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게임에 처음으로 시범 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가 화제를 모으면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던 지난 주, 스타크래프트:리마스터로 진행되는 KSL과 ASL에서는 '폭군' 이제동이 전성기를 연상시키는 활약을 펼치면서 주인공이 됐다.
이제동은 8월30일 열린 코리아 스타크래프트 리그(이하 KSL) 4강에서 프로토스 정윤종을 상대로 4대0 완승을 이끌어냈다. 이제동의 승리를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정윤종이 최근에 열린 ASL 시즌5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KSL에서도 16강과 8강을 거치는 동안 단 두 세트만 내주는 등 최고의 기세를 자랑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제동은 16강 첫 경기에서 패하면서 패자조로 내려갔고 김윤중과 이재호를 연달아 잡아내면서 간신히 살아 났다. 8강에서도 프로토스 장윤철을 상대로 1, 2세트를 내준 뒤 내리 세 세트를 가져가면서 어렵게 승리했다.
이제동의 최근 경기가 어렵게 풀어가는 패턴을 보였기 때문에 정윤종과의 대결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생각됐지만 이제동은 1세트부터 흔들기에 성공했고 전략과 힘싸움을 두루 걸면서 4대0 완승을 이끌어냈다.
이제동이 스타1에서 결승에 올라간 것은 2010년 9월 중국에서 열린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2 이후 2,911일 만이다. 스타크래프트2로 종목을 바꿨을 때 각종 대회에서 결승에 올랐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던 이제동이지만 2016년 스타1으로 복귀한 뒤로는 제대로 된 성적을 낸 적이 없다. 아프리카TV 스타크래프트 리그(이하 ASL) 시즌2에서 4강에 진출한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이제동은 여세를 몰아 2일 열린 ASL 시즌6 24강 A조에서도 조 1위를 차지했다. 화승 오즈 시절 '리틀 이제동'이라 불렸던 박준오를 잡아낸 뒤 염보성을 상대로도 중후반 운영을 통해 완승을 거두고 가장 먼저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제동은 오는 8일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예스24홀에서 KSL 2018 시즌1 결승전을 치른다. 상대는 '철벽'이라 불리는 저그 김민철을 4대2로 잡아낸 테란 김성현이다.
이제동에게 KSL 시즌1 결승전은 군입대를 앞두고 마지막 결승전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06년 데뷔해 12년을 꽉 채워 선수 생활을 했고 KSL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결승 무대까지 올랐다. 1990년생인 이제동은 만으로 28세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더 이상 군입대를 늦출 수 없다.
결승행을 확정 지은 뒤 이제동은 "이번 KSL이 입대하기 전 가장 높은 곳에 서는 대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라면서 "부진했을 때 기다려 주고 응원해 주신 팬들을 위해서라도 최고의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준비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택뱅리쌍'이라 불리면서 스타1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이제동이 입대전 마지막 결승 무대에서 환하게 웃으면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장면을 기대해 본다. 이제동의 마지막 스타1 우승은 2010년 1월에 열린 네이트 MSL였고 그 당시 우승했음에도 이제동은 시원하게 웃지 못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