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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대격변을 환영한다

kt 롤스터와 재계약하지 않기로 하면서 FA 신분을 얻은 '마타' 조세형.
kt 롤스터와 재계약하지 않기로 하면서 FA 신분을 얻은 '마타' 조세형.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이 마무리되면서 세계 각지에서 선수단 재편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롤드컵에 참가하지 않은 팀들은 대회 기간 중에 속속 선수들과의 계약이 끝났다고 밝혔고 롤드컵을 마친 팀들은 하나둘씩 차기 시즌을 위한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한국 지역 팀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3일 한화생명 e스포츠가 bbq 올리버스로부터 미드 라이너 '템트' 강명구와 정글러 '보노' 김기범을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고 저녁에는 kt 롤스터가 서포터 '마타' 조세형과 재계약을 성사하지 못했다고 알렸다. 일부 언론을 통해 조세형을 원하는 곳이 두 곳 정도 된다고 알려지면서 영입 경쟁이 본격화됐다.

대격변은 예정되어 있는 수순이었다.

2018년 한국은 리그 오브 레전드 최강국 자리를 중국에 내줬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중국에게 덜미를 잡혔다.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서는 킹존 드래곤X가 중국의 로얄 네버 기브업에게 결승에서 패하면서 준우승에 머물렀고 사상 처음으로 시범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초미의 관심을 얻었던 아시안 게임에서도 결승전에서 중국에게 덜미르 ㄹ잡혔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연속 우승했던 롤드컵에서는 한 팀도 4강에 올라가지 못하는 등 최악의 성적을 냈다.

롤드컵에서 원하는 성적을 내지 못한 팀이나 롤드컵에 나서지 못한 팀들은 선수단을 재구성할 것이 당연했다. 한국 대표로 롤드컵에 나섰던 kt는 2017년 슈퍼팀을 구성했을 때 목표가 롤드컵 우승이었지만 8강에서 덜미를 잡히면서 탈락했다. 변화가 필요했을 것이고 조세형과의 계약을 종료하면서 구성원 교체를 단행했다. 조세형 또한 변화를 원했을 공산이 크다.

아프리카 프릭스와 젠지 e스포츠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아프리카는 8강에서 완패를 당했고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몸으로 직접 느꼈다. 젠지 또한 전년도 롤드컵 우승팀이었지만 올해 롤드컵에서는 16강에서 1승5패로 역대 최악의 성적을 냈기에 선수단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2017년 롤드컵에 출전했지만 2018년에는 나서지 못했던 SK텔레콤 T1이나 킹존 드래곤X도 인력 재편성 소문이 돌고 있다. 한국에서 열리는 롤드컵 무대에 누구보다 서고 싶었을 두 팀이지만 한국 내부 경쟁에서 밀렸기에 변화가 절실하다.

여기에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에서의 변화도 있었다. 서머 시즌이 끝난 뒤 진행된 승격강등전에서 bbq 올리버스와 MVP가 담원 게이밍과 배틀코믹스에게 패해 탈락했다. LCK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된 선수들은 기존 팀들로 포섭될 가능성이 있었고 한화생명이 강명구와 김기범을 영입한 것이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거둔 성적이나 상황을 봤을 때 대격변은 팀이나 선수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올해 이적 시장은 예전처럼 과당 경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때 같았으면 한국 선수들, 한국 팀들이 너무나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에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서 팀들이 고민에 빠질 수도 있지만 올해에는 한국 팀의 성적이 최근 5년 기준으로 최악이었기에 그런 상황은 나오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봉이 낮았던 일부 선수들에 대해서는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올라갈 수 있을 것이고 외국팀에서 뛰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평가가 높아지는 선수들도 있을 수 있다.

2019 시즌을 앞두고 예상되고 있는 대거 이동은 LCK가 더욱 탄탄해질 기회다. 팀 입장에서는 컬러에 맞는 선수들을 영입해서 리빌딩할 수 있고 선수들 또한 자기를 원하는 팀, 자기가 뛰고 싶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호기다.

라이엇 게임즈가 공식적으로 밝힌 2018년 계약 기간은 11월20일 오전 9시까지다. 선수들은 기존 팀과의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고 팀 또한 어떤 색깔을 띈 팀으로 구성할 것인지 고민할 시간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도미노는 이미 하나씩 넘어가기 시작했다. 역대급으로 뜨거울 것이라 예고된 올해 스토브 리그에서 머리를 차갑게 유지하는 팀, 선수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현재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원하는 밑그림을 정확하게 그려야만 대격변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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