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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이병렬의 우승 속에 담긴 팀의 힘

IEM 시즌12 월드 챔피언십 스타2에서 우승한 진에어 그린윙스의 저그 이병렬(사진=ESL 트위터 발췌).
IEM 시즌12 월드 챔피언십 스타2에서 우승한 진에어 그린윙스의 저그 이병렬(사진=ESL 트위터 발췌).
이병렬이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이하 IEM) 시즌12 월드 챔피언십 스타크래프트2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17년 11월 블리즈컨에서 진행된 월드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뒤 3개월 여만에 또 다시 세계 대회를 제패하면서 최고의 선수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이병렬은 IEM 월드 챔피언십에 시드를 받아 출전했다. WCS에서 우승한 선수에게 선발전을 면제해주는 권리를 주기로 한 IEM의 방침에 따라 시드가 부여되면서 이병렬은 다른 선수들보다는 편안하게 대회에 임했다.

24강부터 참가한 이병렬은 저그가 4명, 프로토스가 2명 속한 C조에서 2위를 차지했다. 첫 경기에서 만난 핀란드의 저그 'Serral' 주나 소탈라에게 일격을 당한 이병렬은 그 뒤에 진행된 4명과의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4승1패, 조 2위로 12강에 올라갔다. 프로토스 남기웅을 상대로 3대0 완승을 거둔 이병렬은 전년도 IEM 우승자인 전태양을 3대1로 제압하고 4강에 진출했다.

4강이 이병렬에게는 가장 어려운 승부였다. 진에어 그린윙스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조성주와 대결한 이병렬은 1, 2세트를 패하면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면서 리버스 스윕을 달성했다. 오히려 결승전은 이병렬에게 호재였다. 이번 대회에서 프로토스에게 한 세트도 패하지 않은 전력을 갖고 있던 이병렬은 김도우를 맞이해서도 4대0으로 승리하면서 정상에 우뚝 섰다.

이병렬은 8년 동안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꾸준히 기량을 끌어 올렸다. 2010년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로 데뷔한 이병렬은 눈에 띄는 기량을 보유한 신인은 아니었지만 묵묵히 연습하고 꾸준히 대회에 출전했고 스타2로 전환한 이후 해마다 성적이 나아졌다.

2015년 개인리그 8강 진출에 성공한 이병렬은 그 해 그로벌 파이널에서 4강에 오르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2016년 마이너 국제 대회에서 우승을 한 차례 달성했다. 2017년에는 IEM 시즌11 상하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뒤 GSL 슈퍼 토너먼트 시즌2에서 또 우승했고 11월에는 WCS 글로벌 파이널을, 2018년 3월에는 IEM 월드 챔피언십을 우승하며서 물 오른 기량을 뽐내고 있다.

이병렬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진에어 그린윙스라는 팀이 자리하고 있다. 2010년 화승 오즈에 드래프트된 이병렬은 팀이 해체된 이후 제8 게임단을 거쳐 진에어 그린윙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팀이 사라질 경우 이뤄놓은 실적이 없는 신인은 대개 방출되지만 이병렬은 특유의 성실함으로 살아 남았고 진에어가 제8 게임단의 네이밍 후원을 맡으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2016년 프로리그가 폐지되면서 SK텔레콤, kt, 삼성 등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스타2 게임단을 해체했지만 진에어는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스타2 팀을 유지하고 있다.

진에어는 이번 IEM 월드 챔피언십에 소속 선수들이 전원 참가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줬다. 이병렬이 WCS 시드로, 김유진이 선발전을 통과하면서 주최측이 참가 비용을 제공하자 진에어는 오픈 브래킷을 통해 참가 의사를 밝힌 조성주, 조성호, 김도욱, 장현우에게 항공비와 숙식 비용을 제공했다. 폴란드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기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지만 진에어는 흔쾌히 내줬다.

팀의 도움은 선수들에게도 자극제가 됐다. 김도욱과 장현우가 오픈 브래킷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조성주가 4강, 조성호가 8강까지 오르면서 오픈 브래킷 비용을 투자한 만큼의 성과를 냈다. 김유진과 이병렬까지 포함하면 12강에 무려 4명이 올라갔고 떨어지는 과정에서도 김유진이 조성주와의 팀킬서 패했고 조성주는 이병렬에게 패하면서 탈락했다. 12강에 오른 진에어 멤버 중에 다른 팀 선수에게 패한 선수는 조성호 뿐이다.

차지훈 진에어 그린윙스 스타2 팀 감독은 팀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프로리그가 사라진 이후 소속팀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거의 없고 설사 있더라도 외국 팀의 후원을 받고 있어 체계적으로 합숙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진에어 선수들은 숙소는 물론, 감독과 코치까지 있기에 지속적인 관리 하에서 꾸준히 연습하며 컨디션 관리를 하고 있다.

차지훈 감독은 "프로리그가 있을 때처럼 타이트하게 관리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른 팀 선수들보다 체계적으로 트레이닝하고 있어 좋은 성과가 나오고 있다"라면서 "특히 IEM과 같이 큰 대회가 있으면 회사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고 있고 모든 선수가 참가하면서 대회장 안에서도 서로의 경기를 코치해주는 등 시너지가 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스타2 종목으로 한국 팀이 더 생길지는 의문이지만 진에어가 계속 팀을 유지해주는 것만으로도 한국이 스타2 세계 최강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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