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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침대 메타서 더 빛난 킹존의 티키타카

킹존 드래곤X
킹존 드래곤X
축구에 대조적인 단어가 있다. 아랍 국가들이 국제 대회에서 자주 사용하는 지연 전술을 뜻하는 침대 전술과 스페인을 필두로 한 속도전인 티키타카는 완벽하게 다른 의미를 안고 있다.

침대 축구는 말 그대로 경기를 졸립게 만든다. 전반전에 열심히 뛰어서 골을 넣을 경우 후반전부터는 드러눕게 시작한다. 사소한 부상에도 데구르르 구르고 들것이 수시로 들어온다. 상대 팀이나 그의 팬들에게는 화를 불러오는 요인이 된다.

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갔다 한다는 뜻의 티키타카(Tiki-Taka)는 FC 바르셀로나의 핵심 전술을 일컫는 말로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를 무장해제 시키고 골문을 계속 두드린다. 골이 많이 나오는 공격적인 전술이기에 보는 이들은 즐겁다. 물론 상대하는 팀에게는 괴롭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18 스프링 1라운드 2주차까지 각 팀별 경기 시간(자료=라이엇게임즈 제공).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18 스프링 1라운드 2주차까지 각 팀별 경기 시간(자료=라이엇게임즈 제공).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18 스프링이 개막한 지 2주가 지난 상황에서 침대 축구가 대세가 되고 있다. 20경기를 치렀고 49세트가 소화된 가운데 역대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경기(세트) 가운데 전세계 최장 시간 기록인 94분40초가 나오기도 했고 이를 포함해 1시간이 넘는 세트도 두 번이나 열렸다. 50분이 넘는 세트도 9번이나 등장하면서 평균 경기 시간이 40분에 육박하는 39분22초다. 이는 지난 시즌보다 무려 6분 가량 늘어난 수치다.

한 세트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팬들 사이에서는 4~50분까지 버티면 되는 거냐, 초반 스노우볼이나 전략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 니오기도 했다. 내셔 남작을 5번이나 가져가고 드래곤도 꼬박꼬박 챙긴 팀이 한 번의 전투로 무너지는 경우도 자주 등장하면서 버티는 팀이 오히려 유리한 양상도 등장했다. 장기전을 도모하면 뭔가 반전을 이뤄낼 수 있다는 기대에 초반에 3~4킬을 내주는 팀은 버티기에 들어가고 뚫으려는 팀이 힘이 빠지면서 무너지기도 했다.

'침대 롤'이 대세가 되어가려는 순간, 티키타카를 추구하는 팀이 나타냈다. 킹존 드래곤X가 주인공이다. 네 경기, 8세트를 소화한 킹존의 평균 경기 시간은 세트당 34분39초다. 리그 평균보다 무려 5분이나 짧으며 챔피언스 코리아에 출전하는 10개 팀 가운데 가장 짧다. 늘어지는 운영이 메타로 자리를 잡은 현 상황에서도 킹존은 우승을 차지한 2017년 롤챔스 서머와 같은 페이스로 상대를 몰아치고 있다.

킹존의 경기를 자세히 뜯어볼 필요도 있다. KSV와의 1세트에서 킹존은 유리하던 상황에서 역전패를 당했고 2세트에서는 초반부터 밀리면서 완패했다. 0대2로 패했고 소요 시간은 35분 33초, 32분 58초였다. 개막전 패배 이후 3연승을 달리는 과정에서 킹존은 진정한 티키타카를 보여줬다. 아프리카 프릭스와의 23일 경기에서 KSV 때와 비슷한 경기 시간에 승리하며 감각을 조율했고 26일 SK텔레콤 T1과의 1세트에서 이번 시즌 팀 최장 시간인 51분 35초 동안 경기한 킹존은 2세트를 28분 12초 만에 마쳤다. 최하위인 MVP와 28일 맞닥뜨린 킹존은 1세트를 31분 4초, 2세트를 23분 50초 만에 끝냈다. 2세트 승리 시간인 23분 50초는 올 시즌 최단 경기 시간 기록이다.

단순히 킹존의 경기 시간이 짧기 때문에 티키타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아니다. 추구하는 플레이 스타일이 공격적이기에 티키타카라는 평가가 어울린다. 2017년 롤챔스 서머에서 우승할 때 킹존은 공격일변도로 밀어붙였다. 2018년 전력 보강 과정에서도 공격성이 뛰어난 '피넛' 한왕호를 영입하면서 또 다른 공격 스타일을 보여주려고 준비했고 실제로 보여주고 있다. 이기는 경기에서 몰아치는 것은 당연하고 지는 경기에서도 버티기보다는 공격을 통해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은 진리다. 하지만 어떻게 이기고 어떻게 지느냐는 인기를 가져온다. 처절하게 누워서 이기는 팀보다는 잘 싸우고 지는 팀이 팬들의 눈에 더 들어오기 마련이다.

이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침대 롤'을 하기 보다는 드러눕는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지고 있더라도 공격을 통해 길을 여는 팀 컬러가 절실한 시점에서 킹존 드래곤X의 행보는 유독 눈에 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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