로게이머들의 인성 논란도 문제지만 전문 대리 게이머들이 더 악질이라 보고 있다. 인성 논란은 누군가를 기분 나쁘게 만드는데 그치지만, 돈을 받고 하는 대리 게임은 누군가의 꿈을 포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대리 게임은 공정 경쟁을 해치는 일임에 틀림없다.
배틀그라운드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 중 일부는 유명한 대리 게이머들의 존재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다. 몇몇은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유명하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의미다. 그러니 이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 팀들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제 있는 선수를 영입한 사무국이나 코칭스태프가 모르고 그랬다면 능력이 없는 것이고, 알고 그랬다면 양심이 없는 것이다.
돈이 급해 대리 게임을 했다는 이들이나, 단기간에 성적을 내고 싶어 문제를 알고도 선수 영입을 결정한 팀이나 매 한가지다. 일부는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 '별 것 아닌 일로 유난 떤다'는 식으로 매도하니 무력감마저 느낀다.
대리 게임 의혹을 받는 몇몇 선수들의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들의 실력은 이미 입증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돈을 받고 할 정도의 재능이면 말다했지 않은가. 문제가 있어도 '프로는 잘하면 그만'이라며 밀어주는 이들도 있으니 스타성도 보장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자에게 과연 정정당당한 경쟁에 나설, 경쟁의 최정점에서 게이머들을 대표할 자격이 있을까라고 말이다. 모두에게 인정받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면, 진실된 사과가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