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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뚝배기'에 관한 고찰

그것이 알고 싶다…'뚝배기'에 관한 고찰
2017년, 그리고 현재 가장 핫한 게임을 꼽는다면 단연 배틀그라운드다. 그리고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게임을 하면서 가장 많이 쓴 단어 중 하나가 바로 '뚝배기'다. 그리고 '뚝배기 깬다'는 말은 배틀그라운드를 떠나 인터넷 전체에서 큰 유행어였다. 물론 뚝배기 관련 유행어는 로버트 할리의 '한 뚝배기 하실래예~'에가 여전히 최고다.

이것 알면 반박불가 '아재'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발췌)
이것 알면 반박불가 '아재'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발췌)

그렇다면 왜 뚝배기인가. 뚝배기가 게임 아이템으로 등장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많은 유저들이 '뚝배기'의 유래에 대해 알고 있을 테지만, 그래도 모른 채 남들 다 하니 따라 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뚝배기란 과연 무엇인가. 이 기사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다.

먼저 뚝배기에 대해 알아보자. 사전에서는 뚝배기를 '찌개 따위를 끓이거나 설렁탕 따위를 담을 때 쓰는 오지그릇'이라 설명하고 있다. 오지그릇은 '붉은 진흙으로 만들어 볕에 말린 뒤 위에 오짓물을 입혀 구운 그릇'이다. 오짓물은 '흙으로 만든 그릇에 발라 구우면 그릇에 윤이 나는 잿물'이다. (낯선 단어를 설명하려니 끝이 없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뚝배기의 모습.(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발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뚝배기의 모습.(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발췌)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뚝배기의 역사에 대해 "질뚝배기는 신석기인들이 만들어 쓰던 즐문토기에서 청동기시대의 무문토기로 이어지던 고대의 토기 공정이 거의 그대로 이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오지뚝배기는 고대토기에서 한 단계 발전한 김해토기를 거쳐 8세기를 전후한 통일신라기에 토기에다 유약을 바르는 수법이 이어진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뚝배기를 활용한 요리는 다양한데, 한 번 끓고 나면 열이 오래 가는 특성이 있어 탕이나 찌개 요리에 주로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설렁탕이나 곰탕, 해장국, 순두부찌개 등이 있다. 어떤 파스타 가게에서는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스파게티도 볼 수 있다. 요리 이름에 아예 뚝배기가 들어간 것들도 있다. 뚝배기 불고기, 전복 뚝배기가 그 대표적인 예다.

배틀그라운드에서는 헬멧이 뚝배기로 불리고 있다. 그럼 왜 요리도구인 뚝배기가 헬멧의 별명이 된 것일까. 이는 2017년 봄 인터넷에 퍼진 하나의 메시지에서 시작됐다.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 한 배달원의 메시지.(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발췌)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 한 배달원의 메시지.(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발췌)

서울시 강동구에서 활동하는 익명의 배달원이 한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자에 보낸 쪽지가 공개된 것인데, 이 쪽지에서 해당 배달원은 배달 후 벨을 누르니 누구세요라고 묻는다거나 음식이 도착하면 그제야 결제 도구를 찾는 행태에 분노를 금치 못해 잠재적 고객들을 향해 "진짜 뚝배기 부십니다 전해주세요. 참고로 뚝배기=머리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다른 친절한 배달업 종사자들의 이미지를 깎아먹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으로서 갖춰야할 기본 마인드는 없지만 자신이 한 말을 상대가 이해하지 못할까 일일이 설명하는 설명충의 자세는 또 갖췄다.

"딱 보면 몰라? 저 새X 설명충이잖어~"(사진=슬기로운 감빵생활 캡처)
"딱 보면 몰라? 저 새X 설명충이잖어~"(사진=슬기로운 감빵생활 캡처)

어쨌거나 이 사건이 인터넷에 퍼진 이후로 배달원의 대사는 유행어가 됐고, 뚝배기=머리라는 공식이 성립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게이머들은 FPS/TPS 게임에서 헤드샷을 성공시켰을 때 "뚝배기 깼다"고 표현하기 시작했고, 헬멧은 '뚝배기'로 불렀다.

배틀그라운드에는 3종류의 헬멧이 존재한다. 1레벨부터 3레벨까지의 헬멧이 존재하는데, 레벨에 따라 1뚝, 2뚝, 3뚝이라 부른다. 초 단위로 생사를 가르는 다급한 게임이기 때문에 뭐든 줄여 부른다.

뚝배기 3형제.
뚝배기 3형제.

게임 내에서 뚝배기들의 정식 명칭은 1레벨은 오토바이 헬멧, 2레벨은 경찰 헬멧이다. 3레벨은 스페츠나츠 헬멧이다. 스페츠나츠(Spetsnaz)는 러시아의 특수부대이며, 배틀그라운드에 등장하는 3레벨 헬멧은 스페츠나츠 부대원들이 사용하던 다양한 헬멧 중 하나인 'K6-3' 모델이다. 이 헬멧은 게임 내에서 스나이퍼로부터 목숨을 지켜주기 때문에 단단함과 운의 상징이 됐다. 스쿼드 도중 3레벨 헬멧을 발견한 이 치고 "아싸 3뚝"을 외쳐보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3뚝과 프라이팬만 있으면 가능한 배틀그라운드 코스프레.(사진=1박 2일 캡처)
3뚝과 프라이팬만 있으면 가능한 배틀그라운드 코스프레.(사진=1박 2일 캡처)

배틀그라운드의 대표 이미지에서도 모델이 이 헬멧을 쓰고 있기 때문에 K6-3은 프라이팬과 더불어 배틀그라운드의 대표적 아이콘이 됐다. 때문에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은 프라이팬과 3레벨 헬멧 하나만 마련하면 그 어떤 복장을 입고 있어도 배틀그라운드 코스프레라 우길 수 있게 됐다. 최근 아프리카TV가 개최한 배틀그라운드 대회 APL에서는 우승팀 KSV 노타이틀에 부상으로 황금 3레벨 헬멧을 증정하기도 했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황금 뚝배기.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황금 뚝배기.

2018년 설 연휴가 시작됐다. 즐거운 연휴지만 친인척과 다툼이 벌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가족 간에 뚝배기가 언급되진 말아야 할 것이다. 실생활에서 뚝배기는 요리할 때만 써야 한다. 명심하자. 제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더라도 뚝배기 깬다는 말이나 행동은 게임 내에서만 존재해야 한다.

즐거운 명절에 뚝배기 날릴 일은 없어야….(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발췌)
즐거운 명절에 뚝배기 날릴 일은 없어야….(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발췌)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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