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시즌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를 준비하는 10개 팀들의 움직임은 더 없이 분주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연속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은 우승팀만큼은 스쿼드를 유지해왔다(2014년 롤드컵을 우승한 삼성 갤럭시는 예외다. 우승팀인 화이트 뿐만 아니라 4강에 올랐던 블루까지 모두가 중국으로 넘어갔기에). 그렇다 보니 다음 해 구도는 자연스럽게 롤드컵 우승팀과 이를 꺾기 위해 개편을 단행한 다른 팀들의 대결 구도로 스토브 리그가 돌아갔다.
2018년 한국은 유례 없는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대표로 출전한 킹존 드래곤X가 준우승에 머물렀고 아시안 게임에서도 중국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롤드컵에서는 더없이 초라해졌다. 디펜딩 챔피언인 젠지 e스포츠는 16강에서 1승5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내면서 탈락했고 아프리카 프릭스와 kt 롤스터는 클라우드 나인과 인빅터스 게이밍에게 8강에서 덜미를 잡혔다. 롤드컵에 출전하기 시작한 2012년 이래 한 팀도 결승에 가지 못한 첫 시즌이고 4강조차 올라가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팀들은 물론 선수들까지도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기존 팀, 기존 멤버들을 떠나 새로운 팀과 구성원들을 찾아 나섰다. 역대 스토브 리그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이 자발적으로-2014 시즌이 끝나고 난 뒤의 대격변은 2개 팀을 1개로 줄여야 하는 과정에서 나온 인위적인 변동이었다-팀을 떠나 자유 계약 신분이 됐다. 여기에 2018년 서머까지 LCK에서 활동하던 bbq 올리버스와 MVP가 승강전에서 강등당하면서 2019년 스프링에는 챌린저스에서 활동해야 하다 보니 자유 계약자들이 더 많아졌다. 팀별로 많으면 7명, 적으면 3명 가량이 FA 자격을 얻어 시장에 나왔다. 30명 이상이 새로운 팀을 찾겠다고 나선 셈이다.
비시즌에 기자들이 할 일은 팀들에게 전화를 돌리거나 관계자를 만나서 누구를 영입할지 취재하는 것밖에 없다. 리그가 열리지 않기 때문에 그 일만 하면 된다. 누구를 주축으로 삼을지, 누구와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많기 때문에 전해야 할 사명이 있다.
이번 비시즌에 데일리e스포츠는 이런 정보를 거의 전하지 않았다. 누가 팀을 나갈 것이다, 몇 명만 남을 것이다, 누가 어디와 접촉하고 있다, 외국 팀에서 콜이 왔다, 몇 곳이다 등의 기사를 열심히 쓰기 보다는 기다렸다. 확실하게 도장을 찍었다고 확인되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취재 과정에서 팀 관계자들 혹은 선수들을 만났을 때 다들 조심스러워했다. 팀 관계자들은 협상중에 기사가 나갈 경우 선수들이 마음을 돌릴까봐 말을 아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A 선수가 그 팀에 가면 나도 가겠다'라고 말하는 선수들이 유독 많았기에 주축이 되는 선수와 계약이 틀어지면 모든 계약이 끊어질 수 있다고 애로 사항을 토로했다.
선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들은 최소 3~4곳, 적어도 한두 곳에서는 러브콜을 받았다. 그 팀에 누가 남아 있는지, 누구와 함께 하면 2019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 팀에서 연락이 오면 하루만 또는 이틀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이야기를 반복해야 했다.
20일 오전 9시를 기해 FA 신분이 된 선수들 중에 극히 일부의 선수들만이 소속팀을 정했다. SK텔레콤 T1이나 한화생명 e스포츠는 대부분의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리빌딩 윤곽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팀들은 주말까지도 여전히 선수들을 만나면서 영입 협상을 진행중이다.
소속 팀을 구하겠다고 FA 시장에 나온 선수들에게 스토브 리그는 2019년 일할 곳을 찾는 구직 과정이다. 팀 또한 선수들을 제대로 구하지 못해 2019년을 망친다면 존폐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스토브 리그에서는 선수와 팀 모두 심사숙고하면서 말을 아끼고 있어 절실하다는 생각을 느낄 수 있다.
FA를 선언한 모든 선수가 2019년에도 세계 각지에서 뛰기를 바란다. LCK 팀들도 준비한 금액으로, 원하는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최고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 스쿼드를 짜길 바란다.
이번 스토브 리그에는 늦더라도 정확하게, '카더라'보다는 오피셜을 전달하도록 노력하겠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