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와 스타크래프트2 등 국제 경쟁력이 S+라고 평가되던 종목에서 한국은 우승을 내줬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중국이 우승을 차지했지만 유럽과 북미 등의 팀들에게도 한국은 덜미를 잡혔다. 꼭 우승해야 한다고 외쳤던 아시안 게임에서도 중국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스타크래프트2에서도 가장 많은 선수들이 16강, 8강, 4강에 올라갔지만 우승은 유럽 선수에게 내줬다. 피파온라인4로 진행된 아시안 챔피언십에서도 한국은 3개 팀이나 나섰지만 4강에도 들지 못했다.
한국 안에서의 변화도 있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는 시즌별로 우승팀이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하부 리그에서 올라온 그리핀이 연말에 열린 KeSPA컵을 우승하면서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국내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종목인 스타크래프터에서는 참가하는 대회마다 우승할 것만 같았던 '최종병기' 이영호가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하기도 했다.
1위라는 자리는 가장 눈에 띈다. 그 자리를 익숙하게 여겼던 한국, 한국인, 한국팀들이 자리를 내줬다. 바뀐 챔피언의 자리가 어색하고 실수로 자리를 내준 것 같지만 그 안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어떤 변화가 있었길래 2018년에 급격히 바뀐 것처럼 느껴졌을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스포츠로 대중화되어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 기준해서 보면 중국과 북미 지역은 프랜차이즈를 도입하면서 내부 경쟁이 심화됐다. 승강전이 사라지면서 느슨해질 것이라 예상되기도 했지만 큰 자금을 투자한 게임단들은 앞다퉈 선수, 코칭 스태프 영입에 나섰고 자기 색깔 찾기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 용병 의존도를 줄이며 커뮤니케이션 강화에 나선 로얄 네버 기브업이나 한국인 용병과 코치의 능력을 극대화하면서도 언어를 통해 현지화에 성공한 인빅터스 게이밍, 한국인 지도자의 능력과 영어 활용 가능한 선수들의 호흡을 끌어 올린 클라우드 나인 등이 빛을 발했다.
국내적으로는 한국 팀들 중에 톱3라고 꼽히는 팀들은 전력이 빠져 나가면서 조직력이 느슨해졌고 대신 챌린저스라는 세렝게티에서 살아 남은 팀들이 LCK라는 울타리 안에 있던 팀들을 치고 들어왔다. 서머 승강전을 통해 올라온 그리핀은 롤드컵 직전까지 올라갔고 스프링 승강전에서는 담원 게이밍과 배틀코믹스(현 샌드박스 게이밍)이 LCK로 승격했다.
2018년 왕위를 잃은 사람 혹은 팀, 나라가 2019년 그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처한 상황과 주어진 현실이 다르고 목표하는 바가 올해 탈환인지, 천천히 힘을 끌어 올리는 것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변화하지 않으면, 바꾸지 않으면 그 자리에 올라설 수 없다는 것이다.
e스포츠는 전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과 같은 근대 스포츠 이벤트의 이름을 빌리지 않아도 투자할 가치가 있는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자본이 몰려 들고 있으며 이를 현명하게 유치하고 활용하는 자가 성과를 내고 재미를 본다.
한국은 e스포츠라는 시류를 먼저 읽었고 물꼬를 텄으며 흐름을 만들었다. 종주국이라고 불렸으며 시스템과 실력 모두 최상위였다. 한국이 선봉에 서서 e스포츠를 알리면서 세간의 편견을 헤쳐 나가는 동안 뒤를 따라오던 중국, 북미, 유럽 등에게 추격 당했고 선두를 내준 2018년을 돌아보면서 한국은 이제 체질 개선을 시도해야 할 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e스포츠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지원하겠다고 발표했고 경기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들도 나서고 있다. 협회, 게임사, 방송사, 게임단과의 긴밀한 협력이 이뤄진다면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적기다.
리그 안에서, 업계 안에서는 성적을 놓고 경쟁하고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할 수 있겠지만 한국 e스포츠의 명예 회복, 정상 탈환, 부흥이라는 대승적 입장에서는 보조를 맞춰야 한다. 분열보다는 화합이, 갈등보다는 융화가, 밥그릇 싸움 보다는 파이 키우기가 필요한 2019년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