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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정통 스포츠 시장 문 두드리기 시작한 e스포츠

최근 세계 e스포츠 시장의 가장 큰 트렌드는 프랜차이즈 시스템 도입이라 볼 수 있다. 정통 스포츠 클럽이 e스포츠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큰 돈'이 몰리기 시작했고,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투자받은 팀들의 출전을 보장하는 프랜차이즈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돋보이는 변화는 또 있다. 유럽과 북미의 프로축구, 프로농구, 프로야구 등 다양한 정통 스포츠 클럽들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스포츠 게임들이 e스포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CS:GO), 도타2, 오버워치 같은 메인 e스포츠 타이틀보다 피파18, NBA2k 같은 스포츠 타이틀을 통해 e스포츠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포츠 게임들의 e스포츠 시장 진출이 뚜렷해진 2018년은 e스포츠 역사에 큰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작은 피파로부터
스포츠 시장 자본이 e스포츠로 흘러들어온 것은 2015년 시작됐다. 터키 명문 스포츠 클럽인 베식타스가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창단해 터키 리그인 TCL에 참가하면서부터다. 이후 독일의 축구팀 VfL 볼프스부르크, 영국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가 피파17 종목 프로게이머를 영입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2016년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창단한 두 명문 축구팀.(사진=발렌시아 CF, FC 샬케 04 SNS 발췌)
2016년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창단한 두 명문 축구팀.(사진=발렌시아 CF, FC 샬케 04 SNS 발췌)

스페인의 발렌시아 CF는 피파는 물론 리그 오브 레전드와 하스스톤 팀까지 창단했다.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맹과 독일의 FC 샬케 04도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창단하며 e스포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파리의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해체했지만 피파에서 e스포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6년에는 스페인과 프랑스, 독일의 대부분 축구팀들이 피파 종목 프로게이머를 영입하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폴란드와 러시아, 포르투갈, 덴마크, 이탈리아, 브라질에서도 주요 축구팀들이 피파를 통해 e스포츠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 시기에 국내에서는 성남 FC가 피파온라인 프로게이머 김정민을 영입하면서 K리그 팀들 중에선 유일하게 e스포츠에 뛰어들었다. 프랑스의 올림피크 리옹은 중국의 에드워드 게이밍과 제휴해 피파 온라인 종목에서 활동 중이다.

성남 FC 소속 피파 온라인 프로게이머 김정민.
성남 FC 소속 피파 온라인 프로게이머 김정민.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대부분 팀들이 피파 프로게이머를 영입하면서 2017년부터는 본격적인 리그가 시작됐다. 프랑스에서는 e리그앙이라는 이름의 대회가 출범했고, 스페인 대회는 버추얼 라리가 e스포츠로 명명됐다. 이 대회에는 실제 리그앙과 라리가에 출전하는 팀들이 의무적으로 피파 프로게이머를 보유해 참가해야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형식적인 것이 아닌 적극적인 팀들의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미국 축구리그인 MLS도 eMLS라는 피파18 e스포츠 대회를 출범시켰다. eMLS에는 MLS에 출전하는 팀들 대부분이 출전한다. e리그앙과 같은 방식이다. 최근에는 호주의 A리그도 e-리그라는 피파 리그를 출범시켰고, 독일의 분데스리가와 일본의 J리그도 피파18 e스포츠에 참여를 결정했다.

피파18 e스포츠가 빠른 속도로 활성화되자 FIFA의 공식 e스포츠 대회인 피파 인터랙티브 월드컵(FIWC)은 2018년부터 피파 e월드컵으로 대회가 바뀌었고, 위에서 언급된 리그들은 자연스레 피파 e월드컵의 글로벌 시리즈 예선으로 연계됐다. 세계 유명 축구팀들이 챔피언스리그나 클럽 월드컵이 아니라 e스포츠를 통해 대결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EA와 FIFA의 협력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피파 e스포츠.
EA와 FIFA의 협력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피파 e스포츠.

◆농구와 미식축구에 이어 이제는 F1까지
피파 시리즈가 e스포츠로 성장 가능성을 보이자 다른 스포츠 종목들도 발 빠르게 e스포츠화를 진행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인기 종목인 미식축구는 매든 NFL 18을 통해 e스포츠 팬들을 만나게 됐다. 매든 NFL은 매든 얼티밋 리그 챔피언십이라는 e스포츠 대회를 출범하고 지난 1월에는 미국 현지에서 ESPN, 디즈니 XD 채널을 통해 대회가 중계될 것이라 발표했다. 아이스하키 게임인 NHL 시리즈 역시 최근 e스포츠화를 선언했다.

