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와 팬의 유대감이 깊은 e스포츠에서 스토브 리그 만큼은 분위기가 경직돼 있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고, 다른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의 모습이 익숙해질 때까진 말이다. 이에 게임단은 경직된 분위기를 풀기 위한 저마다의 마케팅을 시도한다. 선수들의 일상 콘텐츠를 올리거나 소규모 이벤트에 개최하는 식이다. 이 중 팬미팅이 각광 받고있다.
승강전을 통해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2018 스프링에 복귀한 콩두 몬스터와 bbq 올리버스, 진에어 그린윙스가 최근 팬미팅을 진행했다. 롤챔스에 돌아온 콩두는 오랜만에 만나는 팬들과의 시간이 필요했고, bbq와 진에어 또한 시즌에 대한 각오와 새로 영입한 선수들을 인사시켜야 했다. 팬들의 요구와도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이었다.
지난 15일 진에어와 bbq의 합동 팬미팅 현장을 다녀왔다. 팬미팅은 깔끔하게 진행됐다. 선수들의 자기소개와 팬들과의 질의응답 시간, 장기자랑과 애장품 경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시간을 채웠다. 무대 위에서 선수들을 오랜 시간 지켜본 기자들 또한 웃음을 터뜨릴 정도. 팬미팅 현장엔 훈훈한 온기가 가득했다.
이번 팬미팅이 더욱 좋았던 이유는 취지에 걸맞게 절제됐기 때문이다. 우선 애장품 경매의 경우, 선수들이 직접 사용한 컴퓨터 주변기기나 챌린저 자켓, 올스타전 유니폼 등이 등장했음에도 한도를 10만원으로 정해 과한 경쟁을 방지했다. 수익금 또한 전액 기부하는 것으로 결정해 이벤트의 의미를 살렸다.
팬미팅 2부는 팬들과 선수들의 '치킨 파티'였는데, 주류가 일절 금지됐다. 미성년자 선수 및 팬을 배려한 처사기도 했고, 혹시 모를 불미스러운 사고를 방지하고자 한 의도도 있었다. 덕분에 팬미팅은 별다른 잡음 없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자제력을 갖춘 팬미팅은 더없이 좋은 마케팅 수단이다. 비시즌 기간 동안 마음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던 팬들은 위로 받고, 게임단 입장에선 감사와 함께 2018 시즌에 대한 당부를 전할 수 있으니 말이다.
e스포츠는 여타 스포츠보다 엔터테이먼트 요소가 강한 종목이다. 선수들의 개인 방송, 경기 후 팬미팅 등은 e스포츠의 고유 문화로 자리 잡았고, 이렇게 얻은 소통력 또한 차별적인 강점이 됐다. e스포츠가 더욱 개발하고 살려야 하는 분야다. 같은 맥락에서 팬미팅과 같은 '유대감 마케팅'은 더욱 활성화 될 필요가 있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