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열은 전역 이후 ASL 예선에 지속적으로 출전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시즌3부터 시즌6까지 꾸준히 예선에 참가했지만 벽을 넘지 못했고 스타크래프트가 아닌 다른 게임으로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등 이제는 게이머라기 보다는 방송인이 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많았다.
ASL 시즌7 예선에서 이윤열은 프로 선수 출신인 배병우를 최종전에서 꺾고 24강 본선에 진출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개막전을 치르는 A조에 속한 이윤열의 첫 상대는 저그 임홍규였다. 임홍규는 ASL 시즌6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전 시즌에 8강에 올랐고 최근에 열린 KSL 시즌2에서도 8강에 진출한 강자였기에 이윤열의 완패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13일 열린 임홍규와의 대결에서 이윤열은 색다른 전략을 들고 나왔다. 바이오닉을 어느 정도만 모은 뒤 고스트를 생산한 이윤열은 본진 커맨드 센터에 건설된 컴샛 스테이션을 스스로 파괴한 뒤 뉴클리어 사일로로 변환시켰다. 핵을 개발한 뒤 바이오닉 병력과 고스트를 동반해 임홍규의 앞마당을 공격했고 핵폭탄으로 성큰 콜로니 방어선을 무너뜨리겠다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윤열의 작전은 성공하는 듯했다. 사이언스 베슬의 디펜시브 매트릭스를 고스트에게 걸어주면서 공격에 나섰고 핵이 떨어지기 직전까지 도달했다. 임홍규가 뮤탈리스크와 저글링을 총동원해서 고스트를 잡아내면서 핵이 떨어지기 직전에 막아냈지만 이윤열은 두 번째 고스트로 기어이 핵을 적중시켰다. 성큰 콜로니 방어선을 무너뜨린 이윤열은 임홍규가 울트라리스크를 쏟아낸 탓에 GG를 받아내지는 못했지만 다른 테란 선수들과는 다른 참신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패자전으로 내려간 이윤열은 테란 유영진을 상대했다. 초반 벌처 싸움에서 패하면서 수세에 몰렸던 이윤열은 상대 진영 근처에 지어 놓은 2개의 스타포트에서 레이스를 몰래 모아 역습을 시도했고 SCV를 대거 잡아내며 역전승을 거뒀다.
최종전에서 프로토스 이경민을 맞이한 이윤열은 저력을 보여줬다. 이경민의 리버를 태운 셔틀 견제를 성공적으로 막아냈고 3시 돌파까지도 수비해냈다. 탱크와 벌처, 골리앗을 이끌고 프로토스의 9시 확장 근처까지 장악하며 이기는 듯했던 이윤열은 이경민의 아비터 리콜 두 번에 휘둘리면서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이윤열의 선전은 스타크래프트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임홍규와의 1경기 기사는 포털 사이트에서 60만 이상의 클릭수가 나왔고 경기 내내 이윤열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최종전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이윤열의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임요환, 홍진호, 박정석 등과 함께 4대 천왕이라고 불리면서 e스포츠의 전성기를 이끌어낸 이윤열의 부활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요환이 30대 프로게이머를 주창하면서 선수 생활을 최대한 오래 끌고 가려 노력했지만 현실이 되지는 못했다. 이윤열은 올해로 만 34세다. 전성기를 지나도 한참 지났다. 스타크래프트 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선수들이 대부분 BJ를 겸하고 있는 시니어이다 보니 예전과 같은 비중을 두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ASL 시즌7에서 보여준 이윤열의 플레이에는 노장이 갖고 있는 노련함은 물론, 후배들에게 뒤떨어지지 않는 위해 피지컬 능력까지 담겨 있었다. 패스트 핵폭탄과 같이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전략을 들고 나오면서도 보여주기에 그치는 전략이 아닌, 이기기 위한 승부수라는 기대감을 가질 만한 실행 능력을 보여줬다. 또 유영진, 이경민과의 경기에서는 깔끔한 컨트롤과 임기응변 능력, 중후반 운영 능력까지 보여주면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윤열이 구슬땀을 흘렸음을 증명했다.
이경민에게 패하면서 이윤열은 ASL 시즌7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큰 여운을 남겼기에 팬들은 앞으로 열릴 시즌8, 시즌9에서도 이윤열의 경기를 볼 수 있기를 학수고대할 것이 분명하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