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롤스터가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2018 정규 시즌을 3위로 마무리하며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 직행했다. '우승'이라는 목표 아래 선수들은 하나가 됐고, 특유의 탈수기 운영은 단단해졌다. kt는 '슈퍼팀'이라 불리는 전력을 유지하며 입지를 굳혀 나갔다.

kt의 슈퍼팀은 롤챔스 2017 스프링 시즌을 앞두고 완성됐다. kt의 저지맨 '스코어' 고동빈을 중심으로 '스멥' 송경호가 합류했고, 중국 무대에서 활동하던 '폰' 허원석, '데프트' 김혁규, '마타' 조세형이 하나 둘 모여 들었다. 모두 입증된, 상당한 저력을 지닌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슈퍼팀'의 야망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kt는 롤챔스 2017 스프링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서머 시즌에선 3위로 물러났다. 더욱이 2017 LoL 월드 챔피언십 지역 대표 선발전에서 삼성 갤럭시(현 KSV)에 발목이 잡히며 심심한 끝을 맞았다.

kt의 패인을 두고 여러 분석이 오갔는데, 백업 멤버의 부재에 대한 얘기가 꽤나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백업 선수가 없는 팀은 주전 선수들의 경기력 기복 및 컨디션 저하를 온전히 끌고 가야 한다. kt 또한 5인 로스터를 고수하며 안전망 없는 시즌을 치렀다.

백업 멤버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팀이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막아주는 안전망이다. 더욱이 경쟁을 통한 시너지 효과, 경기 스타일의 다양화 등을 이끌어 내 팀의 성장을 돕는다. 백업 멤버의 중요성은 시즌이 거듭될수록 강조됐다. 이에 kt 또한 시류에 따라 변화를 맞이했다.

kt는 롤챔스 2018 스프링을 앞두고 정글러 '러시' 이윤재와 미드 라이너 '유칼' 손우현을 영입했다. 이윤재는 북미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한 베테랑, 손우현은 전도유망한 신인이었다.

3월 이후 손우현을 몇 차례 기용하며 가능성을 확인한 kt는 순위가 확정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두 신입을 동시에 출전시켰다. 상대는 정규 시즌 2위를 차지한 아프리카 프릭스. 손우현과 롤챔스 첫 경기였던 이윤재는 아프리카의 주력 선수들을 상대로 분전했고,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1세트 이윤재는 세주아니를, 손우현은 라이즈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윤재는 하단 개입 공격 등 날카로운 판단을 선보였고, 교전 상황에서 어그로 관리에 힘써 팀을 보조했다. 손우현은 5킬 0데스 4어시스트로 미드 주도권을 꽉 쥐며 승리를 이끌었다.

두 선수의 활약은 2세트에서 더 돋보였다. 특히 이윤재는 리 신이라는 파격을 선택해 이목을 끌었다. 파격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빠른 타이밍에 드래곤을 사냥하는 작전 수행 능력, 궁극기에 대한 높은 숙련도를 덩달아 보여줬다. 눈도장을 콕 찍은 셈.

스웨인을 플레이 한 손우현의 존재감도 대단했다. 베테랑 미드 라이너 '쿠로' 이서행에게 솔로킬을 올렸고, 라인전 승리를 개입 공격으로 연결시키는 노련미도 발휘했다. 1세트에 이어 2세트까지 노데스. 손우현의 플레이는 틈이 없었고 상당히 섬세했다.

순위에는 영향이 없던 경기였을지라도 아프리카를 상대로 승리를 차지했다는 것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 kt가 당장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있고, 그 과정에서 아프리카를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백업 선수들의 단단한 경기력을 확인한 셈이니 kt가 치를 포스트시즌에도 큰 이점이 된다. 컨디션이나 연습 성과, 혹은 전략에 따라 유동적으로 선수를 기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kt는 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든든한 길동무를 얻었다.

백업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하며 포스트시즌 준비에 나선 kt. '사이드킥'까지 갖춘 '슈퍼팀'이 어떤 행보를 보여줄 지 기대된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