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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I 후반 4연승 거둔 SKT, 무엇이 달라졌나

MSI 그룹 스테이지에서 승리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SK텔레콤 T1 선수들의 뒷모습(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MSI 그룹 스테이지에서 승리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SK텔레콤 T1 선수들의 뒷모습(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 2019 그룹 스테이지가 완료됐고 녹아웃 스테이지가 열리는 대만으로 이동하기 위해 휴식기를 가졌다. 한국 대표로 출전하고 있는 SK텔레콤은 7승3패로, 인빅터스 게이밍에 이어 2위로 그룹 스테이지를 마쳤고 4강에서 유럽 대표 G2 e스포츠를 상대할 예정이다.

그룹 스테이지 초반 SK텔레콤의 행보는 순탄하지 않았다. 개막일 첫 경기에서 G2 e스포츠에게 덜미를 잡혔고 이튿날인 11일에는 인빅터스 게이밍(이하 IG)에게 불과 16분 만에 넥서스를 파괴당하는 수모도 겪었다. 3일차에서도 G2를 상대로 유리하게 풀어가다가 파이크의 위력에 연신 당하면서 역전패도 당했다. 3일차까지 3승3패를 당하면서 4강에 올라가긴 하겠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4일차와 5일차에서 완벽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이전에 이겨봤던 플래시 울브즈와 퐁 부 버팔로를 상대한 4일차에서 연승을 거두면서 패배 없이 넘어갔고 5일차에서 리퀴드를 완파한 뒤 IG를 상대로 SK텔레콤 특유의 운영 능력을 발휘하며 승리했다.

MSI 3일차까지 3승3패로 저조한 성적을 냈던 SK텔레콤 T1(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MSI 3일차까지 3승3패로 저조한 성적을 냈던 SK텔레콤 T1(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실험과 안정의 어정쩡한 밸런스

SK텔레콤이 패배한 세 경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실험 정신과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생각으로 챔피언을 구성했다. G2 e스포츠와의 첫 경기에서 SK텔레콤은 사일러스, 리 신, 아지르, 이즈리얼, 노틸러스를 가져가면서 밸런스가 좋은 챔피언으로 구성했한 것처럼 보였다. 실험적인 선택은 '마타' 조세형의 노틸러스였다. LCK 스프링 정규 시즌과 포스트 시즌에서 조세형은 노틸러스를 쓴 적이 없다. 하단 라인전에서 변수를 만들기 위해 노틸러스를 택한 SK텔레콤은 '페이커' 이상혁에게 아지르를 쥐어주면서 안정성을 도모하려 했다. 하지만 노틸러스가 변수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활동 반경이 좁은 아지르의 한계가 드러났고 공간 왜곡을 통해 기동력을 끌어 올리는 라이즈를 가져간 'Caps' 라스무스 빈테르에게 휘둘리며 패했다.

IG와의 경기에서 SK텔레콤은 소나와 타릭을 기용하면서 역대급 실험을 했다. LCK에서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조합이었지만 MSI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던 소나와 타릭을 기용한 SK텔레콤은 사일러스, 리 신, 이렐리아를 택하면서 균형을 맞춘 듯했다. 하지만 1레벨 인베이드 싸움에서 소나가 점멸을 쓴 뒤 잡혔고 이상혁의 이렐리아까지 점멸을 사용하면서 IG에게 틈을 보였다. IG는 중단과 하단을 집요하게 파고 들어 연속 킬을 챙겼고 SK텔레콤은 16분 만에 넥서스를 내주고 말았다.

12일 열린 G2와의 리매치에서도 SK텔레콤은 미스 포츈으로 변수를 창출하려 했다. 좁은 지역에서 벌어지는 교전에서 화력을 터뜨릴 수 있는 챔피언을 택했고 이상혁에게 아지르를 쥐어주면서 안정성을 높이려 했다. 초반에 김태민의 엘리스와 김동하의 제이스가 킬을 G2의 변수인 파이크를 연달아 끊어냈지만 미스 포츈이 성장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반대로 G2는 르블랑과 탐 켄치로 발빠르게 움직이며 싸움을 건 뒤 파이크의 깊은 바다의 처형으로 마무리하면서 승리했다.

그룹 스테이지 1위를 차지한 IG의 선수별 KDA(위)와 SK텔레콤 T1 선수들 의 KDA 비교표(자료 참조=lol.gamepedia.com).
그룹 스테이지 1위를 차지한 IG의 선수별 KDA(위)와 SK텔레콤 T1 선수들 의 KDA 비교표(자료 참조=lol.gamepedia.com).

◆KDA가 증명한 SK텔레콤의 강점

SK텔레콤은 이번 MSI에서 7승3패로 전체 2위에 랭크됐지만 KDA에서는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138킬과 288어시스트를 만들어내는 동안 71데스를 당한 SK텔레콤의 KDA는 6이다. 9승1패로 그룹 스테이지 1위에 오른 IG가 193킬 368어시스트를 기록했지만 무려 145번이나 잡히면서 KDA가 3.86이라는 점에 비하면 SK텔레콤이 2.14나 KDA에서 앞서고 있다.

이번 MSI가 싸움을 좋아하고 피해를 보더라도 싸움을 통해 극복하는 양상이 자주 벌어지고 있지만 SK텔레콤은 그런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음을 증명하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4일차와 5일차에서 4연승을 달릴 때 SK텔레콤은 74킬 12데스 171어시스트로 무려 20.41이라는 놀라운 KDA를 만들어냈다. 상대가 싸움을 걸어오더라도 최대한 회피하면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상태에서만 전투를 벌였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선수들의 인터뷰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결과다.

4, 5일차 챔피언 선택에 있어서도 다양성보다는 전문성에 힘을 줬다. 플래시 울브즈전 김태민이 바이를 택한 것을 제외하면 실험적이라고 평할 만한 챔피언은 없었다. 김동하는 사일러스와 케넨, 라이즈를 골랐고 이상혁은 아지르, 이렐리아, 르블랑, 라이즈 등 뒤로 갈수록 가져갔을 때 슈퍼 플레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챔피언을 택했다. 박진성 또한 칼리스타와 루시안을 각각 2번씩 사용했고 조세형은 갈리오를 3번, 브라움을 1번 썼다. 바이로 변수를 만들었던 김태민은 남은 경기에서 자르반 4세 2번, 리 신 1번으로 안정성을 택했다.

◆반전의 원동력은 장점 극대화

그룹 스테이지 후반에 보여준 SK텔레콤의 선택은 잘하는 것에 힘을 싣자라고 풀이할 수 있다. 초반 3일 동안의 실험을 통해 손에 익지 않은 챔피언이나 조합을 가져갔을 경우 변수 만들기에 실패하면서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한 결과다.

결국 SK텔레콤은 평소에 자주 쓰던, 잘하던 챔피언을 조합해 라인전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확실하게 승리를 담보할 수 있을 때 싸우는 기존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성과를 만들어냈다.

MSI를 관통하고 있는 단어가 전투와 싸움 등 호전적인 용어들이지만 SK텔레콤은 사자를 고양이로 만드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그룹 스테이지 막바지에 보여줬다. 싸워서 이긴다거나 이기기 위해 싸운다가 아니라 이겨 놓고 싸우는 SK텔레콤의 운영 스타일이 통하고 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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