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 소속의 속기사 이형렬, 김태웅 씨는 2017년 e스포츠를 사랑하는 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4강전과 KeSPA컵 결승, 올스타전 등을 문자 통역했다. 해설진들의 중계 내용을 문자로 적어 중계 화면에 노출한 것인데 청각 장애인들에겐 열렬한 환호를, 장애의 불편함에 무지했던 비장애인에겐 많은 지지를 받았다.
몇 번의 문자 통역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됐다. 이형렬 씨 또한 청각 장애인들의 후기를 들으며 필요성을 체감했다고. 하지만 정기적인 봉사를 결정하긴 어려웠다. 문자 통역은 시간과 품이 많이 필요한 일이었고, 한 번 할 때마다 소모되는 교통비, PC방 이용 요금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개인의 봉사심으로만 추진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형렬 씨를 비롯한 속기사들은 문자 통역 봉사에 대한 의지가 있었다. 최소한의 진행비만 지원돼도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 때, 전용준 캐스터가 손을 내밀었다.
전용준 캐스터는 이전부터 문자 통역에 상당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속기사들과 주기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음은 물론, KeSPA컵 당시에는 중계를 통해 문자 통역의 존재를 알리기도 했다.
이형렬 씨는 "전용준 캐스터님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e스포츠 문자 통역의 시스템화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며 "전용준 캐스터님께선 '4강, 결승 외의 다른 경기에서도 청각 장애인들에게 문자 통역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리고 롤챔스 2018 스프링 문자 통역 진행에 필요한 일정 금액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형렬 씨를 포함한 속기사들은 봉사를 희망하는 뜻과 전용준 캐스터의 도움으로 롤챔스 2018 스프링 시즌 문자 통역을 결정했다. 문자 통역은 지난 17일에 시작됐으며, 매주 수요일, 목요일, 토요일에 주 3회 진행된다.
어려운 결정을 내린 속기사들의 목표는 롤챔스 2018 스프링 시즌을 완주하는 것. 그리고 롤챔스 2018 서머 시즌에 주 5회 문자 통역을 제공하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목표, 희망에 불과하다. 개개인의 봉사, 개인의 지원에만 의지하는 시스템으론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형렬 씨도 문자 통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정확히 제시했다. 이형렬 씨는 "전체 게이머 인구에 비해 청각 장애인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이들 또한 e스포츠를 즐길 권리가 있다"며 "지금은 몇몇 속기사들과 전용준 캐스터님의 협동으로 진행되지만 우리와 같은 개인을 넘어 사회와 제도가 청각 장애인들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롤챔스 2018 스프링 문자 통역은 수요일, 목요일, 토요일에 진행되는 전 경기에 제공된다. 중계 방송은 아프리카TV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롤챔스 문자통역'으로 검색하면 조금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