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예정인 올스타전은 그 형식이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라이엇 게임즈는 이번 올스타전에는 각 지역별로 2명의 프로 선수와 2명 혹은 3명의 리그 파트너(스트리머나 크리에이터, 코스튬 플레이어, 유명 커뮤니티 회원 등)가 팀을 이뤄 경기에 참여할 것이라 발표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대부분의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팬들은 거부반응을 보였다. 라이엇 게임즈가 올스타전의 취지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매년 연말 열리는 올스타전은 롤드컵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올스타전은 롤드컵 무대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거나 혹은 각 지역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아쉽게 롤드컵에는 나서지 못했던 선수들을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는 자리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올스타전마저 지역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오히려 선수들을 혹사시킨다는 비판이 나왔다. 시즌 중간에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과 리프트 라이벌즈가 포함된데 이어 올스타전까지 지역별 경쟁 구도로 만들다보니 참가하는 선수나 지켜보는 팬 모두 지친 것이다.
때문에 이번 올스타전에 프로 선수의 참가 비중을 줄인 것은 무거운 경쟁에서 오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트리머들을 위한 리그 파트너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활성화하자는 의도도 컸을 것이다.
하지만 방향을 잘못 잡았다. 올스타전은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선수들의 색다른 모습을 보고파하는 팬들의 바람이 투영된 이벤트다. 올스타전은 리그 경기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챔피언들과 대결 모드, 선수 조합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대회다. 그런데 올스타전에 '올스타'의 비중이 줄어든다면 그것은 더 이상 올스타전이라 부르기 힘들 것이다.
물론 유명 스트리머들은 프로게이머 못지않게 게임의 인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스트리머들은 각 지역 언어에 따라 인기와 공감대 형성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선수들은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부터 롤드컵까지 다양한 대회와 경기들을 통해 스토리를 만들었지만, 제 아무리 인기가 있다 한들 전 세계 스트리머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는 그들만의 특별한 스토리가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런 것들을 원했다면 차라리 지역별로 올스타전을 따로 개최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BJ 멸망전'같은 콘텐츠가 있으니 낯설지도 않다.
프로게이머 은퇴 후 스트리머로 전향한 '스페이스' 선호산이나 '매드라이프' 홍민기 같은 인물들이 나오면 반갑겠지만, 심각한 트롤링으로 장기간 계정 정지를 당했던 북미의 'Tyler1' 타일러 스타인캠프 같은 스트리머가 올스타전에 나온다면 라이엇 게임즈를 좋게 볼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올스타전 참가 기준이 프로게이머가 아닌 스트리머가 되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도파'가 올스타전에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그가 리그 파트너 프로그램에 포함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라이엇 게임즈는 고집을 부리기보단 커뮤니티의 피드백을 받아들여 지금이라도 다시 올스타전에 대한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 '올스타'의 의미를 곱씹을 필요가 있다. 스트리머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면 프로게이머와 스트리머 간의 경기를 분류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e스포츠 팬과 스트리머 팬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