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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홈코트' 내준 LCK

RNG의 경기가 있는 날 벡스코 오디토리움의 모습. 한국인지 중국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국 팬들이 많다.
RNG의 경기가 있는 날 벡스코 오디토리움의 모습. 한국인지 중국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국 팬들이 많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2018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부산 광역시 벡스코 주위에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팀들이 주최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팀은 중국 대표 로얄 네버 기브업(이하 RNG)이다. RNG 사무국은 16강이 열리는 날마다 경기장인 벡스코 오디토리움 3층에 자리를 잡고 RNG의 로고가 새겨진 응원 용품들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단품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종이 가방에 응원 깃발, 응원 수건, 손목 밴드, 응원 풍선, 포스터 등을 담아 나눠주고 있다. RNG 팬들에게만 나눠주는 것도 아니고 다른 팀을 응원하러 왔다가 관심을 보이는 관람객이 있으면 곧바로 챙겨준다.

RNG 팬이 마련한 밥차.
RNG 팬이 마련한 밥차.

롤드컵 16강 현장에서 나눠주고 있는 RNG 응원 도구 세트.
롤드컵 16강 현장에서 나눠주고 있는 RNG 응원 도구 세트.

14일에는 RNG 밥차도 등장했다. RNG가 그룹 스테이지 2라운드에 나서면서 하루에 최소 세 경기를 치러야 하는 날이었다. 경기하는 선수들도 배고플 수 있지만 응원하는 팬들도 밤 늦은 시간까지 함성을 지르려면 속이 든든해야 하는 법. RNG를 응원하는 팬이 직접 밥차와 커피차를 대동해서 경기가 열리기 전에 스테이크와 밥, 샐러드 등이 담긴 도시락을 제공했다.

RNG 사무국과 팬들이 정성을 담아 준비한 응원 도구와 식사는 경기장에서 실효를 발휘했다. 오디토리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RNG 팬들의 손에는 응원 도구들이 들려 있었고 경기장이 떠나가라 응원전을 펼쳤다. RNG의 운명이 걸려 있던 젠지 e스포츠와의 대결과 B조 순위 결정전이었던 C9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팬들은 우렁차게 한 목소리로 "RNG 짜요"를 외쳤다.

눈길을 사로 잡은 팀은 또 있다. 유럽 팀인 프나틱이다. 프나틱은 13일과 14일 이틀 동안 해운대에 프나틱의 유니폼과 게이밍 기어 등을 구매할 수 있는 팝업 스토어를 열었고 14일에는 선수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 사인회를 열기도 했다.

프나틱은 팀이 외국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이러한 행사를 열었다. 올해 유럽 LCS 스프링 결승이 열린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스나틱 스토어를 열어서 호평을 받았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기간에는 공원에서 피크닉 행사를 열었다. 리프트 라이벌즈가 열린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타코 트럭을 설치했고 서머 LCS 결승이 열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프나틱 바를 열었다.

프나틱이 한국에서 열리는 롤드컵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유니폼. 한글로 '롤드컵'이라고 적혀 있는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프나틱이 한국에서 열리는 롤드컵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유니폼. 한글로 '롤드컵'이라고 적혀 있는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프나틱은 유니폼에도 특별한 의미를 담았다. 등쪽에 '롤드컵 2018'이라고 한글로 새겨 넣었고 프나틱이라는 팀 이름도 한글로 적었다. 유럽에서 프나틱이 착용한 유니폼에는 'fnatic'으로 적혀 있었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롤드컵인 만큼 한글로 '프나틱'을 적어 넣었다.

RNG와 프나틱이 한국에서 열리는 롤드컵에 참가하는 선수단을 응원하기 위해 정성을 들인 반면 한국 팀들은 제대로 된 팬 서비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kt 롤스터와 아프리카 프릭스의 유니폼 제작사인 슈퍼 플레이가 팝업 스토어를 펼쳤지만 다른 팀들의 제품도 섞여 있어 롤드컵 참가팀만을 위한 행사로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롤드컵에 참가한 한국 팀 가운데 눈에 띄는 팬 서비스를 한 사례는 아프리카 프릭스의 응원 버스 정도다.

RNG와 프나틱이 자국이 아닌 한국에서 팬들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 곳에서 원정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에게 팬들의 응원 소리가 조금이라도 더 크게 들릴 수 있고 팀의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을 것이다. 타국에서 보이는 팀의 유니폼, 팬의 목소리가 선수들에게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16강에서 한국 팀은 저조한 성적을 냈다. 디펜딩 챔피언 젠지 e스포츠가 1승5패로 탈락했고 아프리카 프릭스도 1라운드에서 1승2패로 부진했다가 2라운드에서 3승을 거두면서 어렵게 8강에 진출했다. 성적이 부진한 이유는 방심하다가 허를 찔렸기 때문이겠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응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개최국이기에 당연히 팬들이 찾아와서 응원해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임했다가 현장 분위기를 외국 팀들에게 내줬다.

중국 팀들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오디토리움이 가득 차지만 중국 팀이 없는 날에는 절반 조금 넘게 차는 기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15일 아프리카 프릭스가 경기를 치르던 날 경기장은 한산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 비었다. 아프리카가 속한 A조에는 중국 팀이 없었다.

홈코트 어드밴티지는 당연한 결과물이 아니다. 아무 것도 행하지 않으면 어드밴티지는 발생하지 않는다. 외국 팀들이 더 열심히 마케팅과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한국 팀들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왜 한국 팀을 응원하는 한국 팬들의 목소리가 작은지.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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