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 업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한화생명은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기업이다. 얼마 전까지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63빌딩을 본사 건물로 쓰고 있고 프로야구팀인 한화 이글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경기장의 이름에도 기업 이름이 들어가 있다.
한화생명이 프로게임단을 만들면서 e스포츠 업계에는 실로 오랜만에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2017년 말 검찰이 전병헌 정무수석을 뇌물 수뢰 혐의로 수사하기 시작했고 한국e스포츠협회로 수사 범위를 넓히면서 업계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엔투스를 운영하던 CJ E&M은 협회를 탈퇴했고 삼성전자가 운영하던 프로게임단인 갤럭시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은 KSV에 매각됐다. 삼성과 CJ라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로게임단이 차례로 사라지면서 업계는 얼어붙었다.
한국 e스포츠 업계는 기업 후원 중심으로 성장했다. 통신사나 전자 관련 기업 등 IT 업계가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프로게임단을 만들었고 kt 롤스터, SK텔레콤 T1 등의 팀은 지금까지도 게임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후 화승, STX 등 IT와 상관 없는 기업들도 팀을 만들었고 신한은행 등은 후원사로 나서면서 성장을 도왔다. 하지만 2010년 이후 기업들은 경영난 등의 이유로 하나둘씩 프로게임단 운영을 그만뒀고 기업팀의 숫자는 큰 폭으로 줄었다. 진에어, bbq 등이 네이밍 후원을 통해 e스포츠와의 접점을 이어가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CJ의 협회 탈퇴는 큰 타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생명의 합류는 분명 업계 전체에 활력을 불어 넣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해빙 국면을 만들어내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e스포츠가 20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금융계가 직접 프로게임단을 운영하겠다고 나선 사례는 한화생명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e스포츠 관계자들은 한화생명이 유입을 통해 침체됐던 분위기가 살아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화생명의 프로게임단 인수 창단이 마중물이 되어 금융권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금융권 기업들은 프로 배구나 여자 농구 분야에서 팀을 운영하면서 경쟁을 벌여 오는 등 함께 움직이는 분위기가 있다. 금융권들의 새로운 경쟁의 장이 e스포츠가 된다면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할 수 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