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열리는 장소도 다양하다. 스타크래프트 리그인 ASL과 스타크래프트2 리그 GSL은 삼성동의 아프리카 프릭업 스튜디오에서, 또 다른 스타크래프트 대회 KSL은 신촌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문화홀에서 열린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글로벌 챔피언십(HGC)은 독산동에 위치한 VSL 스튜디오에서 진행되고, 오버워치 컨텐더스는 마포구의 서강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중 경기장이 고정된 곳은 아프리카TV가 주관하는 ASL과 GSL 뿐이다. 이제 첫 시즌을 시작한 KSL은 논외로 치더라도 HGC와 오버워치 컨텐더스는 매 시즌 경기장이 바뀌고 있다.
히어로즈는 슈퍼리그가 사라지고 HGC 시스템으로 개편되면서 서울 마포구 상암동 OGN 기가 아레나에서 O-스퀘어로 경기장을 옮겨 무관중 경기를 치렀다. 현재는 VSL 스튜디오에서 진행해 다시 관중들이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게 됐지만 히어로즈 e스포츠 팬들과 프로게이머들에게 2017년은 불만이 많은 해였다.
올해는 오버워치가 비슷한 상황이다. 오버워치 에이펙스가 폐지되고 오버워치 컨텐더스로 재편되면서 경기장도 바뀌었다. 컨텐더스 시즌1은 송파구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치렀고, 시즌2는 서강대학교 체육관에서 진행 중이다. 현재로썬 시즌3 경기장은 또 다른 곳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오버워치 e스포츠 팬들은 새 시즌이 열릴 때마다 새로운 경기장을 찾아다녀야 한다. 경기장까지 가기 위한 적절한 교통편과 주변의 편의시설 등을 새로 익혀야 한다. 유목민이 따로 없다.
이러한 오버워치 컨텐더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2013년 당시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가 처했던 상황이 떠오른다. 당시 프로리그는 마땅한 경기장을 찾지 못해 신도림에 위치한 인텔 e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치러야했다. e스포츠 경기장이지만 방송을 위한 시설이나 무대는 갖춰지지 않은 곳이었다. 세계 최고 선수들의 경기를 담기엔 초라한 무대였다. 5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한국에도 블리자드 전용 경기장이 하나쯤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블리자드는 최근 들어 e스포츠 대회들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HGC와 컨텐더스가 그렇고, KSL도 블리자드가 직접 나서서 연 대회다. 이전과는 e스포츠 운영 방침이 달라진 만큼 전용 경기장도 반드시 필요하다.
블리자드는 이미 두 곳의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하나는 미국에 있는 블리자드 아레나 로스앤젤레스고, 또 다른 하나는 대만에 있는 블리자드 아레나 타이페이다.
한국은 블리자드 게임에서 언제나 세계 최고를 유지했다. 스타크래프트부터 시작해 오버워치까지 모든 종목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우승 타이틀을 한국의 프로게이머들이 따냈다. 블리자드에게 있어서도 한국은 '특별한' 시장이다. 그런데 그런 한국에 블리자드 전용 경기장이 없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에겐 넓고 쾌적한 '블리자드 아레나'가 필요하다. 만약 블리자드 아레나 서울이 만들어진다면 팬들은 지금보다 더 편리하게 경기를 관전할 수 있을 것이다. 전용 경기장에서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선수들도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고,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확률도 감소할 것이다.
오버워치 팬들의 구매력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기에 티켓 판매로 인한 수익성도 노려볼 수 있고, 다양한 종목의 경기가 번갈아 열리면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다. 추후 서울 다이너스티의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는 것도 의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제대로 된 경기장 하나 없이 유목민 생활을 할 것인가. '블리자드 스케일'에 결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불편을 호소하는 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블리자드가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준비한다면 2020년이 오기 전엔 경기장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블리자드 아레나 서울이 마련되고, 그것이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길 희망해본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