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페스트와 발리스틱스의 경기는 역시나 박진감 넘치고 재밌었지만 이전보다 긴장감은 크게 떨어졌다. 승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템페스트는 발리스틱스와 맞붙기 직전 플레이오프 3라운드 경기에서 블라썸을 꺾고 6월 스웨덴에서 열리는 미드 시즌 난투 출전권을 따냈다. 가장 중요한 목표를 이뤘으니 이미 미드 시즌 난투 출전을 확정지은 발리스틱스와의 경기는 큰 의미가 없었다.
당초 미드 시즌 난투는 페이즈1 1위와 2위가 출전하지만 지난 3월 대만서 열린 이스턴 클래시에서 발리스틱스가 우승한 덕에 한국 지역에 시드권 한 장이 추가돼 3위까지 미드 시즌 난투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런 이유로 2번 시드 결정전보다 템페스트와 블라썸의 3위 결정전이 더 중요해졌고, 팬들 역시 이 매치업에 더욱 큰 관심을 가졌다. 시드 결정전에 따라 각 팀의 시드 번호가 달라지겠지만 12개 팀이 2개 조로 나누어 풀리그를 치르는 미드 시즌 난투 방식에서 시드 번호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정규 시즌 1위는 별도의 결승전을 치르지 않는다는 점도 리그의 마지막 긴장감을 반감시켰다. KSV 블랙은 페이즈1에서 1위를 차지했음에도 특별히 1위를 위해 마련된 무대가 없어 팬들 앞에서 우승을 축하받지 못했다. 게다가 각 페이즈의 두 파트 순위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는 상금 규정 탓에 1위 KSV 블랙의 상금은 정규 시즌 최종 3위를 거둔 템페스트와 6만 달러로 똑같았다.
유럽의 HGC EU 역시 웨스턴 클래시에서 우승해 시드권 3장을 얻었지만 마지막 경기의 상황은 한국과 달랐다. 1위와 2위를 확정지은 디그니타스와 프나틱은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르지 않고 그대로 순위를 확정지었고, 메소드와 질럿츠만이 3위 자리를 두고 마지막 대결을 벌였다. 미드 시즌 난투 티켓이 걸려있으니 당연히 팬들의 관심이 이 한 경기에 오롯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대회가 개막하기 전부터 계획된 일정이 있다 하더라도 이스턴 클래시에서 한국팀이 우승한 직후에는 HGC KR 잔여 경기 일정은 변경됐어야 한다. 유럽처럼 마지막 경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HGC KR은 HGC EU와 상반된 결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템페스트는 하루에 두 경기를 연달아 소화하느라 5시간 30분 동안 총 아홉 세트나 치러야 했다. 결국 유연하지 못했던 대회 일정 때문에 선수와 팬, 현장 관계자 모두가 피로했다.
미드 시즌 난투는 스웨덴 현지 시간으로 6월 10일 개막한다. 5월 한 달 동안은 국내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e스포츠 팬들이 즐길만한 콘텐츠가 없는 셈이다. 의미가 반감된 경기를 무리하게 진행하느니, 차라리 마지막 경기를 없애고 1위 팀을 위한 시상식이나 선수들과 팬들이 소통할만한 특별한 기회를 가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HGC는 다른 종목처럼 화려한 결승전이 열리지 않는다. 때문에 HGC 시스템이 각 지역을 대표하는 대회가 아닌 미드 시즌 난투나 블리즈컨을 위한 중간 단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결승전을 대신할만한 콘텐츠는 반드시 필요하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대회가 진행된다면 히어로즈 e스포츠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 특히 초기 붐업에 실패한 한국 시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중요한 순간만큼은 스포트라이트를 제대로 비춰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주목할 수 있다. 하반기 열릴 페이즈2와 2019년 대회에서는 더 나아진 HGC KR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