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스프링 그리핀은 또 한 번 강력함을 드러냈다. 리그 개막과 동시에 12연승을 달렸고 정규 시즌을 15승3패, 1위로 마감했다. LCK에 참가한 이후 처음으로 정규 시즌 1위를 확정했고 결승전에 직행했다. SK텔레콤 T1에게 완패했지만 그리핀의 강함은 팬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됐다.
◆서머에 찾아온 첫 위기
그리핀은 LCK에 참가한 세 번째 시즌인 2019 서머에서 처음으로 위기다운 위기를 맞았다. 연패를 거의 당하지 않았던 그리핀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LCK 참가 이래 가장 긴 3연패를 당했다.
그리핀의 위기는 리프트 라이벌즈의 저주(?)부터 시작됐다. LCK 스프링 2위 자격으로 리프트 라이벌즈에 참가한 그리핀은 그룹 스테이지에서 징동 게이밍과 다싱 버팔로를 연파했지만 결승전에서 LPL 1위인 펀플러스 피닉스에게 일격을 당했다. LCK가 리프트 라이벌즈가 생긴지 3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저주가 없을 것 같았지만 그리핀만 유일하게 3연패에 빠졌다.
리프트 라이벌즈를 마치고 LCK에 복귀한 그리핀은 젠지 e스포츠를 만나 0대2로 완패했고 7월 14일에는 아프리카 프릭스에게 1대2로 무너졌다. 6주차인 7월 20일에는 담원 게이밍에게 0대2로 패배하면서 그리핀은 3연패를 당했고 LCK 참가 이래 가장 낮은 순위인 5위까지 떨어졌다.
◆'소드'에서 '도란'으로
그리핀은 LCK 참가 이래 라인업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 첫 시즌이었던 2018년 서머에서는 미드 라이너 '래더' 신형섭과 '쵸비' 정지훈을 교차 기용하다가 시즌 중반부터는 정지훈을 주전으로 내세웠고 2019년 스프링에서는 '소드' 최현준, '타잔' 이승용, '쵸비' 정지훈, '바이퍼' 박도현, '리헨즈' 손시우로 구성된 5인 라인업을 고정 출전시켰고 다른 선수들은 전혀 내세우지 않았다.
서머 1라운드까지 그리핀의 5인 라인업은 유지됐다. 로스터에 '도란' 최현준이 톱 라이너로 등재되어 있었지만 리프트 라이벌즈 이전까지 그리핀은 7승1패로 1, 2위를 오가고 있었기에 굳이 최성원을 빼고 최현준을 내세울 이유는 없었다.
그리핀은 7월 20일 담원 게이밍과의 경기에서 최현준을 처음 기용했다. 리프트 라이벌즈 이후에도 최성원을 기용했지만 젠지와 아프리카에게 연패를 당하자 분위기 전환을 위해 최현준에게 기회를 줬다. 데뷔전에서 최현준은 블라디미르와 이렐리아로 플레이하면서 LCK를 대표하는 톱 라이너 중에 한 명인 '너구리' 장하권과 맞붙었지만 우위를 점하지는 못했고 그리핀은 3연패에 빠졌다.
데뷔전에서 실패를 맛본 최현준에게 김대호 감독은 계속 기회를 줬다. 다음 경기였던 kt 롤스터와의 대결에서 KDA상으로는 최악의 경기 펼쳤던 최현준이지만 선배들의 선전을 통해 첫 승을 경험했다.
SK텔레콤과의 7월 28일 대결은 최현준에게 평생 잊지 못할 경기다. 최현준은 1세트에서 아칼리로 맹활약했지만 교전 패배로 인해 무너지자 눈물을 보였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었지만 2세트에서 케넨으로 SK텔레콤의 2인 협공을 받아내며 첫 MVP를 수상한 최현준은 3세트에서는 패했지만 승부욕과 실력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최현준은 샌드박스 게이밍의 '서밋' 박우태, 젠지 e스포츠의 '큐베' 이성진, 킹존 드래곤X의 '라스칼' 김광희, 진에어 그린윙스 '린다랑' 허만흥, '타나' 이상욱, 한화생명e스포츠의 '소환' 김준영 등 다른 팀 톱 라이너들을 상대로 전혀 주눅 들지 않은 플레이를 펼쳤다. 특히 진에어와 한화생명을 상대로는 모데카이저를 꺼내 숙련도 높은 플레이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KDA에서 나오는 안정감
그리핀은 공격적인 플레이가 장점이지만 운영을 통한 굳히기 능력도 빼어나다. 초반에 우위를 점하면 좀처럼 역전을 허용하지 않으며 그리핀 특유의 라인전 강점을 앞세워 스노우볼을 잘 굴리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번 서머에서 그리핀은 13승5패로 참가한 LCK 시즌 가운데 가장 많은 패배를 당했지만 팀 KDA에서 다른 팀들과의 격차를 크게 벌리면서 1위를 차지했다.
그리핀은 서머 시즌 포지션별 KDA에서 네 명이 1위를 차지했다. 톱 라이너에서는 '소드' 최성원이 4.03으로 1위에 올랐으며 정글러는 '타잔' 이승용이 6.21의 KDA로 1위를 차지했다. 원거리 딜러는 '바이퍼' 박도현이 8.48로 전체 1위에 올랐고 서포터에서는 '리헨즈' 손시우가 5.92로 1위를 차지했다. 미드 라이너 '쵸비' 정지훈이 5.88의 KDA를 기록하면서 7.23을 마크한 담원 게이밍의 '쇼메이커' 허수에게 밀려 1위를 내줬지만 LCK 전체 미드 라이너들 중에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서머 초반 메타가 공격을 통해 분위기를 가져오는 것이었을 때에도 그리핀은 최적화된 팀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2라운드 중반 이후 경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운영 싸움에 힘이 실렸을 때에도 그리핀은 5연승을 달린 바 있다. 싸울 때 싸우되 효율적으로 싸울 줄 알고 손해 보는 플레이를 하지 않는 그리핀의 팀 컬러가 KDA로 반영된 셈이다.
◆롤드컵 진출 확정…LCK 우승은 과제
스프링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했던 그리핀은 결승전에 직행했지만 밑에서 치고 올라온 SK텔레콤 T1에게 0대3으로 완패했다. 챔피언십 포인트 70점을 획득한 그리핀은 서머 정규 시즌 1위까지 차지하면서 90점을 확보했고 롤드컵 직행을 확정지었다.
LCK에서 세 시즌을 보내는 동안 그리핀은 정규 시즌 최강임을 입증했다. 10개 팀이 두 번의 풀리그를 치르는 정규 시즌에서 그리핀은 2위 아래로 내려간 적이 한 번도 없다.
세 번째 맞이하는 결승전에서 그리핀은 우승을 경험해볼 필요가 있다. 2018년 서머 결승전에서는 큰 경기 경험이 없었고 롤드컵 직행 티켓까지 걸려 있었기에 부담이 컸다면 올해 스프링에서는 고집스런 밴픽을 고수하다가 무너졌다.
그런 의미에서 서머 결승전은 부담 없이 치를 수 있다. 정규 시즌에서 선전하면서 롤드컵 출전권을 확보했기에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아직 상대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롤드컵에 나가기 전 LCK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일은 그리핀이라는 팀에게 가장 중요할 수도 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