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3세트부터 반전이 펼쳐졌다. 거짓말처럼 김정우가 3세트부터 힘을 내기 시작했고 '패패승승승'이라는 기적적인 스코어를 보여주면서 꺾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최종병기' 이영호를 제압하고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8년 후인 ASL 결승전도 전혀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모든 선수들과 모든 전문가들이 이영호의 우승을 점쳤다. 이영호는 저그전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결승에 올랐으며 전 시즌 탈락의 아픔을 이번 시즌에 말끔히 씻어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게다가 결승전 당일 세트 스코어는 1대2로 이영호가 이미 매치포인트를 획득하며 김정우의 우승 꿈은 멀리 사라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10년에도 그랬듯 이영호를 만나 위기를 맞은 김정우는 뭔가 달랐다. 이대로 질 수 없다는 듯 그의 눈빛은 더욱 반짝였다. 그리고 내리 4, 5세트를 승리로 장식하며 거짓말처럼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것도 이영호가 통산 10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앞둔 상황에서 또다시 제대로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번 결승전을 앞두고 이영호는 복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칼을 갈았다. 방심은 1도 하지 않겠다며 경기를 준비했다. 그러나 김정우는 남들과는 다른 전략으로 이영호를 상대했고 결국 '최종병기'에게 두 번의 준우승을 선물한 유일한 선수가 됐다.
'어게인 2010년'을 현실로 만들어 버린 김정우. 힘든 일들을 극복하고 '지옥에서 돌아온 매시아'인 김정우는 8년 전에도, 8년 후에도 이영호에게 '지옥'을 선사한 게이머로 기록될 것이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