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테라-아만전사 카르고 14화

테라-아만전사 카르고 14화
[데일리게임]


때문에 세실리아는 지금껏 사냥에 거의 가담해 본 일이 없었다. 그러나 카르고는 달랐다. 먼저 제안을 한 뒤 세실리아가 동의하자 바로 행동에 나섰다.

숲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신장이 3미터나 되는 트린트가 모습을 드러내어 그들을 공격해 왔다. 비교적 움직임이 느리지만 여러 개의 가지를 휘둘러 공격하는 트린트는 괴력을 지녔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몬스터이다. 그러나 마음에 딱 드는 무기 칼리아스를 얻은 카르고는 느긋하게 공격을 피해 내며 트린트의 공격 수단인 가지를 순차적으로 잘라 냈다.

그렇게 튀어나온 부분을 모두 잘라 낸 뒤에는 트린트의 몸통 공격을 여유 있게 피해 내며 세실리아의 캐스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마침내 캐스팅을 끝낸 세실리아가 화염구로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역시 실전은 연습과 달랐다. 트린트는 끊임없이 움직였고 심지어 날아오는 화염구를 보고 피하기까지 했다. 세실리아가 날린 화염구는 거의 대부분 빗나갔고 기껏 명중한 것들도 빗맞히는 바람에 치명타를 안겨 주지 못했다. 그녀는 결국 마나가 고갈되어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그러니 카르고에게 고마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죄송해요. 다 잡아 주신 몬스터도 마무리하지 못하니 말이에요.”

세실리아가 풀죽은 기색으로 카르고의 옆에 앉았다. 자괴감이 서서히 깔려 들었다.

“기껏 절 동료로 삼아 주셨지만 간단한 것조차 해내지 못하니……. 제겐 동료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요.”

세실리아의 고운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카르고가 조용히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넌 이미 충분히 동료의 역할을 해 주고 있다.”

“…….”

“네가 아니었다면 난 아마 엄청난 고생을 해야 했을 것이야. 리퍼의 사체가 가진 가치도 몰랐을 것이며 도시 안으로 들어오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 또한 칼리아스를 장만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미 넌 충분히 나에게 도움이 되어 주었어.”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고마워요.”

“앞으로 이런 수련을 계속 해 보도록 하자.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니 말이야.”

그러나 세실리아의 얼굴은 도무지 펴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계속 짐만 될 것 같아요. 기초적인 화염구 하나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니 말이에요.”

그 말에 카르고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단지 네가 화염구와 상성이 맞지 않는 것 같다.”

“상성이 맞지 않는다고요?”

“그렇다. 네 몸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성질은 불보다는 오히려 물에 가깝다. 그러니 화염구를 캐스팅하는 것도 오래 걸리고 명중률도 낮은 것이야. 물과 불은 철저히 상극일 수밖에 없다.”

세실리아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에서 들은 적이 있긴 해요. 하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수계 공격 마법인 워터 볼은 대기 중에 수분이 일정 수준 이상 있어야 시전할 수 있어요. 제대로 위력을 보이려면 근처에 반드시 물이 있어야 하고요.”

몬스터에게 가장 강력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것이 바로 화염계 마법이다. 그러므로 초급 마법사들은 화염구를 가장 공들여 연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카르고의 생각은 조금 달라 보였다.

“빙계 마법은 어떨까? 얼음 화살이라면 물의 성질과 비슷하니 통제하기가 쉬울 텐데 말이야.”

“그러나 얼음 화살은 데미지가 약해요. 기껏해야 날카로운 얼음 조각으로 상처를 입혀 출혈을 일으키거나 움직임을 둔화시키는 게 전부이니 말이에요.”

카르고가 그게 아니라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그렇지 않다. 제대로 된 빙계 마법은 무시무시한 위력을 자랑한다. 우리 아만족이 오랫동안 싸워 온 얼음 거인들은 빙계 마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했어. 그게 얼마나 무서운지는 싸워 본 우리들이 가장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세실리아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게 사실인가요?”

