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렌을 활용한 실험을 먼저 시작한 팀은 G2 e스포츠였다. 8월 2일 바이탤리티와의 경기에서 톱 라이너 'Wunder' 마르틴 한센이 가렌을 선택했고 4데스만을 기록하면서 패했다. G2가 공식전에서 가렌을 고를 수 있었던 이유는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미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상위권과 하위권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던 LEC에서 G2는 남은 경기를 모두 패하더라도 포스트 시즌 진출에 올라간 상황이었다. G2의 가렌을 활용한 실험은 실험에 그쳤다. 라인전에서 어떻게든 버텼던 마르틴 한센이지만 교전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특히 중단 포탑을 지키는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았던 한센의 가렌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유럽의 실험적인 플레이는 국제 무대에서도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바 있다. 2018년 비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곳도 유럽이었으며 2019년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서 톱 라이너 마르틴 한센이 파이크를 가져가면서 한국 대표 SK텔레콤 T1에게 4강 탈락이라는 아픔을 준 지역도 유럽이었다.
다른 지역이 센세이셔널한 플레이를 먼저 시도하면서 성적까지 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기자도 부럽기 그지 없다. 주 4~5일 열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를 1년 내내 취재하는 입장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변수 챔피언, 독특한 운영 방식이 나와준다면 화제거리가 많아진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임기응변식 '재미픽'은 바라지 않는다. 리그가 후반으로 진행되고 순위 경쟁이 어느 정도 끝난 시점에서 보여주기식의 경기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런 패턴은 팬들이나 상대 팀에 대한 최선은 아니다. 정규 시즌 성적에 포함되는 경기인 만큼 치밀하게 짜여지고 선수들도 숙련도와 완성도를 갖춘 뒤에 가렌과 같은 재미를 줄 수 있는 챔피언을 쓰기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9년 LCK 서머에서는 유례 없이 치열한 순위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팀들은 승리를 담보해줄 수 있는 챔피언들을 쓰기 위해 머리 싸움을 펼치고 있으며 한 번의 실수가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상황이기에 매 경기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한 경기의 승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월드 챔피언십 진출이라는 목표의 달성 여부와 직결되기에 모든 경기가 절체절명의 순간이나 다름 없다.
그런 의미에서 가렌은 가렌으로 남겨지기를 바란다. 가렌은 LCK 공식전에서 아직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유일한 챔피언이다. 145개나 되는 챔피언이 존재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역대급 경쟁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LCK에서 굳이 가렌을 쓸 일은 나오지 않아야 한다. 만약 가렌을 꺼내더라도 선수들이 완벽하게 다룰 수 있고 팀이 받쳐줄 수 있는 환경에서 쓰여야 한다.
정규 시즌은 올스타전과 달라야 한다. 팬들은 이길 준비가 되어 있는 가렌을 보고 싶은 것이지, 가렌의 한계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