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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고스트'와 샌드박스의 시너지

샌드박스 게이밍에서 전성기를 맞은 '고스트' 장용준.
샌드박스 게이밍에서 전성기를 맞은 '고스트' 장용준.
2019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는 팀은 단연 그리핀이겠지만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샌드박스 게이밍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막 이후 5연승을 달리던 샌드박스는 그리핀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한 세트를 따낸 유일한 팀으로 남아 있고 7승1패로 당당히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모래 폭풍을 주도하고 있는 샌드박스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선수는 원거리 딜러 '고스트' 장용준이다. 샌드박스가 승리한 15세트 가운데 7세트에서 MVP로 뽑힌 장용준은 800 포인트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그리핀의 미드 라이너 '초비' 정지훈에 이어 2위에 랭크됐다.

장용준이 2019년 스프링에 모래 바람을 일으키는 주역이 될 것이라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다. 장용준이 속한 팀은 항상 하위권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2015년 CJ 엔투스에 입단했지만 연령 제한에 걸려 2016년 LCK 서머가 되어서야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CJ는 그 시즌에 3승15패에 그쳤고 장용준은 팀이 승강전으로 내려가는 것을 지켜 봐야 했다. 불과 두 세트에 출전한 것이 전부였지만 장용준에게는 CJ가 LCK에서 탈락하게 만든 원인을 제공한 선수라는 딱지가 붙었다.

2017년 bbq 올리버스로 소속을 옮긴 장용준은 승보다 패가 많은 선수라는 낙인이 따라왔다. 세트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 2017년 스프링에서 14승26패, 서머에서 12승32패를 기록했고 2018년 스프링 15승27패, 서머 9승30패 등 장용준의 전체 승률은 30% 주위를 맴돌았다. 가장 높았을 때의 승률이 35%일 정도로 승리보다는 패배에 익숙한 선수였다. 결국 bbq는 2019년 스프링 승격강등전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하부 리그인 챌린저스로 강등됐다.

[기자석] '고스트'와 샌드박스의 시너지

새로운 팀을 찾고 있던 장용준에게 손을 내민 쪽은 샌드박스였다. 배틀코믹스라는 이름으로 승강전에 참가했고 담원 게이밍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뒤 선수를 구하고 있던 차에 장용준에게 테스트를 요청한 것. 샌드박스 게이밍 유의준 감독은 장용준을 영입한 일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bbq 올리버스에서 사무국을 맡았던 분이 배틀코믹스로 와서 같이 회의를 하는데 원거리 딜러 영입 이야기가 나오자 ''고스트'는 어때요?'라고 의견을 내면서 영입이 시작됐다. 우리는 장용준에게 테스트를 제안했다. LCK에서 2년 동안 주전 선수로 뛰면서 100 세트를 넘게 소화한 선수에게 우리 팀에 와줬으면 좋겠다라며 영입을 제안한 것도 아니고 '테스트에 응해줄 수 있느냐라'고 묻는 것을 선수가 받아들이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장용준이 거절하더라도 제의는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고 장용준이 흔쾌히 응했고 통과하면서 함께하기로 했다."

장용준에게 자존심은 문제가 아니었다. LCK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준, 먼저 손을 내밀어준 팀에게 감사했다. 설 무대가 없다면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기 때문이다.

장용준의 합류는 샌드박스에게 큰 도움이 됐다. 원거리 딜러임에도 불구하고 시야가 넓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LCK에서 3년이나 활약한 장용준은 샌드박스 멤버들 가운데 가장 많은 공식전 경험을 갖고 있다. 라이너들은 전황을 파악하기가 어렵고 잘하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론이지만 장용준 다르다는 것이 코칭 스태프의 평가다. 경험을 바탕으로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있으며 상황 판단과 예측 능력 또한 정확하다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두 번째 장점은 공격성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중요도가 높아지는 원거리 딜러는 상대 팀의 타깃이 되기 십상이다. 장용준은 이를 역으로 활용한다. 앞장 서서 공격에 나서면서도 상대의 포화를 받고 살아남으면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을 알고 있다. 장용준이 공격성을 앞세워 미끼가 되어주고 잡기 위해 치고 들어오는 상대를 샌드박스 선수들이 끊어내면 '낚시'에 성공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연습을 통해 이 패턴에 익숙해진 샌드박스는 실전에서도 역전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지난 17일 열린 kt 롤스터와의 3세트에서도 장용준의 이즈리얼이 앞에서 치고 빠지며 kt를 유혹하고 다른 선수들이 달려들어 대승을 거둔 것이 좋은 예다.

'아재 개그'를 던진 장용준? 코칭 스태프와 동료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아재 개그'를 던진 장용준? 코칭 스태프와 동료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유의준 감독이 뽑는 가장 큰 장점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1999년생으로 팀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장용준은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한다. 경기 안에서는 예리하게 피드백하고 부족한 점을 지적하지만 숙소 생활을 할 때에는 막내의 자세로 돌아와서 '아재 개그'를 던지며 동료들과 어울린다. 팀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아 어색할 수도 있지만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내고 있는 장용준은 경기 안에서 입지가 커지는 만큼 팀 안에서도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것이 유 감독의 평가다.

사람에게는 달라질 계기가 한 번 쯤은 주어진다. 누군가에게 샌드박스라는 동앗줄은 부실해 보일 수 있었겠지만 장용준에게는 최고의 기회였다. 장용준은 자기 힘으로 그 동앗줄을 타고 올라갔고 지금의 위치에 섰다. 샌드박스 모래 돌풍의 핵심이 된 장용준은 더 이상 패배의 아이콘이 아니며 승리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저평가됐던 장용준의 이미지는 없어졌고 '성령좌'라는 새로운 별명과 함께 완전히 달라진 평가가 이어졌다.

샌드박스를 만나 첫 전성기를 맞이한 장용준이 꽃길만 걷길 기대해 본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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