“그렇다. 빙계 마법의 사용법은 무궁무진하다. 발을 얼려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고 호흡기 주변의 습기를 급속히 동결시켜 질식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제가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오로지 얼음 화살 하나뿐인걸요?”

“계속 사냥해서 신력을 흡수하면 되지 않겠나? 그리고 나와 함께 사냥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얼음 화살로 출혈을 일으키고 움직임을 둔화시켜 주기만 해도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될 테니 말이야.”

카르고가 빙그레 웃으며 세실리아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넌 내 동료다. 네가 자진해서 떠나지 않는 한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세실리아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솟구쳐 오르는 감정을 이기지 못한 그녀가 달려들어 카르고의 볼에 입을 맞췄다.

“정말 고마워요, 카르고. 당신을 만나게 된 것은 내 인생 최대의 행운이에요.”

난데없이 기습을 당한 카르고가 당황했다. 아만족의 감정표현은 인간처럼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그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화끈화끈 달아오르는 볼에 손을 댄 카르고가 엉거주춤 몸을 일으켰다.

“그, 그럼 이동하도록 하자. 적당한 녀석이 보이면 잡아 둘 테니 얼음 화살을 연습해 보도록 해라.”

“네, 카르고.”

그러나 기회는 쉽사리 다가오지 않았다. 앞서 걷던 카르고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세실리아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몬스터인가요?”

“제법 강한 녀석이다. 아무래도 네 연습 상대로는 적당하지 않을 것 같으니 쫓아 버리는 게 낫겠다.”

그 말에 세실리아의 눈이 커졌다. 본능에 따라 보이는 모든 것을 공격하는 몬스터를 쫓아 버리는 것이 과연 가능하다는 말인가?

잠시 후 카르고의 전방으로 무형의 파장이 뿜어져 나갔다. 카르고가 기세를 내뿜어 몬스터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것이다.

아득히 먼 곳에서 묘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찌 보면 겁에 질려 부르짖는 것 같기도 했다. 소리가 잦아드는 것을 느낀 카르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됐다. 쫓아 버렸으니 오지 않을 것이다.”

세실리아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대관절 어떻게 몬스터를 쫓을 수 있는 거죠?”

“간단하다. 기세를 내뿜어 내가 강하다는 사실을 몬스터에게 각인시키는 것이지. 쉽게 말해 날 강력한 몬스터로 인지하도록 속이는 것이다. 알고 보면 간단한 방법이다.”

세실리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그게 가능하다니 믿어지지가 않군요. 그렇다면 카르고는 필드에서 무서울 것이 없겠군요.”

“제약조건이 많은 편이다. 우선 강력하거나 호전적인 몬스터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또한 영역을 지키려는 녀석들에게도 통하지 않으며 상처를 입었거나 지친 상태에서는 쓸 수 없다.”

“그래도 놀라워요. 카르고 님이 아케니아의 마지막 전사라는 사실이 안타까워요. 아케니아의 전사들이 많다면 더욱 많은 불모지를 개척할 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

카르고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케니아 전사의 혈통을 널리 퍼뜨리는 것은 카르고에게 맡겨진 가장 큰 사명이었다.

둘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숲길을 걸었다. 카누바라크를 사냥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자질구레한 몬스터들은 남김없이 기세를 내뿜어 쫓아 버렸다.

사실 필드에는 모험가들이 주로 이용하는 통로가 있다. 강력한 몬스터의 영역이나 군락지를 우회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돌아가지만 나름대로 안전하기 때문에 모험가들은 그 길을 선택한다. 말을 타고 가는 모험가들은 더욱 많이 돌아가야 한다. 말이나 수레가 갈 수 있는 길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르고와 세실리아는 일직선으로 필드를 가로질렀다. 강한 몬스터들은 미리 기척을 알아내어 피했고 약한 몬스터들은 기세를 내뿜어 쫓아 버렸다.

