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G는 기존의 WCG와는 많이 달라진 형태로 부활했다. 새롭게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 WCG는 e스포츠를 활용한 다종목 국가 대항전이 중심이었다. 각 국가마다 대표 선발전이 벌어졌고 3~400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그룹 스테이지부터 결승전까지 사나흘 동안 혈전을 벌였다. 한국도 대부분의 종목에 선수들을 파견하면서 종합 우승을 위해 다른 나라 선수들과 경합했다.
올해 WCG는 e스포츠에 대한 비중이 상당히 줄었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국가별 선발전에 이어 지역 선발전까지 거치면서 압축적으로 인원을 선발했다. 한국에서는 워크래프트3 종목의 장재호와 조주연만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 예선을 통과하면서 2명만 출전했다(초청전 형식으로 열린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조성주가 초청됐다).
WCG는 올해 대회를 준비하면서 e스포츠 종목에 큰 변화를 줬다.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와 피파 시리즈 등 이전 대회에서 매년 정식 종목으로 선정됐던 종목들이 빠졌고 왕자영요, 크로스 파이어, 워크래프트3(워3는 유일하게 중국에서만 꾸준히 대회가 열리고 있다) 등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종목들을 포함시켰다. 그러다 보니 중국은 모든 종목에 2명 혹은 2개 팀 이상의 선수단을 파견할 수 있었고 종합 우승은 이미 확정지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e스포츠에서 힘을 뺀 WCG는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했다. 인공 지능(AI), 로봇, VR, 스크래치 등 새로운 장르에 대회 형식을 도입했다. WCG는 이 장르를 뉴 호라이즌(New Horizen)이라고 이름 붙였다.
AI 마스터즈는 축구 형식을 도입해 관객들의 이해도를 높였고 로봇 대전 또한 격투 게임에서 볼 수 있었던 체력 감소 시스템을 통해 재미를 더했다. VR도 플레이어의 위치를 3D로 반영하면서 긴장감을 높였다. 아직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분야이지만 스포츠 형식으로 재해석하면서 보는 스포츠로 만들어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TED(테크놀로지, 엔터테인먼트, 디자인)로 진행된 주제 발표와 e스포츠 전문가들이 모여 교류할 수 있었던 컨퍼런스도 기존의 WCG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코너였다.
이전 WCG의 포맷에 익숙해져 있전 한국 팬들에게는 e스포츠 소식이 적게 전해지면서 이쉬움이 컸을 것이다. 정식 종목인 워3에 출전한 장재호와 조주연의 경기 소식만 바라보고 있었고 그마저도 아프리카TV를 통해 이따금씩 전해졌기 때문이다. 한국 e스포츠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국인 중국이 메달을 독식하는 것도 한국 팬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의 게임 회사인 스마일게이트가 부활시킨 WCG는 단순히 e스포츠로 메달 경쟁을 펼치는 e스포츠 전문 대회의 틀을 벗어나 장르를 융합하고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WCG의 캐치프레이즈는 우리 말로는 '게임을 넘어'라고 해석될 수 있는 문구인 'Beyond the Game'이다. 과거의 WCG가 게임을 넘어 e스포츠가 있다라는 모토로 운영됐다면 2019년부터 다시 시작한 WCG는 게임을 넘어 새로운 지평(New Horizen)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WCG가 내딛은 새로운 첫 걸음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 e스포츠가 20년 동안 명맥을 이어오는 과정에서 WCG는 한 축을 담당했다. 앞으로 e스포츠가 변모해 나갈 20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 속에서도 새로운 영역을 발굴, 육성, 성장시키는 역할을 해나가길 바란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