또 다른 인기종목인 농구 역시 NBA2k를 통해 e스포츠에 도전한다. NBA2k 개발사인 테이크 투 인터렉티브 소프트웨어는 최근 NBA와 손을 잡고 NBA2k 리그를 출범시켰다. NBA2k 리그에는 피파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실제 NBA 팀들이 참여한다. 다만 밀워키 벅스는 벅스 게이밍,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워리어스 게이밍, 유타 재즈는 재즈 게이밍 등으로 각 팀마다 고유의 e스포츠 팀명을 붙여 차별화를 꾀했다.

NBA2k 리그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된 선수들.(사진=NBA2k리그 SNS 발췌)
NBA2k 리그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된 선수들.(사진=NBA2k리그 SNS 발췌)

NBA2k 리그는 실제 농구 선수들을 선발하는 것과 같이 드래프트도 실시해 팬들의 관심을 극대화시켰다. NBA는 지난 8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NBA2k 리그의 드래프트를 진행했는데, 실제 NBA 드래프트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져 현지 언론들로부터 큰 조명을 받았다. 드래프트에는 총 17개 팀이 참여해 102명의 선수를 선발했다.

세계적인 모터 스포츠인 포뮬러 원(F1) 역시 e스포츠에 진출했다. F1 e스포츠 시리즈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직접 주최하는 대회로 실제 F1과 비슷하게 꾸며진 환경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이 특징이다.

모터 스포츠 게임 중에서는 이미 그란 투리스모 스포츠가 존재했지만 F1이 직접 e스포츠 대회를 주최한다는 점에서 F1 e스포츠 시리즈는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F1 e스포츠는 중계 화면을 보고 있으면 실제 F1 경기로 착각할 정도로 뛰어난 그래픽과 게임 엔진을 자랑하고 있다.

F1 e스포츠 경기장의 모습.(사진=디스이즈F1 발췌)
F1 e스포츠 경기장의 모습.(사진=디스이즈F1 발췌)

F1에 참가하는 맥라렌 팀은 지난해 네덜란드 출신의 한 게이머와 공식 시뮬레이터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F1 e스포츠가 단순한 게임이 아닌, 실제 F1 경기와 머신 튜닝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왜 스포츠 게임인가…향후 전망은?
스포츠 게임이 e스포츠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한결같다. 실제 운동을 하는 것보다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것에 친숙한 젊은 세대들을 자신들의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이다. 팬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신규 유입이 감소하면서 정통 스포츠 관계자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e스포츠가 그 해법으로 제시된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종목을 통해 간접적으로 e스포츠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도 있지만, 피파나 NBA2k 시리즈를 통해 팀과 동일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e스포츠 시장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축구팀이 축구 게임에 투자하는 것이 다른 종목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판단한 것.

선수 연봉과 팀 운영에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정통 스포츠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몸값이 저렴한 프로게이머 영입이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포츠 게임이 기존 스포츠는 할 수 없는 것들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부분도 매력으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유럽의 축구팀과 아시아 축구팀이 정식으로 대결할 수 있는 기회는 클럽 월드컵뿐이다. 하지만 e스포츠에서는 더욱 많은 기회가 주어지기에 지역과 리그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대결 구도가 펼쳐질 수 있다.

게임 기술의 발전은 e스포츠 시장의 확대를 불러온다.(사진=F1리더 발췌)
게임 기술의 발전은 e스포츠 시장의 확대를 불러온다.(사진=F1리더 발췌)

F1의 경우엔 실제 경기에서 사고 위험 때문에 행하지 못하는 것들을 e스포츠에서는 실현시킬 수 있다. 드라이버의 부상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향후 VR 기술을 도입한다면 더욱 현실감 넘치는 중계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처럼 e스포츠는 기존 스포츠들이 가질 수 없는 여러 장점들과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시장 진출도 다른 스포츠에 비해 어렵지 않고 부담이나 리스크가 크지 않다. 2018년 출범된 리그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2019년부터는 관련 시장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통 스포츠와 e스포츠의 경계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순간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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