그렇게 이동한 끝에 둘은 마침내 세실리아가 실전 수련을 하는 데 가장 적합한 몬스터인 트린트를 발견해 냈다.

“아이스 애로우.”

낭랑한 캐스팅 소리와 함께 허공에 두 개의 날카로운 얼음 조각이 생겨나서 쏘아졌다.

쐐애액.

비교적 빠른 속도로 날아간 얼음 조각이 덩치 큰 트린트의 동체에 깊숙하게 쑤셔 박혔다. 괴성과 함께 상처에서 수액이 꿀렁꿀렁 흘러내렸다. 동체 깊숙이 박힌 얼음 조각이 퍼뜨리는 냉기로 인해 트린트의 움직임이 서서히 둔화되었다.

빙계 마법은 세실리아의 기질과 딱 맞았다. 마법 학교 시절 표적을 대상으로 몇 번 쏘아 본 것이 다였지만 화염구보다 월등히 캐스팅 시간이 짧았고 또한 정확했다. 목표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트린트임에도 불구하고 마음먹은 곳에 정확히 명중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화염구보다 마나의 소모가 월등히 적었기 때문에 제법 많은 얼음 화살을 날릴 수 있었다.

결국 트린트는 수십 개의 얼음 조각을 몸속에 박아 넣은 채 허물어졌다.

쿠웅!

생명이 다한 트린트로부터 흘러나오는 신력이 세실리아의 그릇을 가득 채웠다. 절반 정도 소모된 마나가 빠른 속도로 차올랐다.

“훌륭하다. 이번에는 깔끔하게 마무리했구나.”

연거푸 마법을 전개하느라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세실리아의 표정은 밝았다.

“카르고 님이 붙잡아 주지 않으셨다면 못 잡았을 텐데요, 뭐.”

카르고는 정말 훌륭하고 노련한 전사였다. 이 정도 데미지를 입혔다면 한두 번 정도는 세실리아를 쳐다볼 법도 한데 트린트는 일절 그녀에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카르고가 트린트를 정신없이 몰아쳐서 혼을 쏙 빼놓았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라면 조금 더 강한 녀석을 상대해도 되겠군. 더 센 녀석이 달려들면 연습해 보자.”

“호호호.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세실리아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카르고와 함께라면 설사 카누바라크를 잡다가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 * *

“빌어먹을……! 치유를 하란 말이야!”

세아트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큼지막한 방패로 몸을 가린 그의 몸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오른손에 들린 장검 또한 피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는 지금 동료 전사 두 명과 서로 등을 붙인 채 끊임없이 밀려드는 오칸의 무기를 쳐 내고 있었다. 울퉁불퉁한 나무막대에 날카로운 돌이나 금속조각을 비끄러맨 조잡한 창이었지만 워낙 수가 많았기 때문에 다 쳐 내지 못했다.

“크으윽.”

묵직한 신음소리와 함께 창날이 어깨를 긁고 지나갔다. 원래대로라면 금속으로 된 판금갑옷으로 보호받는 부위였지만 거듭되는 공격으로 인해 견갑이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진 세아트가 입술을 깨물었다.

“미치겠군. 한 번의 실수로 인해 이 지경에 몰리다니.”

오칸 토벌에 나선 세아트의 파티는 사소한 실수로 인해 전멸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들이 목표로 삼은 것은 백이십 마리 정도 되는 오칸의 무리였다. 오칸이란 인간보다 다소 키가 작은, 마치 돼지와 흡사한 얼굴을 한 유사인종으로서 지극히 호전적인 종족이었다. 군집생활을 하며 무리 사냥에 능하기 때문에 상대하기가 매우 까다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험가들은 소규모 오칸 무리가 발견되면 즉각 사냥에 나섰다. 그것은 바로 오칸의 특성 때문이었다.

