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I가 막을 올리기 전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우승 1순위라고 여겼던 팀은 한국을 제패한 킹존 드래곤X였다. 2017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서머에 이어 2018년 스프링까지 우승한 킹존은 SK텔레콤 T1 이후 처음으로 롤챔스 두 시즌을 연이어 제패한 팀이었기 때문이다. 2017년 서머에서는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패기를 앞세워 우승했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2018년 스프링에서는 노련미와 운영의 묘미까지 더하면서 정규 시즌을 16승2패로 마무리했고 결승전에서도 아프리카 프릭스를 3대1로 무너뜨리면서 한층 탄탄한 전력을 갖췄음을 입증했다.
MSI 그룹 스테이지에서 킹존이나 RNG 모두 초반에는 삐걱거렸다. 첫 날 2승을 따내는 과정에서 킹존은 RNG를 무너뜨리면서 전문가들의 평가가 옳았음을 입증하는 듯했지만 이후 5일차까지 매일 1승1패를 기록하면서 6승4패, 3위로 마무리했다. RNG 또한 1일차부터 3일차까지는 1승1패로 좋지 않았지만 4, 5일차에서 전승을 기록했고 순위 결정전에서도 플래시 울브즈를 꺾으면서 8승3패로 1위에 올랐다.
4강에서 킹존의 상대는 플래시 울브즈였다. 그룹 스테이지에서 킹존을 두 번 만나 모두 승리한 플래시 울브즈는 킹존의 최대 위협이 될 것이라 예상됐지만 킹존은 5전제 운영 능력을 보여주면서 3대1로 승리, 결승에 올라갔다.
결승전에서 RNG를 만난 킹존은 원거리 딜러 'Uzi' 지안지하오를 막지 못하면서 무너졌다. 원거리 딜러를 키워서 중후반전에 활용하는 법을 잘 알고 있는 RNG의 운영 방식을 알면서도 대응하지 못한 킹존은 후반 교전에서 지안지하오에게 연달아 킬을 내주면서 1대3으로 패했다.
RNG의 우승으로 중국은 3년 만에 MSI 우승컵을 되찾았다. 2015년 이 대회가 처음 생겼을 때 중국 대표로 나선 에드워드 게이밍(이하 EDG)이 SK텔레콤 T1을 3대2로 물리치면서 정상에 오른 이후 RNG가 그 때의 영광을 재현했다.
2015년 EDG와 2018년 RNG는 큰 차이가 있다. 2015년 MSI 우승 당시 EDG는 한국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미드 라이너가 '폰' 허원석이었고 원거리 딜러는 '데프트' 김혁규였다. 팀의 화력을 담당하는 핵심 포지션이 한국인 용병으로 갖춰져 있었기에 다른 중국 선수들은 지원해주는 역할에 머물러야 했다. 한국 선수들끼리 기량을 견주는 모양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 RNG는 달랐다. 2017년부터 RNG는 라인업에서 한국 선수들을 제외했다. 2016년 '루퍼' 장형석, '마타' 조세형 등 한국 선수들을 용병으로 기용하면서 MSI와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 임했지만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 RNG는 2017년부터 중국 선수들로만 엔트리를 짰고 롤드컵에서 4강까지 진출하면서 경쟁력이 있음을 증명했다.
2018년 RNG는 비밀 병기를 키웠다. 플래시 울브즈의 핵심 선수였던 정글러 'Karsa' 헝하오슈안을 영입한 것. 헝하오슈안은 MSI나 롤드컵, 리프트 라이벌스 등 국제 대회에서 한국 팀을 상대로 훌륭한 기량을 보여줬던 선수다. 국제 대회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한국을 넘어서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RNG는 한국팀 킬러를 영입함으로써 변수로 삼았다. 결승전에서 헝하오슈안은 네 경기 모두 스카너로 플레이했고 궁극기를 쓸 때마다 킬을 챙겼다. 킬 관여율 75%를 자랑하면서 RNG가 킹존을 꺾는 과정에서 언성 히어로로 활약했다.
RNG가 킹존을 이길 수 있었던 마지막 퍼즐은 한국인 지도자들의 공로였다. RNG의 헤드 코치는 'Heart'라는 아이디로 선수 생활을 했던 이관형이다. 삼성 갤럭시 블루 소속으로 롤드컵 4강까지 올라갔던 이관형은 비시 게이밍, 언리미티드 포텐셜 등 선수 생활을 이어가다가 LGD 게이밍에서 코치로 변신했다. 2017년 3월부터 RNG의 지휘봉을 잡은 이관형은 롤드컵 4강에 이어 MSI 우승까지 이끌어내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관형은 선수들과 중국어로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언어를 익혔고 RNG가 추구해야 하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상대의 약점이 무엇인지 간파하는 능력이 뛰어난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RNG의 단장인 손대영의 활약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MiG, 아주부, CJ 엔투스를 거치면서 지도자로 자리를 잡은 손대영은 중국으로 넘어가서 아이메이를 LPL 무대로 올려 놓았고 롤드컵까지 진출시켰다. 올해부터 RNG의 단장으로 자리를 옮긴 손대영은 MSI에서도 이관형 코치와 함께 백 스테이지에서 전략을 구상하면서 팀의 우승에 일조했다.
한국의 리그 오브 레전드 팀들이 국제 대회를 휩쓸 때 외국에서 이유를 분석한 내용을 보면 기량이 좋은 선수 자원이 풍부하고 언어가 통일되어 있고 다른 종목을 통해 크고 작은 경험들을 얻은 코칭 스태프가 존재하며 대기업이 후원하기에 안정적인 지원을 받는다라고 되어 있다.
2018년 MSI에서 우승한 RNG의 강점을 요약하자면 한국이 갖고 있는 강점과 똑같다. 6년 가까이 LPL이 진행되면서 기량이 빼어난 5명의 선수를 갖추고 있고 이들은 중국어로 실시간 의사 소통이 가능하다. 여기에 상황 파악이 빠르고 큰 대회 경험이 많은 한국인 코칭 스태프가 있으며 이들도 중국어로 의사 소통이 된다. 여기에 e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중국의 분위기까지 접목됐다.
중국의 성장세는 2017년 롤드컵부터 감지됐다. 당시 4강에 한국이 2팀, 중국이 2팀 올라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꾸준히 변화를 시도한 중국이 작년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MSI에서 RNG가 우승하면서 첫 결실을 맺었다.
6개월 뒤에 열리는 2018년 롤드컵에서 한국의 우승을 가장 위협하는 곳은 다름 아닌 중국이며 8월에 진행되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도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에서는 중국이 우승할 수도 있다. 한국의 강점을 모두 흡수한 중국만큼 무서운 나라는 없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