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한계에 부딪혀 프로게이머가 된 가장 원초적인 이유인 우승을 할 수 없음을 깨닫고 은퇴를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사생활을 제대로 누릴 수 없는 빡빡한 일정을 몇 년간 소화한 탓에 지친 이유도 클 것이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모두가 1등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니 반드시 우승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프로게이머의 길을 접어야만 할까. 프로게이머라고 해서 반드시 우승해야 할 필요는 없다.
다른 스포츠에서는 우승을 하지 못해도 10년 20년 이상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 우승을 하지 못해도 그것이 그들의 일이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이 해당 분야에서 1위를 하지 못해도 꾸준히 일을 해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평균 수명이 비교적 짧은 프로게이머는 우승 여부에 따라 활동 기간에 변동이 생길 수 있고, 팬들 역시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의 우승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팬들이 우승만 원하는 것은 아니다. 꾸준히 대회에 출전해 무대 위에 서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는 팬들이 있다. 물론 그저 오래 버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발전하기 위한 노력이 겉으로 드러나야 함은 당연하다.
일본 프로축구에는 미우라 가즈요시라는 선수가 있다. 올해 한국 나이로 52세인 미우라는 몸이 허락하는 날까지 현역으로 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웬만한 감독들보다 나이가 많지만 현역으로 뛰면서 후배 선수들에게는 귀감을, 팬들에게는 감동을 주고 있는 선수다. 그는 월드컵 본선 무대도 밟아보지 못한 비운의 선수지만 일본 내에서는 레전드가 됐다.
미우라처럼 자기관리가 철저하다면 프로게이머도 나이에 관한 편견을 뛰어넘어 장수(長壽)할 수 있다. 비록 끝내 우승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한계의 벽 앞에 무릎 꿇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한다면 미우라처럼 또 다른 의미의 레전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프로게이머는 게임으로 경쟁하는 직업이다. 우승은 하나의 목표일 뿐, 타인과 또 자신과의 경쟁을 멈추지 않는 것이 프로게이머들의 일이다. 부진에 빠졌다 하더라도 우승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계속해서 싸울 수 있는, 미우라처럼 장수하는 프로게이머가 나오길 고대해본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