오칸은 다른 일반 몬스터보다 지능이 월등히 뛰어나다. 때문에 타 종족의 장인들을 잡아 노예로 부리며 필요한 물품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다. 드물게는 교역을 통해 필요한 물품을 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때문에 오칸들은 금붙이나 보석, 모험가의 무구 등등 돈이 될 만한 것은 모조리 주워 근거지에 쌓아 둔다. 필드에서 몬스터에게 당한 모험가의 소지품은 거의 대부분 오칸들이 거둬 가기 마련이다. 따라서 오칸의 소굴을 제대로 턴다면 꽤나 짭짤한 수입을 거둘 수 있다. 세아트의 파티 역시 그것을 노리고 이번 사냥을 계획했다.

원래대로라면 백이십 마리 정도의 오칸 무리는 그들 파티의 능력으로 충분히 토벌이 가능했다. 오칸들은 보통 열 마리 안팎으로 무리를 지어 사냥을 나간다. 그런 만큼 외곽에서 빙빙 돌면서 순차적으로 오칸 무리를 때려잡으며 수를 줄여 나가다 적당한 때가 되면 근거지를 기습하는 것이 통상적으로 모험가들이 선택하는 방법이다. 세아트의 파티 역시 그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그 계획은 초장부터 어긋나 버렸다.

열서너 마리로 구성된 오칸 무리를 발견한 파티는 즉각 포위 공격에 나섰다. 궁수들이 견제사격을 날리는 사이 세 명의 전사들이 달려들어 오칸들을 도륙했다. 마법사들은 화염구를 날려 전사들에게로 달려드는 오칸들을 불태워 버렸다. 스티브와 포르나는 정신을 집중해서 전사들의 몸에 난 상처를 치료했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오칸 무리는 금세 전멸될 것 같았다. 그러나 상황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자 오칸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도주하기 시작했다. 소굴로 도망쳐서 동료들을 부르려는 것이다.

“막아. 한 놈이라도 놓쳐서는 안 돼.”

모험가들은 필사적으로 도주하는 오칸을 공격해 나갔다. 이 자리에서 모조리 전멸시켜야만 오칸족에게 자신들이 토벌하러 왔다는 사실을 숨길 수 있었다.

제법 실력이 있는 파티였기에 도주하던 오칸들은 하나하나 바닥에 피를 쏟으며 쓰러져 갔다. 그러나 그들이 미처 알지 못한 사실 하나가 있었다. 사냥을 나가다 잠시 쉬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던 오칸 무리에는 정찰병 하나가 있었다. 그들은 오칸 정찰병이 사냥감을 물색하러 간 사이 급습을 가했던 것이다.

정찰을 마치고 돌아온 오칸 정찰병이 공격당하는 동료들을 발견했다. 통상적으로 이럴 경우 지극히 호전적인 성품을 지닌 오칸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오칸 정찰병은 지극히 영리한 녀석이었다. 그는 죽어 가는 동료들을 내버려 둔 채 급히 소굴로 향했다. 동료들을 불러 모아 인간들을 역공하려는 목적에서였다.

그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세아트의 파티는 열심히 현장을 정리했다. 죽은 오칸들의 조잡한 무기와 갑옷을 수거하고 땅을 파서 시체를 묻었다. 그리고 낭자한 핏자국을 흙으로 덮어 버렸다.

“되었어. 이 정도라면 놈들에게 들키지 않을 거야.”

김정률 작가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데일리랭킹

1젠지 17승1패 +32(35-3)
2한화생명 14승4패 +19(30-11)
3디플러스 13승5패 +13(29-16)
4T1 11승7패 +6(25-19)
5KT 9승9패 -2(21-23)
6BNK 8승10패 -7(17-24)
7광동 7승11패 -2(21-23)
8농심 5승13패 -14(13-27)
9DRX 4승14패 -20(10-30)
10OK저축은행 2승16패 -25(8-33)
1
2
3
4
5
6
7
8
9
1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