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 진에어 그린윙스와 콩두 몬스터에서 활약한 바 있는 오지환은 2018년 스프링을 마친 뒤 새로운 팀을 찾다가 지-렉스와 연이 닿았다. 지-렉스는 미드 라이너로 '캔디' 김승주, 원거리 딜러로 '스티치' 이승주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정글러 자원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하위권에 처져 있었다.
오지환이 합류한 뒤 지-렉스는 드라마틱한 상승세를 보였고 서머 정규 시즌을 5위로 마치면서 리그 오브 레전드 마스터 시리즈 지역의 대표 선발전에 올랐다. 4강전에서 지-렉스가 홍콩 애티튜드를 상대할 때 오지환은 팀이 0대1로 뒤처진 2세트에 투입됐고 내리 세 세트를 따내는 데 큰 공을 세웠고 두 번이나 세트 MVP로 선정됐다. J팀과의 결승전에서는 나서지 않았지만 지역 대표 선발전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4강전에서 오지환이 보여준 활약을 '역대급'이라고 표현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지-렉스는 LMS 서머와 지역 대표 선발전을 치르는 동안 한국 선수 세 명을 두루 활요했다. 용병은 두 명 밖에 출전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원거리 딜러 '스티치' 이승주를 고정 출전시키면서 미드 라이너 '캔디' 김승주와 정글러 '레이즈' 오지환을 두루 사용하는 전술이었다. 김승주가 나설 때에는 다른 정글러를 썼고 오지환이 출전하면 미드 라이너를 'Wuji' 양치아유를 기용하는 방식으로 재미를 봤다.
롤드컵 진출이 확정된 이후 지-렉스는 고민에 빠졌다. 롤드컵에서 뛸 수 있는 선수가 6명 뿐이기 때문이다. 6명을 등록시켜 놓고 5명을 출전시키는 것이 공식 룰이었고 지-렉스가 지역 대표 선발전에서 가장 재미를 본 선수 기용 방식은 7인 로스터였을 때였기에 상충됐다.
지-렉스는 코치인 'Toyz' 커티스 라우가 공식 SNS에 장문의 글을 남기면서 선수 선발 과정을 세세하게 전했고 이 과정에서 오지환이 탈락했다. 오지환의 탈락을 한 팀에 한국인 용병이 세 명이 있었기 때문이라 풀이할 수도 있지만 지-렉스는 LMS에서 이 세명으로 성공적인 용병술을 보여왔기에 전혀 문제가 될 리 없었다.. 문제는 롤드컵 로스터가 6명이라는 데 있었다.
롤드컵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인 kt 롤스터, 아프리카 프릭스, 젠지 e스포츠도 6인 로스터 때문에 오랜 시간 고민해야 했다. 2018 시즌에 정글러 '러시' 이윤재가 '스코어' 고동빈을 대신해 몇 차례 출전해 재미를 봤고 스프링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미드 라이너 '폰' 허원석까지 보유하고 있던 kt는 팀의 미래를 위해 나이가 어린 톱 라이너 '킹겐' 황성훈을 로스터에 포함시켰다.
아프리카 프릭스는 서머 초반 비원딜 전성 시대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원거리 딜러 '에이밍' 김하람과 정글러 '모글리' 이재하 사이에서 주판알을 튕겼다. 외부적으로 봤을 때에는 김하람의 성적표가 좋았지만 최근 경기력이나 메타에 이재하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
젠지 e스포츠도 6인으로 로스터를 꾸리는 과정에서 서머 시즌 내내 주전으로 뛰었던 미드 라이너 '플라이' 송용준을 포기해야 했다. 송용준은 '크라운' 이민호가 슬럼프에 빠져 있던 시기에 팀을 이끌면서 포스트 시즌까지 올려 놓았다. 한국 대표 선발전 과정에서 이민호에게 기회를 내준 송용준은 끝까지 출전하지 못했고 결국 막판에 탈락했다.
만약 롤드컵 로스터가 6인이 아니라 7인이었다면 지-렉스의 오지환과 kt 이윤재나 허원석, 아프리카 김하람, 젠지 송용준이 롤드컵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맞았을 것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여러 지역 팀들로부터 롤드컵 로스터를 확대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올해에도 6명으로 고정시켰다. 이유를 물었을 때 라이엇의 답변은 "메이저 5개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는 아직까지도 5명만으로 팀을 구성하는 팀이 많기에 로스터를 확대하면 불이익을 받는 셈이 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롤드컵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e스포츠 종목이다. 북미와 중국 등 메이저 지역에서는 프랜차이즈화를 성공하면서 팀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고 팀 숫자도 늘렸다. 선수로 뛰겠다는 인원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고 풍부한 인적 자원을 앞세워 선수 교체를 통해 다양한 플레이를 추구하는 팀들도 늘었다.
팀들의 1년 농사가 마무리되는 무대인 롤드컵은 각 지역 팀들이 준비했고 성과를 냈던 방식을 모두 뽐낼 수 있는 경연장이 되어야 한다. 하루 아침에 로스터를 10인으로 늘리자는 요구도 아니다. 한 명만 늘어도 팀들이 보여줄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은 대폭 늘어난다.
과거에도 로스터를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천재지변이나 선수 개인의 컨디션 악화, 혹은 징계로 인해 출전할 선수가 부족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긍정적인 요소보다는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특수 상황에 대한 예비 엔트리를 확보하는 데 급급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8년째를 맞는 롤드컵은 많이 발전했다. 6인 로스터로는 팀의 색깔과 경기력을 모두 보여줄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24개 팀이 지역을 제패할 수 있었던 이유를 보여주는 롤드컵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도록, 지역 대회와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로스터 확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