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케의 결승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샬케는 창단 이후 강등권을 면치 못하던 하위팀이었기 때문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 축구팀인 샬케는 지난 2016년 서머 스플릿을 앞두고 엘리먼츠의 시드권을 사들이며 LCS 무대에 뛰어들었다. 첫 시즌부터 부진한 샬케는 8위를 기록하면서 승격강등전을 치르게 됐고, 미스피츠에게 패하면서 2부 리그로 떨어졌다. 샬케는 2017년 스프링 스플릿에서 챔피언십 시리즈 1위를 기록했지만 이번에는 미스피츠 아카데미에 패하면서 1부 리그 복귀에 실패했다.
하지만 샬케는 멈추지 않았다. 실망스러운 성적에도 불구하고 팀 운영을 지속했고, 2017 서머 스플릿 승격강등전에서 레드불스를 꺾고 다시 LCS에 이름을 올렸다.
여전히 성적은 좋지 않았다. 샬케는 2018 스프링 스플릿에서 7승11패의 성적으로 또 다시 8위에 머물렀다. 다행히 LCS에 프랜차이즈 제도가 도입되면서 강등되는 일은 사라졌지만 '샬케'라는 명성에는 걸맞지 않은 성적이었다.
그런 샬케가 서머 들어 달라졌다. 중위권 팀들이 부진한 사이 조금씩 승수를 쌓기 시작했고, 12승6패를 기록하면서 정규 시즌을 3위로 마쳤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스플라이스와 바이탤리티를 잡고 그토록 고대하던 결승 무대를 밟았다. 창단 2년 만에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샬케가 비록 이번 스플릿에서 우승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미 많은 것을 얻었다. 패배감에서 벗어나 차기 시즌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없던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출전 기회까지 잡았기 때문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이 롤드컵에 나간다는 것은 프로 축구팀이 UEFA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는 만큼이나 영광스러운 일이다.
샬케가 돋보이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파리 생제르맹(PSG)의 존재다. 프랑스 축구팀 PSG는 2016년 겨울 후마의 시드권을 사들이면서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창단했다. 2부 리그에서 시작한 PSG는 2017 스프링 플레이오프에서 프나틱 아카데미에 석패하며 승격에 실패했다. 서머 스플릿에서는 단 1승에 머무르면서 최하위인 6위를 기록했다. 그러자 PSG는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해체시켰다. 겨우 1년 만에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서 손을 뗀 것이다. 인내심을 갖고 팀을 운영해온 샬케와는 무척 비교되는 행보다.
물론 PSG가 e스포츠에서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다. PSG는 지난 4월 중국 프로게임단 LGD의 도타2 팀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PSG.LGD로 명명된 이 팀은 최근 도타2 디 인터내셔널8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LGD는 이미 수차례 우승한 강팀이었고, 지난해 디 인터내셔널에서도 4강에 오른 바 있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결승까지 오른 샬케와 기존 강호에게 투자하는 것은 크게 차이나는 일이다.
만약 PSG의 리그 오브 레전드 팀도 LCS에 승격했다면 팀 운영을 지속했을 것이다. 하지만 거대 자본을 등에 업고도 그 짧은 기간조차 인내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e스포츠 팬들은 실망했다. 그리고 인내심을 보여준 샬케라는 모델이 있어 그 실망감은 더욱 컸다.
최근 e스포츠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게임단을 창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 내 성과를 보지 못할 경우 사업을 철수하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e스포츠는 돈만 쓴다고 해서 쉽게 챔피언 타이틀을 따낼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팀 운영과 선수단 육성 및 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이 바로 팀의 성장을 기다려줄 줄 아는 인내심이다.
e스포츠를 쉽게 보고 뛰어든 기업은 성공하기 어렵다. PSG처럼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고 팀을 해체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이 다른 종목이었더라도 쉽게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e스포츠라는 콘텐츠가 벌어다줄 돈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e스포츠라는 종목에 대해 존중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최근 게임단을 창단한 기업, 혹은 창단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면 유럽 LCS에서 도전의 길을 걷고 있는 샬케 04를 보고 배워야 할 것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