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의 선수 가운데 롤챔스에서 출전한 경력이 있던 선수는 정글러 김민수와 미드 라이너 이성혁 뿐이다.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던 김민수는 2017년 롤챔스로 넘어와서 호흡을 맞췄지만 서머에서는 나온 적이 없었고 이성혁은 진에어 그린윙스에서 주전 미드 라이너로 활동하다가 락스 타이거즈로 이적한 뒤 출전 횟수가 많이 줄었다.
눈길을 끈 선수들은 한화생명 e스포츠가 인수 창단 이후 처음으로 로스터에 추가한 '새내기 ABC'였다. '애스퍼' 김태기, '브룩' 이장훈, '클레버' 문원희의 아이디 앞으로 딴 ABC는 한화생명 e스포츠의 2개 팀 체제를 완성시킨 선수들로, 서머 스플릿에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SK텔레콤과의 2세트에서 투입된 한화생명의 제2 엔트리의 경기력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기 충분했다. 초반에 2킬을 가져가면서 유리하게 풀어간 한화생명은 시종일관 SK텔레콤을 압박했고 골드 격차를 크게 벌렸다. 중규모 전투에서 계속 승리하면서 28분에 킬 스코어를 9대4까지 가져갔다. 내셔 남작을 가져간 이후 포탑을 연파한 한화생명은 32분에는 골드 획득량에서 1만까지 달아났다.
승리를 앞둔 한화생명은 하단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고 월드 챔피언십 우승 멤버인 '뱅' 배준식의 자야에게 일망타진 당하면서 역전패를 당했다. 30분 내내 앞서 나가다가 한 번의 전투에서 패해 무너진다는 말은 한화생명의 2세트를 설명해 주는 한 문장이다.
제2 엔트리가 역전패를 당하면서 한화생명은 결국 SK텔레콤에게 0대2로 무너졌다. 팬들의 비판도 있었다. 하위권에 처져 있는 SK텔레콤을 상대로 주전들을 그대로 기용했다면 패승승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패하긴 했지만 한화생명의 시도에는 박수를 보낼 만하다. 경기력이 좋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면서 패했다면 욕을 해도 좋을 만한 교체였다.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패배를 자처한 것이나 다름 없는 용병술로 비출 만했다. 하지만 경기력이 엄청나게 좋았고 SK텔레콤을 패배 직전까지 몰아 넣었다.
마지막 전투에서 대패한 것은 경험 부족이 원인일 수 있다. 포탑만 깨면서 압박해 들어가는 운영을 택할 것인지, 과감하게 전투를 걸어서 상대 인원을 줄일 것인지 판단은 많은 실전 경험을 통해야만 쌓인다.
강현종 한화생명 감독은 "제2 엔트리를 구동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라고 총평했다. 30세트 가까이 치르면서 플레이가 고착화될 수 있었던 제1 엔트리에게는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고 연습을 통해 기량을 검증받기는 했지만 실전 경험은 적었던 제2 엔트리는 '무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2차 검증까지 완료했다. 강 감독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봤을 때 제2 엔트리의 데뷔전은 성공적이었다. 내부적으로 피드백했을 때 대부분 '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평가했고 가능성을 보여준 무대였다"라고 덧붙였다.
포스트 시즌 진출을 목표로 달리고 있는 한화생명 e스포츠에게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은 SK텔레콤전 1승은 절실했다. 하지만 강현종 감독은 제2 엔트리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고 졌기에 실패로 보일 수도 있지만 한화생명이 장기적으로 팀을 끌고 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했던 도전이었다.
지금은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는 팀이라도 처음은 있다.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최다 우승에 빛나는 SK텔레콤 T1도, '페이커' 이상혁도 '누구지?'라는 평을 받은 적이 있고 2017년 롤드컵 우승팀인 삼성 갤럭시도 2015년에는 5명 모두 새로운 멤버로 팀을 재편하면서 승강전에 가기도 했다. 그 멤버 중 한 명이 '큐베' 이성진이었다.
한화생명이 21일 기용한 제2 엔트리 중에서 훗날 대스타로 성장해서 팬들을 기쁘게 해줄 선수가 나올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