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성적 부진은 있었다. 대개는 국제 리그에 참가한 후 컨디션 난조로 연패를 겪었는데, 컨디션 회복과 함께 금방 복구됐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걱정은 SK텔레콤 걱정'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 그런데 한 두 번 연패해도 금방 다시 치고 올라 오던 SK텔레콤에게 시간이 꽤 필요한 시련이 찾아왔다.
SK텔레콤은 2018 시즌을 준비하는 스토브 리그에서 따로 전력을 보강하지 않았다. 오히려 톱 라이너 '후니' 허승훈, 정글러 '피넛' 한왕호와 결별하며 전력 누수를 겪었다.
SK텔레콤은 백업으로 활동하던 '운타라' 박의진과 '블랭크' 강선구를 선발로 내세웠고, 신입 톱 라이너 '트할' 박권혁과 정글러 '블라썸' 박범찬, 서포터 '에포트' 이상호를 영입했다. 내부 자원을 활용하고, 차세대 인재를 성장시키겠다는 SK텔레콤의 운영 방침이 드러난 로스터였다.
즉각적인 전력 상승보다 장기적인 성장을 꾀했을 때부터 SK텔레콤의 순위 저하는 예견돼 있었다. 강팀으로 분류되는 팀들은 최고의 전력을 유지한 상태였고, 중위권 팀들은 반등을 위해 선수를 적극 영입했으니 말이다. 굵직한 주전 선수들과 결별한 SK텔레콤의 하향세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당연한 수순을 받아 들이는 것은 프로가 아니다. SK텔레콤은 언제든 반등할 준비를 해야 하고, 자신들이 가진 무기와 특징, 변수를 찾아야 한다. SK텔레콤이 갖고 있는 강점은 '페이커' 이상혁, '뱅' 배준식, '울프' 이재완으로 이어지는 검증된 베테랑 선수들이고, 최대 변수는 시간이다.
SK텔레콤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박의진과 강선구는 주전이라는 자리에서 오는 부담감을 떨치고, 제 역할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 부담감을 덜어주고자 정글러로 포지션 변경을 감행한 '울프' 이재완 또한 새로운 역할군으로 팀에 화합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 신인 선수들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새싹을 성장시키는 것은 양분과 영양 그리고 시간이니 말이다.
미래는 꽤 희망차다. 박의진과 강선구는 부진 속에서도 나르, 자르반 4세라는 숙련도 높은 카드를 발굴해 냈고, 이재완 또한 4세트 2승 2패, KDA 4.09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이재완의 자리를 차지한 이상호의 활약이 꽤 괜찮은데 KDA가 5.27에 달한다. 여기에 현재 메타를 주도하고 있는 탐 켄치, 브라움, 알리스타, 타릭을 고루 다루며 성장 가능성을 무한히 뽐냈다. 조금씩 출전 기회를 얻고 있는 박권혁과 출전 대기 중인 박범찬 또한 잠재력이 상당하다.
3주 차부터 SK텔레콤의 순위가 급상승하는 일은 발생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전패를 기록했던 2주차보단 조금 더 성장할 것이고, 승리의 맛을 본 다음에는 조금 더 탄력을 받을 것이다. SK텔레콤이 포기하지 않고 노력을 지속한다면, 결국 시간은 SK텔레콤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