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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문성원이 택한 길, 길라잡이가 되길

1,000여 일 만에 GSL 무대에 다시 섰던 문성원(사진=아프리카TV 제공).
1,000여 일 만에 GSL 무대에 다시 섰던 문성원(사진=아프리카TV 제공).
1988년생 문성원이 GSL 2018 코드S 32강에 출전했다. 결과는 2전 전패. 첫 경기에서 테란 고병재를 만나 1대2로 패한 문성원은 패자전에서 저그 강민수에게 0대2로 패하면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결론만 놓고 보면 문성원의 도전은 실패였다. 적지 않은 나이에 군대까지 마치고 나서 GSL이라는 메이저 리그의 문을 두드렸지만 전성기 때의 실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내용까지 실패작은 아니었다. 고병재를 상대로 한 세트를 따냈고 강민수를 만나서 중후반까지 이끌어가는 능력을 보여줬다. 고병재와의 2세트에서 문성원은 노련한 상황 판단을 선보였다. 고병재의 병력이 9시 지역으로 빠지면서 공격을 시도하는 것을 확인하고 3시 우회로로 치고 들어갔다. 지키고 있던 병력을 제거한 뒤 자원 피해까지 입힌 문성원은 1,059일 만에 다시 선 GSL 무대에서 처음으로 세트 승리를 따냈다.

강민수와의 패자전에서도 문성원은 메카닉으로 부드럽게 넘어갔다. 1세트에서 견제가 제대로 통하지 않았음에도 메카닉 유닛을 확보했고 강민수의 턱 밑까지 조이기 라인을 형성했다. 대공 유닛이 부족해 뮤탈리스크에 역습을 당하면서 허무하게 무너졌지만 메카닉의 위력을 증명했다. 2세트에서도 메카닉 공격을 고수하다가 무리군주 전환을 알아채지 못해 패하긴 했지만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뚝심을 보여줬다.

문성원의 이번 도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성기에서 한풀 꺾인 20대 후반에 군에 갔다가 30대를 훌쩍 넘어 현역으로 복귀하겠다고 나섰고 첫 공식전에서 나쁘지 않은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스타2에서 30대 프로게이머가 문성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스타크래프트2 초창기에 임재덕이 선수로 뛰면서 GSL 3회 우승, 10시즌 연속 코드S 진출 등 30대 프로게이머도 전성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임재덕은 지금의 문성원과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일찌감치 병역을 마친 임재덕은 마음 편히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에 종목 전환도 가능했고 코치에서 선수로 돌아가는 선택도 수월했다. 스타2에서 잠시 선수 생활을 했던 임요환도 군 생활을 마친 이후 종목을 바꿨기에 문성원보다는 여유가 있었다.

문성원이 가는 길은 스타2 후배 선수들에게 길잡이가 되기에 의미가 있다. 스타2 선수들이 연달아 군에 입대하고 있고 전역한 선수들이 어떤 길을 가야할 지 정하지 못할 때 문성원이 전역 이후 선수 생활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모습을 보인다면 후배들도 선수 생활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얼마 전에 전역한 정명훈이 "문성원 선배가 스타2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 나도 그 길을 걷겠다고 마음 먹었다"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비단 스타2 선수들 뿐만 아니라 군대가 프로 생활을 이어가지 못하게 만드는 큰 장벽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군에 가기 전에 성과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후배들에게 문성원의 선례(先例)가 좋은 사례라는 뜻의 선례(善例)가 되기를 바란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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