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구월동과 만수동의 경계가 맞닿은 곳에 위치한 한 작은 상가 건물. 기존에 학원으로 쓰이던 곳을 개조한 숙소 겸 연습실에는 여드름도 채 가시지 않은 앳된 모습의 선수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고 있었다.
그중 '조커'라는 아이디를 쓰던 선수는 인터뷰가 처음인 듯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취한 파이팅 자세에서는 어색함이 한가득 묻어나왔다. 그야말로 풋풋한 신인이었다.
한국의 1세대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가 된 그 선수는 이후 팀을 옮긴 뒤 모두가 알만한 슈퍼스타로 성장했고, 다양한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무대라 평가받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에서는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하면서 '고통' 혹은 '불운'의 아이콘이 됐다.
그랬던 그가 다섯 번째 결승 도전 만에 드디어 롤챔스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지난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그리핀을 꺾고 우승한 kt 롤스터 '스코어' 고동빈의 이야기다.
프로게이머는 게임을 잘하는 것만큼이나 그 기량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짝하고 사라진 선수들은 한 트럭이지만 꾸준히 오래 상위권에 머무르는 선수들은 많지 않다.
프로게이머로 오래 활동하기 위해선 다양한 조건들을 필요로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프로로서의 마음가짐이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온갖 악플과 비판, 패배로부터 오는 좌절감 등을 견뎌내야 한다. 게임에 흥미가 떨어져 프로게이머를 그만두는 사례도 종종 있는데, 이는 게임으로 경쟁을 하는 것이 자신의 직업인 것을 망각한, 프로 의식이 떨어지는 행위다.
고동빈은 위의 모든 것들은 견뎌내면서 자신의 기량을 유지했다. 함께 시작했던 동료들이 코치로 전향할 때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포지션도 두 번이나 변경했다. 그런 그가 그동안 롤챔스 무대에서 보여준 모습이나 그에 대한 동료 선수들의 평가는 한결 같았다. 위대한 선수 고동빈.
고동빈이 고평가를 받는 이유는 단지 게임 실력 뿐만은 아니다. 그가 걸어온 발자취를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동빈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를만한 사고 한번 치지 않았고, 팀원들이나 코칭스태프와의 불화설도 없었다. 롤챔스 우승 후 인터뷰에서는 과거에 놓쳤던 네 번의 우승에 대한 아쉬움보다 팀을 떠난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그런 선수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이 있다. 고동빈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7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그저 살아남기만 한 것이 아니라 최정상의 자리에 오르면서 진정으로 강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포기하지 않고 끝내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춘 고동빈에게 다시 한 번 축하를 보낸다. 그리고 다가올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현재진행형인 도전에 성공이란 마침표를 찍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